미디어의 장

Media Field展   2019_0905 ▶︎ 2019_1204 / 월요일,9월 7,13일,10월 15일 휴관

초대일시 / 2019_0905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문상현_박제성_백주미_염지혜_이영주 이은희_장유정_정재희_정지수_최수정 최혜민_현세진_진 마이어슨 Jin Meyerson

연계 프로그램 디지털 문명: 과거와 현재에서 미래를 보다 홍성욱(서울대학교 교수) / 2019_1108_금요일_03:00pm '미디어의 장'을 이루는 디지털 아트의 세 가지 경향 김지훈(중앙대학교 교수) / 2019_1108_금요일_03:00pm

큐레이터와의 전시관람 9월 25일, 10월 30일, 11월 27일 / 02:00pm~03:00pm 도슨트 전시해설을 원하시면, 로비 직원과 상의해주세요.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9월 7,13일,10월 15일 휴관

서울대학교미술관 Seoul National University Museum of Art 서울 관악구 관악로 1 Tel. +82.(0)2.880.9504 www.snumoa.org

반추할 짬도 없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미디어 세상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일은 지금 신인류의 도래를 맞아 중요한 과업이다. 매일 탄생하는 새로운 기술은 인간을 더욱 뛰어나게 만들고 새롭게 재창조 시키고 있다. 이 기술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목적 없이 경쟁하며 달리는 경주마처럼 기술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알 수 없는 미래에는 항상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한다. 새로운 매체와 결합된 인간은 더 빠르게, 더 뛰어나게 발전하면서도 기계에 의한 배반을 두려워한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에 의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그 면면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전시의 제목 『미디어의 장』은 마치 중력장에 의해 시공간이 변화하듯, 미디어에 의해 변화해버린 시공간, 그리고 나아가 인간의 삶과 의식의 변화를 말한다. 더불어 미디어는 중력과 같은 어마어마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중력의 영향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듯이, 이제 미디어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가능성과 힘을 보여주고자 한다.

문상현_ZXX_서체_84.1×59.4cm_2012

문상현은 우리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미디어의 통제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그가 제작한 폰트는 컴퓨터가 읽을 수 없는 폰트이다. 우리를 둘러싼 미디어는 검색 기록과 미디어에 남긴 자취를 모아 우리를 분석한다. 이러한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작가는 새로운 폰트를 제시하여, 미디어에 의해 감시당하는 사회 현상에 반기를 들고 있다. 작가는 이 서체를 하나의 '선언'으로 보고, 서체를 통해 국가의 감시, 자유에 대한 열망, 개인 정보의 보호 등 디지털 사회로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제성_유니버스_3D 애니메이션_00:03:20_2019

박제성은 「Universe」에서 다양한 놀이기구를 3D로 구현한 가상 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놀이기구는 일반적으로 고통의 감정을 쾌락으로 변화시켜 주는 장치이지만, 작가가 제시한 환경에서는 놀이기구가 끝이 없이 돌아가면서 쾌락이 다시 고통으로 환원되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이 놀이동산을 통해 미디어 환경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쾌락과 고통이 공존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부터, 개인의 주체성 문제까지 심도 있게 언급한다. 언뜻 미디어는 사용자에게 쌍방향적 조작을 가능하게 하여, 개인의 권력이 증대한 듯 보이게 한다. 그러나 작가는 미디어 환경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실상 사용자는 프로그램에 의해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밖에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환기하게 한다.

백주미_연결 P to P_인터랙티브 미디어_가변크기_2018

백주미는 미디어 시대 주체성의 변화를 보여준다. 시공간을 넘어 연결되는 디지털 자아는 과거의 정체성 개념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디지털 안에서 개개인은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여겨지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해체되며 융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서로 연결된 디지털 상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결 PtoP」는 우리로 하여금 화면에 등장하는 '나'의 입자가 분해되어 그 공간을 다녀갔던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입자로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한다. 여기와 거기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나'의 모습, 그리고 나와 타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서로 연결된 새로운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염지혜_포토샵핑적 삶의 매너_단채널 영상_00:12:16_2017

염지혜는 「포토샵핑적 삶의 매너」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영상으로 인터넷의 영향으로 무엇이 삶의 방식을 결정하게 되었는지, 이로 인해 우리의 인식과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상에서 화자는 말하는 돌이다. 작가는 인간이 모두 사라지고 지구에 돌만 남아있을 때, 그 돌이 기억하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한 시대를 고스란히 몸에 새기고 있는 돌의 기억으로 시작되는 영상은 지금 우리에 관해 돌이 무엇을 품고 있는지 보여준다. 구술문화에서 인쇄문화로 넘어오며 논리적이고 서술적인 인간의 사고방식은 '복사'와 '붙여넣기'가 만연한 컴퓨터 환경에서 분절되고 파편화된다. 가상공간으로 우리를 이끄는 익숙한 컴퓨터 시작음으로 시작되는 이 영상은 우리에게 윈도우 너머로 여행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묻는 것 같다. 작가는 온라인에서 유영하고 있는 인류의 모습을 통해 사고하는 법과 창조하는 법 등 모든 것이 변한 신인류를 드러내고 있다.

이영주_꿈꾸는 달걀들_디지털 영상_00:07:06_2018

이영주는 「꿈꾸는 달걀들」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매우 로맨틱해 보이는 남녀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영상은 기억의 숲을 지나, 마침내 정자은행 웹사이트에 도달한다. 영상의 여주인공은 정자은행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교감을 나눴던 남자아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찾아 나선다. 웹페이지에는 숫자로 명명된 남성들에 대해 기계 목소리가 설명해주고 있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데이터화된 인물과 교감해야 한다. 다시 영상 초반의 숲속을 지나 로맨틱한 그림으로 끝나는 이 영상은 '사랑'이라는 개념 자체가 점차 바뀌어 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은희_콘트라스트 오브 유_2채널 HD 영상_00:15:43_2017

이은희는 미디어에 의해 간섭받는 사회의 현상들을 드러내어, 미디어로 인한 변화를 당연시 받아들였던 삶의 태도에 제동을 건다. 작가는 지금 이 시대에 중요성을 더해가는 기계의 눈이 가진 오류를 발견하고, 무조건적인 기계 예찬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실제 사건들로 조망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눈, 코, 입의 정보 값으로 일반인을 범죄자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특정 인종을 인식 대상에서 제외해버리기도 한다. 작가는 미디어를 희망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미디어의 발전이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부터 기술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고발까지 여러 미디어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장유정_자연스러운 자연_3_아카이벌 프린트, 머리빗, 검정잉크, 철사_65×100cm, 65×6cm_2018

장유정은 이미지와 실재의 관계를 탐구한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식물원에서 찍은 사진 이미지와 이 사진에서 연상되는 현실의 오브제를 함께 전시한다. 전시된 작품은 사진 이미지와 실재하는 물건으로 만든 오브제가 한 쌍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이미지와 실재의 관계에서 가상이 현실보다 우세한 지금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현실의 이미지를 남기는 것은 직접 대상을 경험하는 것 자체보다 중요해졌다. 현실은 가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처럼, 우리는 이미지 우위 시대에 살고 있다. 장유정은 이를 통해 이미지와 오늘날의 사물이 어떠한 관계에 놓여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정재희_Home Void_스마트 텐트, 스마트 폰, 태블릿 컴퓨터, 랩톱, 진짜와 가짜 다육식물, 여러 사적 물품_150×225×345cm_2018

정재희는 관객에게 「Home Void」를 통해 미디어로 매개된 자연의 소리와 영상, 인공의 숲 향을 접하게 한다. 우리가 휴식을 취하고 심적인 안정을 느끼는 자연 공간은 '진짜'가 아닌 미디어로 매개된 형태이다. 전시장에 놓여 있는 스마트 텐트 안으로 관객이 들어가면, 관객은 사운드 모듈에 의해 숲속 빗소리를 들으며 노트북의 잠금 화면 이미지로 물방울이 맺힌 거미줄을 보게 된다. 그 옆으로는 가짜와 진짜가 섞여 있는 다육식물이 놓여있다. 이 온라인 숲속 환경을 체험하는 관객은 어느 순간 자신의 모습이 마치 숲속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으로 웹에 실시간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게 된다. 여기서 관객은 보는 주체에서 보이는 대상으로, 현실의 존재에서 가상의 존재로 전환된다. '홈 보이드', 즉 집이라는 개념의 부재를 일컫는 제목은 우리의 인식의 출발점, 안식처의 상실을 뜻하며, 인터넷 시대 주체와 객체, 실재와 허구 등이 혼재된 우리 삶의 모습을 반영한다.

정지수_시리를 위한 미술관 예절_단채널 영상_00:02:42_2016

정지수는 「시리를 위한 미술관 예절」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조망한다. 시리는 애플에서 나온 음성 인식 서비스로, 휴대폰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수행하고 개인 비서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작가는 시리에게 미술관 관람 예절을 알려준다. 그러나 시리는 작가의 말을 완벽히 알아차리지 못하고 엉뚱하게 인식한다. 작가는 시리가 잘못 인식한 미술관 관람 예절에 따라 전시를 관람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미디어의 유용성에 대한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네비게이션 다섯 대와 운전하기」는 운전자가 운전을 할 때 물리적 공간이 아닌 기계가 제시하는 기호화된 가상의 공간에 더욱 의존하는 현재의 상황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지시를 내리는 다섯 대의 내비게이션들 사이에서 운전자는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선택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기계와 함께 살아가는 환경에서 기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환기시킨다.

최수정_현현_불, 얼음 그리고 침묵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자수_220×420cm_2018

최수정의 회화 및 설치는 단일한 이미지로 읽히기도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호모센티멘탈리스」는 감정을 가치로 정립한 사람을 일컫는다. 즉, 이 작품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선형적 사고를 하는 인간을 넘어, 비선형적이며, 해체되고 감성적인 것을 쫓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한다. 다양한 시공간 속에서 파편화된 이미지들은 디지털 세계를 상징하듯 공간을 부유하면서 동시에 서로 결합되어 있다.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소스를 모티브로 삼은 「현현_불, 얼음, 그리고 침묵」 역시 끝을 모르고 발전하는 디지털적 상황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최혜민, Relation Interface_SNS-Collage_"가볍고 편리하다. 그러나 무력하고 잔혹하다." 중 "오전 1:03_나는 4년 전에 소셜 네트워킹을 갖지 않는 친구를 알고 있다. 그건 멍청한 이야기야. 나는 긴장을 잃어버렸다. 내 영어는 끔찍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좋습니다."_텍스트, 데이터 콜라주,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 33.1×24cm(텍스트), 37.5×24cm(이미지)_2018

최혜민은 미디어에 내포된 텍스트와 이미지 그리고 사운드 등의 정보가 지금 이 시대에는 우위를 점하거나 권위를 가지는 것 없이 등가의 의미를 생성하고 있다고 여긴다. 전시되는 작품은 텍스트와 이미지가 한 쌍을 이루고 있다. 텍스트가 불러오는 감정은 이미지로 치환된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가져온 매우 개인적인 텍스트는 뉴스 속 헤드라인과 온라인의 다양한 이미지들과 합쳐져서 하나의 분위기를 만든다. 최혜민 작품은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나의 이미지는 다음 이미지에 덧붙여져 새로운 의미로 변화된다. 죽음의 이미지가 탄생의 이미지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이렇듯 지속적으로 바뀌는 정보는 그 진실성 여부와 상관없이 돌아다니는 미디어 사회의 현실을 대변하며, 이 시대의 정보 소비 방식을 보여준다.

현세진_복화술 세폭화 Ⅱ(iOS 10.2, 한국어)_단채널 영상_00:02:30_2017

현세진은 스마트폰의 자동완성 기능을 통해 우리의 글쓰기 방식의 변화에 주목한다. 자동완성 기능은 스마트폰 사용자 개개인의 언어습관과 대화 성향을 분석하여 다음에 가장 유력하게 적을 것 같은 단어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매우 유용해 보이는 이 기술은, 그러나 인공지능의 여러 허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복화술 세폭화」에서는 기계와 인간의 역할이 서로 바뀌어 있다. 인간은 그저 화면의 버튼을 누르는 기계적 행동만을 반복하고, 기계는 자신이 생성한 언어들을 통해 문장을 주체적으로 만들어낸다. 이 문장들은 개인의 문장인지 혹은 기계가 작성한 문장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지점에 놓여있다. 작가는 우리에게 기계가 매개하는 글쓰기의 오류를 통해 문명의 이기인 미디어의 불완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한다.

진 마이어슨_13 Hours ahead (of NYC)_캔버스에 유채_150×265.5cm_2019

진 마이어슨(Jin Meyerson)의 작품은 보는 순간 압도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거대한 소용돌이의 이미지는 미디어와 함께 변화된 새로운 미감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미지를 생산하는 방법으로 미디어를 사용한다. 이미지 변형 툴을 사용하기도 하고, 스캐너에 드로잉을 올려놓고 움직여 일부로 왜곡된 형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최종의 이미지는 디지털 형태가 아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형상은 다시 유화물감을 사용해 전통적 방법으로 재현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이미지를 쇼핑하듯 담아놓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실화 시키는 방법으로 그는 올드미디어를 활용한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된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 혼돈스러운 그림 안에 녹여내었다. 이는 미디어 속 길을 잃은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 서울대학교미술관

Vol.20190905b | 미디어의 장 Media Field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