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인: 현대 조각과 공예 사이

Homo Faber: Craft in Contemporary Sculpture展   2019_0905 ▶︎ 2020_0223 / 월요일,1월 1일 휴관

공작인: 현대 조각과 공예 사이展_국립아시아문화전당_201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부이콩칸 BÙI Công Khánh_강서경 Suki Seokyeong KANG 김범 KIM Beom_류웨이 刘韡_마이-투 페레 Mai-Thu PERRET 솝힙 피치 Sopheap PICH_매슈 로네이 Matthew RONAY 토마스 슈테 Thomas SCHÜTTE_서도호 Do Ho SUH 로스마리 트로켈 Rosemarie TROCKEL 팔로마 파르가 바이스 Paloma VARGA WEISZ 클라우디아 비서 Claudia WIESER 양혜규 Haegue YANG_인슈전 尹秀珍

주최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 / 아시아문화원 기획 / 김성원(ACI 예술감독)

관람료 / 4,000원(통합관람권)

관람시간 / 10:00am~06:00pm 수,토요일_10:00am~07:00pm / 월요일,1월 1일 휴관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SIA CULTURE CENTER(ACC)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38 문화창조원 복합3,4관 Tel. +82.1899.5566 www.acc.go.kr

공작인(工作人): 현대 조각과 공예 사이는 현대 조각에서 '공예적 이슈'를 다루는 전시로, 단순히 (수)공예적 재료나 기법 등을 찾아내는 게 아닌, 현대미술에서의 (수)공예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공예, 디자인, 장식, 기능성 이슈들은 현대 미술과 분리되고 대립하고 공존하면서 현대 미술 실천과 그 확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다. 아돌프 로스(Adolf Loos)의 글 장식과 범죄(Ornament and Crime)(1908)에서 "호색적이고 퇴행적"이라는 혐의를 받았던 장식성은 아트&크래프트 운동(Arts&Crafts Movement)과 바우하우스(Bauhaus)에서 그 혐의를 실험성과 기능성으로 되받으며 명예를 회복하는 듯했으나, 1960년대 이후 현대 미술의 과정적, 행동적, 비물질적 실천에 밀려 미술에서 장식(공예/디자인)은 또 한 번 추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공예는 1970년대 이후 현대 미술 전개에서 꾸준히 등장하며 매번 중요한 의미를 만들어 냈다. 간략하게 몇 가지 대표적 사례를 살펴보자.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는 도자기의 기능성은 혐오했으나 도자의 특성에서 형태 실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칼 안드레(Carl Andre)는 역설적으로 석공의 논리로 벽돌이나 철판 유닛을 직접 하나씩 쌓아 올리면서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장인 정신을 계승한다. 마리오 메르츠(Mario Merz)의 원뿔(Cono)(1967) 조각들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기하학적 형태와 일상적 오브제들에 매료된 그의 관심사를 반영하며, 동시에 생물체의 성장과 그 지배 사이의 연속성 패턴과 사회 문화적 맥락을 연결한 작품이다. 알리기에로 보에티(Alighiero Boetti)의 세계 지도(Mappa)(1971~1973)는 아프가니스탄의 익명의 여성 노동력으로 만든 자수 공예 카펫이다. 이 '세계 지도 카펫'은 아프가니스탄의 지역 전통, 그 당시 정치적 상황, 그리고 예술적 전통을 거부하는 개념 미술의 입장이 충돌하는 새로운 예술 실천의 잠재력을 보여 준다. 이들은 모두 각기 다른 태도와 문맥에서, 수공예가 현대 미술의 형태 생산에 관여하고 정치-사회-문화적 맥락을 연루시키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작인: 현대 조각과 공예 사이 전시는 수공예가 가지고 있는 장식성과 기능성이라는 혐의를 현대 미술에서 어떻게 전환시키고 가치화하는지, 그리고 수공예가 담보하고 있는 사회 문화적, 정치적, 지역적 맥락은 현대 미술에서 어떻게 흡수되며 어떠한 의미를 만들어 내는지 질문한다.

부이콩칸_북부 유산_바라밀(잭푸르트) 나무에 손으로 조각_ 188.5×122.5×5cm_2018
강서경_둥근 유랑 - 자리, 두 배 #18-01_ 조합된 구조물, 철에 도색, 화문석, 실, 나무 프레임, 볼트, 가죽 조각, 바퀴_158.4×60.6×30.6cm_2017~8
김범_종이로 포장된 것_ 일상 사물, 착색된 종이 펄프, 목재 받침, 목재 테이블_2016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조각가 가운데 한 명인 토마스 슈테(Thomas Schütte)의 작업에서 (확장된 의미의) 공예적 요소들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조각, 공예, 건축을 아우르는 그의 폭넓은 행보는 "건축가, 조각가, 화가, 우리 모두 공예로 귀의해야 한다."라는 100년 전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의 촉구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물론 슈테의 작업은 "사막 밖으로 정원을 짓고, 하늘에 기적을 쌓아 올리는 예술의 군주"로서 바우하우스 유토피아를 제안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슈테가 환풍기를 보며 집을 상상하고(한 사람을 위한 집들(One Man Houses)(2004)), 요정들이 유희하는 정원(정원 요정들(Gartenzwerge)(2016))을 제안했다고 하여 그가 건축가나 공예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의 건축물은 실제로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실내와 가구들까지 완벽하게 디자인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건축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슈테의 건축과 디자인은 디자인과 예술을 엄격하게 분리했던 도널드 저드(Donald Judd)의 강령에 대응하며, '기능적 가치가 예술 작품의 가치를 방해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 보인다. 이는 이제 관조, 기능, 행동을 모두 동일한 선상에서 다루는 미학적 쟁점에 예술의 기능성을 포함시키며 예술 영역의 확장에 일조한다.

류웨이_커다란 개_소가죽, 나무, 철강_가변크기_2010~7
마이-투 페레_무한한 힘(검은색)_유약 처리한 도자기_30×30cm×5_2019
매슈 로네이_안과 밖 그리고 안과 밖, 다시_ 단풍나무, 참피나무, 자작나무, 오크나무, 염색 등_2013

이번 전시에 소개된 김범 작업에서 종이죽 조각들(종이로 포장된 것(Paper Wrapped)(2016))과 장식적 패턴들로 구성된 벽지 작업(쥐와 박쥐 월페이퍼 포지티브 미디움('폭군을 위한 인테리어 소품' 중에서)(Rats and Bats Wallpaper Positive Medium(from 'Interior Items for Tyrants'))(2016))은 그의 그 어떤 작업들보다도 재료, 방식, 용도에 있어서 수공예가 전면적으로 부각되는 작업이다. 무채색의 종이죽으로 빚은 작은 조각이 세제를 담았던 용기라는 것을 알아맞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 벽지에서 쥐와 박쥐를 반드시 찾아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이죽 조각들과 벽지 모두 '또 다른 이미지'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 작업에서 수공예는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실재와 형상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간극을 보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그의 종이죽 공예와 패턴 벽지는 공예의 장식성과 기능성에 대한 혐의를 보란 듯이 일축하며 예술적 가치와의 공존을 더욱더 확고하게 한다. 클라우디아 비서(Claudia Wieser)는 이번 설치 조각 작업(무제(Untitled)(2017))에서 바우하우스의 미학적 형태뿐만 아니라 수공예 기술과 장인 정신까지 모두 소환한다. 바우하우스 미학에 대한 이러한 참조는 그의 작업에서 예술과 장식품, 미학과 기능성의 경계와 그것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다. 마치 제의식이 열리는 고대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그의 조각 설치 작품은 슈테의 건축과 마찬가지로 기능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의 공존을 허용하게 된다. 한편 팔로마 파르가 바이스(Paloma Varga Weisz)와 매슈 로네이(Matthew Ronay)의 경우, 수공예적 재료와 기법은 내면적, 정신적, 무의식 세계로부터 표출되는 형상을 구현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파르가 바이스는 철저하고 숙련된 수공예적 방법으로 목조 형상들을 조각하며 동시에 현대 미술이나 문화사의 다양한 아이콘들을 소환하고, 그것의 혼성적이고 극적인 스토리를 연출한다. 파르가 바이스는 인간 형상의 이면에 감춰진 '언캐니', '그로테스크', '공포' 등 인간의 심리와 감성을 조각하며, 이로 구성된 공간은 무언의 심리극이 펼쳐지는 비장한 무대와도 같다. 로네이의 작업 세계는 내면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충동적이고 강박적인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는 손과, 나무를 깎고 문지르고 채색하는 노련한 손의 절묘한 합체다. 로네이의 수공예는 초현실주의, 원시 미술, 공상 과학에 나올 법한 기묘한 형상들을 빚어내고 그 형상들이 작품에 식물이나 생물들처럼 유기적이고 진화 가능할 것 같은 잠재성을 불어넣는다.

서도호_서울 집/서울 집/가나자와 집/베이징 집_ 실크 및 스테인리스강 관_397.5×1460.5×723.9cm_2012
팔로마 파르가 바이스_바구니 남자_ 등나무, 석회나무, 채색한 금속 받침대_220×110×110cm_2008
클라우디아 비서_무제_합판에 구리, 도자기, 스테인리스강_ 96.8×246.4×140cm_2017

수공예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기법이나 장식이 아니라, 페미니즘, 소수자, 비주류, 노동, 전통, 지역적 특수성을 호출하며, 현대 미술에서 다양한 쟁점을 제기하고 유의미한 가치를 만들어 낸다. 1980년대 로스마리 트로켈(Rosemarie Trockel)의 '뜨개 그림(knitting pictures)'은 그 당시 독일의 사회 문화적 이슈들을 여성의 입장에서 예리하게 점검한 작품들이다. 플레이보이 로고, 울 마크, 나치 로고가 새겨진 트로켈의 뜨개 그림은 편물 기계로 생산되지만 한 점씩만 존재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공예, 대량 생산, 젠더 이슈를 현대 미술 문맥에서 절묘하게 풀어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소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Till the Cows Come Home)(2016)와 '소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를 위한 연구(Study for Till the Cows Come Home)(2016)은 1980년대 뜨개 그림과는 달리 작가가 지인에게 직접 손뜨개로 제작해 달라고 주문한 작품으로, 청색 모노크롬 회화를 수공예로 제작한 개념 미술 작업이다. 트로켈은 1980년대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들에서도 여성의 손뜨개(수공예/노동/젠더 이슈)로 백인 남성 작가들의 모노크롬 회화(주류/권력/가부장적 제도)에 대한 논평을 지속한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진보적이고 실험적 가치만큼이나 장식적 가치 또한 피할 수 없게 된 오늘날 모노크롬 회화(현대 미술)의 현실을 반영한다. 트로켈의 이 작품은 '장식적 가치는 예술적 가치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오늘날 현대 미술의 입장을 견고히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포스트페미니즘 세대인 마이-투 페레(Mai-Thu Perret)의 작업에서도 남성이 지배하는 서구 미술사가 작업의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페레의 작업은 형식적인 면에서 예술로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구성주의(Constructivism)와 바우하우스 미학 그리고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소외되어 왔던 장식 미술과 공예를 차용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하여 가부장적 제도와 권력 그리고 주류에 대항하며 역사에서 잊히거나 소외된 인물과 형식을 소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양혜규가 선택한 짚풀 공예 조각은 트로켈이 열어 놓은 수공예의 사회 문화 비평의 영역을 더욱더 확장시킨다. 그의 중간 유형(The Intermediate)(2015-) 조각 시리즈와 매듭 조각(검정 속내 두발 희부연이(Biped Chalky of Innate Black)(2015))은 민속성과 수공예를 전면화하며 미술에서 이국적 취향에 대한 오래된 혐의를 벗기고 다양성을 새롭게 정의한다. 추상화되고 의인화된 짚풀과 매듭 공예는 그것의 편재성에 주목하며 지역적 특성과 보편성의 절묘한 공존 관계를 허용하고, 나아가 '문명적 민주주의'를 상상하는 도구가 된다. 뜨개질, 매듭, 바느질뿐만 아니라 걸기, 접기, 펼치기, 엮기, 꼬기, 뒤집기, 붙이기 등 양혜규 작업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수공예적 행위는 일상적, 서민적, 민속적 재료들을 엮으며 독창적이고 유일한 조합을 생산하고, 이질적이고 비선형적 시공간을 자유롭게 쪼개 붙이며 무질서, 혼재, 혼성의 세계를 구축한다. 양혜규 작업에서 언제나 번뜩이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병행하는 수공예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공장의 생산 라인과도 같다. 그의 숙련된 손동작의 무한 반복은 물성에 대한 집중이자 동시에 해방이다.

양혜규_중간 유형–꽃꽂이 드래곤 볼_인조 짚, 분체도장 스테인리스강 프레임, 분체도장 금속 격자망, 바퀴, 인조 식물, 박, 너설_156×125×127cm_2016
인슈전_무기_헌옷, 칼, 일상용품_가변크기_2003~7

향토적 재료, 수공예적 기법, 그리고 이들과 연계된 아시아적 쟁점들의 노출은, 오늘날 세계화에 따른 문화적 평준화의 모순 앞에서 이국 취향에 관한 철 지난 논란을 종식하고, 과거와는 다른 차원에서 다양성의 밑그림을 제안한다. 부이콩칸(Bùi Công Khánh)의 작업에서 목조와 도자 공예는 베트남 전통의 정신을 현재와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이며, 동시에 자신의 가족사와 역사를 중첩시키고 베트남의 남북문제와 같은 정치 사회적 현안을 현대 미술 문맥에서 읽을 수 있게 한다. 강서경 작업에서 수공예는 한국적 전통을 재해석하며 작업을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강화도 화문석 장인과 협업한 자리 검은 자리 122 x163(Mat Black Mat 122x163)(2018)시리즈는 조선 시대 1인무인 '춘앵무'를 위한 돗자리를 그의 작업에 근간이 되는 최소 단위/플랫폼으로 전환시킨다. 또한 강서경 작업은 한국 전통 악보인 '정간보'의 원리를 분석하고 추상화한다. 거기에서 탄생한 최소 단위들이 유기적으로 조합, 배열, 중첩되는 과정을 거치며 기하학적 형태를 형성하는 과정은 장인적 완성도와 수공예적 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솝힙 피치(Sopheap Pich) 작품의 외관은 캄보디아 전통 공예를 참조한 듯하지만, 사실 그의 작업 방식과 같은 전통공예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들은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등나무, 삼베, 대나무와 같은 향토적 재료를 사용하며, 그리드를 기반으로 엮는 무한 반복적인 행위를 통하여 완성된다. 그의 작업에서 전통 재료와 미니멀리즘 정신의 차용은 작가 자신의 개인사와 역사, 신화, 민속 전통의 연결과 그것의 개념화를 정당화한다. 류웨이(Liu Wei)가 선택한, 개껌의 재료(황소 가죽 내피)를 바느질로 꿰매는 가죽 공예 방식은 오늘날 건축과 권력 관계,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에 대한 논평의 수위를 한층 더 예리하고 위트 있게 만든다. 인슈전(Yin Xiuzhen) 작업의 근간이 되는 바느질은 다수의 익명의 삶의 흔적을 잇고 집단적 기억과 역사를 반영하는 기념비를 가능하게 한다. 기념비를 전통으로 하는 조각은 여전히 우리의 문화적 소속이 집적된 양식으로 나타난다. 서도호의 서울 집/서울 집/가나자와 집/베이징 집(Seoul Home/Seoul Home/Kanazawa Home/Beijing Home)(2012)은 장인적 완성도, 첨단 기술, 한국의 지역적 특색을 절묘하게 조합하며, 서구 모더니즘에 지배당하던 한국, 아시아 미술 현장에 새로운 문제들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패브릭(fabric) 건축' 시리즈와 '수트케이스 홈(suitcase homes)'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한국 전통 바느질을 통해 개념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전통과 갱신, 수공예와 최첨단, 상실과 재발견, 이동성과 정체성의 이슈를 다룬다. 서도호의 작업 세계는 세계화에 순응하지 않으면서 오늘날 진정한 세계화된 문화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질문한다. ■ 김성원

Vol.20190908i | 공작인: 현대 조각과 공예 사이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