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유희

김영세_박경아 2인展   2019_0905 ▶︎ 2019_1014 / 백화점 휴점일 휴관

김영세_바람은 집을 짓지 않는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112.5cm_201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8:00pm / 금~일요일_11:00am~08:3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대구신세계갤러리 DAEGU SHINSEGAE GALLERY 대구시 동구 동부로 149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대구신세계백화점 8층 Tel. +82.(0)53.661.1508 www.shinsegae.com

우리가 무엇인가를 보고 느끼는 순간의 심미적 상황은 그 대상에 대한 일종의 도취와도 같다. 인간에게 있어서 지극히 자연스럽고 보편적으로 보이는 이 감각의 흐름은 자연의 웅장함이나 아름다움 앞에서 갖게 되는 경험과 다르지 않다. 또 일상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대상들에게 사로잡혀 취향이 발현되고 그것을 향한 호감이 솟아난다면, 이 또한 우리에게 내재한 순수 시각의 자극에 의한 무위적 탐닉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 그런데, 한 작가의 의도와 미감이 응집된 작품을 눈앞에서 바라보게 된다면 입장은 조금 달라진다. 작품은 작가가 자기 자신을 변용 시켜 상이하고 고유한 해석을 해야 하게 고안해 낸 어떤 표상과도 같다. 그래서 몰이해 속에서 예술에 대한 감동을 찾고자 하는 시도들은 대부분 곧 한계와 맞닿게 된다. 작품으로부터 감동을 받기 위해서는 이해의 과정과 공감에서 비롯된 쾌감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준비 없이 뛰어든 감상자는 생경한 전경에 거부감과 직면하게 될 뿐만 아니라 궁극의 목표였던 감동으로 향하는 길과는 요원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하지만 작품을 읽어 내기에 필요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올바른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 이해의 과정이 더디어도 근원에 접촉하려는 노력과 적극적인 감정의 이입에 의한다면 혼란과 미궁 속의 실마리들을 잘 풀어낼 수도 있다.

김영세_바람은 집을 짓지 않는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112.5cm_2018
김영세_바람은 집을 짓지 않는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112.5cm_2019
김영세_바람은 집을 짓지 않는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19
김영세_바람은 집을 짓지 않는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19
김영세_바람은 집을 짓지 않는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19

'빼낸다'라는 뜻에서 기인한 라틴어 'abstractio', 즉 '추상'이라는 방법을 순화하여 풀어보면 감각에 의하여 어떤 개념이나 사물로부터 획득한 형상을 이해하고 인식해 가는 활동의 하나로 설명된다. 추상과 대치되는 '구상적 표현'이라든지 '모방적 재현'이라는 부연을 통해, 반대의 개념으로 추상의 방법을 유추해 볼 수도 있다. 한편으로 추상의 개념은 어떤 정신적인 측면을 환기한다는 '서정적'이라는 수식과도 자주 밀접하여, 우리의 내면적, 심리적 공간에 환영과 영감을 불어 넣어 준다. 전시 추상유희는 자신의 예술 영역에 대한 경계의 조건들을 면면히 시험하고, 표현의 문제 제기와 변화를 부단하게 전개해 온 대구의 대표적 두 작가인 김영세∙박경아를 견주어 보고자 한다. ● 이번 전시는 특히, 각 작가가 작품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에 주안점을 두었다. 두 작가는 공교롭게도 서로 다른 시기이긴 하지만 독일이라는 같은 국가에서 수학하며, 추상성의 표현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이뤄낸 바 있다. 김영세는 10년여 동안 독일에 머물며 철학 전공을 바탕으로 물감, 오브제의 재료적 운용과 기하적 원리의 조형성 탐구에 심취했던 반면, 박경아는 내면의 심상을 창, 숲, 하늘과 같은 풍경 안에서 이질적인 분위기와 표현이 교차하는 심오의 작업을 해나갔다. 근간에 있어 두 작가에게는 시사하는 의미가 서로 다르지만, 적지 않은 부분에서 변화의 양상을 발견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영세는 관람자의 지각적인 움직임을 유도하기 위해 화면 속에서 의도적으로 공간의 모호함을 만들어나간다. 배경에 자리 잡고 있던 물감칠의 양상에 따라 즉흥적이고 엄격하게 생겨나는 테두리는, 단순하고 자유로운 형태적 고안과 강렬한 대비로 인하여 금욕적으로 느껴질 만큼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경아의 작품은 산재해 파편처럼 보이는 점이든, 긁히거나 스치다 묻어버린 선이든, 물감이 덩어리째로 밀려나 생긴 면이든 간에 이미지의 연상이나 형상의 재현으로부터 전격적이고 과감하게 탈피해 색이 지배하는 그림으로 안착하였다.

박경아_irgendwo, irgendwas 18200-01_캔버스에 유채_259.1×193.9cm_2018
박경아_irgendwo, irgendwas 18200-02_캔버스에 유채_259.1×193.9cm_2018
박경아_irgendwo, irgendwas 18100-004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8
박경아_aufeinander 18050-002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18
박경아_irgendwo, irgendwas 18060-003_캔버스에 유채_130.3×97cm_2018

두 작가에게는 작품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아주 단편적이지만 흥미롭게 보이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김영세의 무한 확장되었던 회화적 공간에서는 과감한 에지Edge에 의해 외계로부터 유입된 운석, 혹은 고대 유적 속의 거대한 돌멘Dolmen과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져 정제된 극미의 화면으로 정리된다. 정리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 기존의 무엇인가가 사라지거나 줄어든다는 말인데, 작가는 애초부터 바탕 전체를 겹겹이 칠해 놓고 물걸레와 같은 도구를 사용해 지워나가는 그림을 그려왔다. 게다가 최근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형상들은 전형적인 채색의 순서를 따르지 않고 배경의 색을 덮어 나가며 드러나게 되는데, 창의적 방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들을 '감소의 묘사'라고 부를 만하다. 박경아는 화면 안에 균등한 색 입히기를 더해 나가는데, 바탕의 넓고 지배적인 색의 면으로부터 좁고 부각되는 면과 선이 올려지기까지 여러 번의 교차와 중첩을 거쳐 이루어지는 지난한 과정이다. 작가는 손과 두뇌가 경험한 기억의 체계에 따라 감동과 인상이 반영된 내적 경험의 표현이 불식의 순간에 이루어져 가는 '증가의 묘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 이번 전시는 추상의 화면이 제시하는 깊이 있는 해석을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희遊戱'의 방법으로 '추상'의 어감이 주는 난해함과 중량감을 덜어내고, 편안히 즐겨볼 수 있는 자리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 대구신세계갤러리

Vol.20190905i | 추상유희-김영세_박경아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