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나를 응원한다!

강석문展 / KANGSUKMOON / 姜錫汶 / painting   2019_0907 ▶︎ 2019_1013 / 일,공휴일 휴관

강석문_러브_수제한지에 먹, 과슈_94×162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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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문 홈페이지_cafe.naver.com/munijini.caf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이정아 갤러리 LJA GALLERY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25(평창동 99-35번지) Tel. +82.(0)2.391.3388 www.ljagallery.com blog.naver.com/ljagallery

그를 처음 만난 건 15 여 년 전 늦여름 과수원이 딸린 그의 집 마당 빨랫줄에 펼쳐진 하늘빛과 닮은 천들이 바람에 날리는 날이었다. 그는 당시 천염염색, 특히 발효 쪽염으로 여러 가지 천들을 염색하며 공부를 하던 시기였는데 그의 몸에서 풍기는 발효냄새-(쪽이란 식물을 항아리에서 푸른 염료를 얻기 위해 썩혀 나오는 묘하고 강렬한 냄새)가 그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다. 그 후 그를 만날 때마다 그가(그의 아버지가) 농사로 얻은 과일, 채소들과 함께 싱싱한 흙냄새를 선물하곤 했다. 그리고 신작을 감상하기 위해 오랜만에 방문한 작업실엔 오래된 지업사나 박물관에서 맡을 수 있는 구수한 종이 냄새가 그 때와는 또 다른 그를 인상짓게 한다. 때론 고약하고 때론 구수한 그의 향은 어쩌면 내가 잊고 있었던, 꼭 필요로 하는 향을 가지고 있는 언제나 그리운 친구이다.

강석문_같이_수제한지에 먹, 과슈_63×123cm_2019

농부이자 화가, 그리고 최근엔 에세이까지 낸 친구는 직접 종이를 만들어 쓴다. 지금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게 8년 전부터 자급자족으로 종이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사색을 통해 화판에 붓질로 작업이 시작 되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기운이 가시는 초봄, 씨앗을 심는 일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황촉규(천연점착제)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주변에 풀을 뽑고 보살펴 늦가을 잎이 지면 닥나무와 함께 거둬 겨울에 쓸 종이를 만들어 그림을 그린다. 즉 농사가 예술이고 예술이 농사인 셈이다. ● 종이 만드는 일은 꽤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로 하는 어렵고 고달픈 일이다, 닥을 찌고 닥피를 벗기고 잿물에 삶고 물에 헹구고 말리고 수없이 두들기는 작업을 반복해서 얻어진 종이작업을 왜 하는지 물었더니 어이없게도 "종이 사러 가기 귀찮아서!"라고 담담히 애기한다. 지구의 환경문제나 자연과의 교감, 전통의 맥 등등의 거창한 답을 원했지만 뜻하지 않은 답변에 당혹스럽다.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에는 종이 만드는 장인들에게서 직접 종이를 구입해 사용했다고 하는데 제대로 된 종이를 찾는 것도 일이고 가격 또한 만만치 않고 그가 대학에서 전공한 한국화의 재료 중에 하나인 종이(한지)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다고 한다.

강석문_그대 가시는 길_수제한지에 먹, 과슈_69×162cm_2019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온전히 그의 부모님으로부터, 그가 자라온 환경으로부터 얻어진 것이라 생각된다. 보통 사람에겐 어려운 일이지만 작가의 종이 만드는 일은 대수롭지 않은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내게 말했다. 그는 부모님께선 경제적, 지리적인 이유로 급히 무언가 필요할 땐 주변의 놓인 물건들로 쓰임새에 맞게 만들어 쓰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아 왔다고 한다. 먹거리가 부족할 땐 직접 콩을 갈아 끓이고 응축시켜 두부를 만들어 먹거나 연장이 필요하면 쓰임새가 다 쓰인 물건들이나 나무를 다듬어 용도에 맞게 만들어 쓰셨다고 하는데 이것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창조물로 투박하고 세련된 멋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어린 그의 눈과 가슴에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도 자연스럽게 종이 사러 다니는 시간, 비용을 아끼기 위해 만들었고 공부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 자신은 이것이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무언가를 만들어 유용한 쓰임새가 생기는 행위는 창조의 일이자 예술가의 일이다. ● 이런 일련의 행위들을 바라볼 때 작가는 '머리나 입'보다는 '가슴과 몸'이 먼저 움직이는 체질이다. 무식해 보일수도 있지만 속임수가 난무한 시대에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은 작가의 힘이자 무기이다.

강석문_꽃밭으로_수제한지에 먹, 과슈_92×154cm_2019

그의 화실은 그가 만들어놓은 종이들과 함께 잘게 쪼여진 닥 줄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닥 줄은 닥 껍질에서 짤게 쪼개어 다발이나 실처럼 길게 연결해 놓았는데 이 닥 줄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영감을 주었다고 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에서 빠져 나올 때의 실타래처럼 작가도 작가가 갇힌 세계(미로)에서 탈출구로 인도한 줄이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전 작업들(소년시리즈- 종이의 질감, 마티에르에 중점을 둔 작품들) 제작할 때 손목을 굉장히 많이 써서 고장이 난 상태이다. 이러한 이유로 질감표현에 중점을 둔 작업을 할 수 없어 한동안 작업을 중단하였는데 어느 날 닥 줄이 새로운 작업들에 영감이 주었고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하게 되었다고 한다.

강석문_내 마음 속 오징어_수제한지에 먹, 과슈_69×162cm_2019

앞선 소년 시리즈가 불교적 요소와 주술적 요소들을 품은 소년들을 통해 개인적 염원과 평안을 기원했다면 최근 작업은 외부 세계로의 진출을 꾀했다. 이 변화의 실마리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닥 줄로부터 시작되어진다. 줄과 줄을 연결하여 화면을 만들고 각각의 형상이나 인물들이 줄로 연결되어져 하나의 화면으로 만들어진다. 끈은 하나의 '인연(因緣)'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고 외부로부터의 확장성까지 확보할 수 있어 그의 평소 고민이었던 '사각의 틀'을 벗어날 가능성을 확보했다. 그의 이러한 시도들은 한곳에 정체되어 있지 않고 항상 어디론가 움직이고자 하는 행동반경과 일치한다. ● 그리고 내용적인 면에서는 이전 작업과 마찬가지로 주술적 요소들- 7, 하트, 물고기, 별, '수리수리마수리', '아부라카다부라' 등이 암호처럼 새겨져 있지만 전시의 제목을 보더라도 '너와, 나를 응원한다!'는 건 좀 더 현실적 요소들이 많이 내포되어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숫자 7이 화면 곳곳에 등장하고 7명의 인물들로 구성된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었는데 이것은 한국인이 보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숫자 7을 에둘러 이야기 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등장시켜 부적처럼 행운과 행복을 기원한다. 또한 그가 흥얼거렸던 대중가요나 동요를 화면에 등장시켜 그가 말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직접 표현했다. 그리고 작은 종이의 인물들 모습은 손을 들고 만세를 부르거나 응원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아마도 작가는 나이가 들어감에 오는 불확실성, 사회 환경 등에 불안전한 작가 자신을 모습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강석문_너를,나를 응원해!_수제한지에 먹, 과슈_2019

과거로 돌아가 그와의 첫 만남을 이야기 하자면 '주비모'(주성치와 B급을 사랑하는 모임)라는 모임에서 첫 만남은 이뤄졌다. 이 모임은 주로 b급 코드에 대한 이야기와 아주 유치한 유머로 가득한 모임이었다. 당시 그는 유명작가가 아닌 'c급 작가'라고 스스로 소개하고 완벽한 'b급 작가'가 되기 위해 모임에 참가 하였다고 했다. 가끔 유머러스하고 b급 감성이 노골적으로 보이는 작품들을 회원들에게 보여주곤 했었는데 이때 펼쳐진 작가의 이야기들은 이번 전시 작품들(내 마음속의 오징어, 새싹, 7×7, 등등) 속에 많은 요소들이 보인다. A급이 아닌 B급을 추구한다는 건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한 발자국 물러선 비주류적인 상태를 스스로 추구함은 작가가 주장하는 '빈틈론'과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스스로 빈틈이 많고 덜렁거리며 투박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나 역시 그가 완벽함, 절대적인 것, 정해진 규칙 등등의 것들에 매우 힘들어 하는 것을 보아 왔다. 그도 완벽한 것이 궁극의 목표이긴 하지만 그것들에 대한 압박감이 주는 반격으로 스스로 빈틈을 만들어 낸다. 그 빈틈은 누군가에게, 때론 자신에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 언제든 숨어 들 수 있는 숨구멍을 제공한다. 이러한 것은 자연스럽게 그가 만든 종이와 거기에 표현 되어진 그림과 연결되어 그의 성품대로 작품들이 어눌해 보인다. 만들어진 종이는 정형화 되어 있지 않고 밑그림도 없이 잠시 사색과 함께 그냥 그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본인도 모르는 길로 천천히 들어간다. 작품의 등장하는 인물들도 툭툭 만들어질 뿐이다. 완벽하지 않은 이것들은 빈틈들이 보인다. 허술해 보일 수도 있지만 고도의 계산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인지 그의 체질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질적이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계획되지 않은 불규칙의 펄프들이 자연스럽게 고착되어 종이가 되고 형상이 되고 이야기를 펼친다. 그의 빈틈은 오히려 딱딱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불편한 틈들을 잠재운다. ● 그리고 그의 노림수이던 의도치 않았던 간에 종이와 종이 간극, 즉 틈의 사이로 보이는 배경이 그림 걸리는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틀려지고 다르게 보이는데 이것은 내게 매우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기분에 따라 그림의 배경을 바꿀 수도 있고 전통적 동양화 여백이 실제의 풍경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한국에서) 동양화, 서양화 구분 되어 지는 것이 무의미 하다고 얘기하지만 그는 그의 방식대로 전통적 방식과 그가 배웠던 것들을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의 그림은 과거를 부정하거나 탓하지 않고 쌓여왔던 시간과 체험들이 종이에 스며들고 틈들 사이로 따뜻함과 여유가 살아난다.

강석문_씩씩하게_수제한지에 먹, 과슈_92×91.8cm_2019

예술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거나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종이 작업은 작가와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작가는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험의 길을 선택했다. 멈출 수 없는 세월에 의해 몸은 조금씩 늙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꿈꾸는 소년 같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특정의 인물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작가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그가 꿈꾸는 세상으로 뒤편이 아닌 작가의 작품처럼 '씩씩하게', '앞으로' 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미로에서 온전히 빠져 나올 수 있는 희망의 끈을 그가 항상 놓지 않기를 응원한다. 나 또한 그의 손을, 그가 이어놓은 줄을 잡고 미로 속에서 그가 그려 놓은 별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어떤 이에게 작가의 예술 작품은 아무 의미 없을 수도 있다. 그냥 스쳐 지나치기 일쑤이다. 미술 사학자 곰브리치 말대로 예술은 규칙이 없기 때문에 미술품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시선으로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작가의 바램과 따뜻함, 타인에 대한 배려, 새로운 세상들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당신도 함께 그 끈을 잡고 걸어가길 바란다. ● 멀리서, 때론 가까이서, 당신의 친구 ■ Alberto, f, Sanchez(번역, 지안)

Vol.20190907a | 강석문展 / KANGSUKMOON / 姜錫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