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부엉이

민율_차주용 2인展   2019_0916 ▶︎ 2019_0929

작가와의 대화 / 2019_0918_수요일_06:30pm

기획 / 봄 미술문화 연구소 www.bomartlab.blog.me

관람시간 / 11:00am~06:00pm

에쓰 알씨 루인스 SRC RUINS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432(문래동3가 58-77번지) 1층 Tel. +82.(0)2.2632.0114/5

2019년 가을, 봄 미술문화연구소에서 기획한 전시 『집에 있는 부엉이』는 흔히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민율, 차주용 두 작가의 말 건네기입니다. 1975년에 발표한 동화작가 Arnold Lobel의 책 제목이자 주인공인 『집에 있는 부엉이』는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친구입니다. 늙고 가엾은 겨울을 집에 들여 소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호기심이 많아 위층과 아래층 동시에 존재하기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특히 슬펐던 일을 생각하며 흘린 자신의 눈물을 모아 차를 끓여 짭조름한 맛을 즐기는 모습은 흡사 예술가의 상상력과 실험정신을 느낄 수 있는 그것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 이 전시가 펼쳐지는 장소는 시간과 공간이 함께 호흡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다층적인 시공간의 레이어 속에 일상의 경험과 기억 등 개인의 삶을 담으며, 장소와 상호관계를 주고받습니다. 이와 같이 일상의 장소를 작가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새로운 공간으로 펼쳐내는 예술적 실천은 관람자들에게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감각적으로 재인식하게 합니다. ● 민율 작가는 그가 건네는 시선을 따라 '기억하고 기록하기'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주변에 놓여있는 평범한 사물들이 기억하는,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들에 관한 기록을 통해 바라본다는 개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소파, 아버지의 낡은 책, 깨진 컵 등 우리가 일상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기록하는 작가의 의식은 고스란히 관람자들에게 이입되고, 그의 작품을 마주하는 이들 역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 차주용 작가는 대자적 존재로서의 화자(話者)인 '주엉이'를 등장시킵니다. 작가는 일상에서 종종 가치 충돌과 마주하며 그 속에서 공존하는 불안과 희망은 그를 정처 없이 떠돌게 하는 자극제로 작용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존재론적 시각을 갖게 하며 이를 예술적 정처에 접목하는 작업으로 잇게 합니다. 커피잔의 얼룩을 눈물로 인지하여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은 흡사 착한 부엉이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 전시는 작품이 관객과 만나 상호작용을 할 때 완성된다고 합니다. 기획전 『집에 있는 부엉이』를 통해 삶과 예술의 틈에서 공존하는 존재의 가치에 대해 함께 사색하기를 희망 합니다. ■ 유혜경

민율_소파에게 쏟아놓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2

민율 ●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업이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이 중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들은 매우 특별했거나 자극적인 일들이다. 일상에서 벌어졌던 사소하고 평범한 일들은 기억에 남지 못하고 잊혀지게 된다. 그러나 삶의 소소한 순간들이 특별했던 순간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소소한 시간들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더 중요하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소소한 시간들을 나와 긴 시간 함께한 물건들은 기억할지도 모른다. 『기억하다』 시리즈는 이런 평범하고 소소한 시간들에 물든 오래된 작은 물건들의 이야기이다.

기억하다1 : 소파이야기1-소소한 일상의 기록: 하루하루 소파 위에 놓여진 물건들을 드로잉하다. ●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오면 방안에 있는 작은 소파 위에 그 날 가지고 다녔던 물건들과 옷가지 등을 내려놓는다. 가방, 우산, 그 날 읽었던 책, 핸드폰, 모자, 청바지, 티셔츠, 지갑……. 그날그날 소파 위에 올려지는 물건들은 다르다. 그 위에 놓였던 물건들을 보면 그 날을 기억할 수 있다. 비가 왔는지, 날씨가 추웠는지 더웠는지, 바쁜 날이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 날이었는지. 내가 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소파 위에 놓여진다. 소파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기억들을 내가 하루 동안 가지고 다녔던 물건들을 통해, 종일 입고 다녔던 옷가지들을 통해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혹은 내방 작은 소파가 기억하는) 지나간 나의 시간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2-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기억하는 물건들의 색 ● 내가 하루 동안 지니고 다닌 물건들은 그 날 하루를 기억한다. 어디를 갔었는지, 날씨는 어떠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등을 갔던 곳의 먼지가 묻음으로써, 그곳의 냄새가 뱀으로써 기억하고 있다. 이런 물건들이 소파 위에 놓이면 그 물건의 색이 소파에 스며들며 그 날을 이야기한다. 소파는 이 이야기들을 기억한다.

민율_아버지의 단떼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8

기억하다2 : 아버지의 단떼 ● 아버지가 더 이상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사실을 통보 받고 집을 휠체어가 다니기 편하게 하기 위해 정리하다가 아버지의 책장에서 언제 출간된 건지 가늠하기도 힘든 낡은 책 한권을 발견했다. 책장의 한 구석에서 잊혀진 채, 먼지 쌓인 상태로 긴 세월을 보냈을 그 책은 내 아버지의 젊은 시절부터 함께했던 책이다. 그 책에는 긴 세월 동안 아버지의 소소한 시간들이 물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힘이 하나도 없는 아버지의 시간이 너무 빨라 나의 잰 걸음으론 그 시간을 붙잡을 수가 없다. 단지 아버지의 소소한 시간들이 아버지의 낡은 단떼에서 피어나는 것을 바라볼 뿐이다.

민율_나의 낡은 운동화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8

기억하다3 : 나의 낡은 운동화 ● 따닥따닥 걸을 때 마다 소리가 났다. 아마 밑창에 작은 돌 하나가 박힌듯했다. 빼버릴까 생각하다 그냥 두고 탭댄스를 춰보기로 했다.

민율_그녀의 초록 컵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72.7×90.9cm_2019

기억하다4 : 그녀의 초록 컵 ● "어! 언제 깨졌지?" 그녀가 말했다. 그날 이후부터 난 그녀의 부엌 장 한 켠에 살기 시작했다. ■ 민율

차주용_tears#23_캔트지에 혼합재료_20×20cm_2019
차주용_tears#29_캔트지에 혼합재료_20×20cm_2019

차주용 ● 호로록~ 주엉이는 작업을 하면서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해요. 커피는 아침을 상쾌하게 열어주죠. 또 커피는 나른한 오후에 한 잔 마시면 하는 일이 잘 풀리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주엉이는 커피잔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았죠. 주엉이가 커피를 마시면 마실수록 커피잔은 눈물을 주르륵 주르륵 흘리는 거였어요. 주엉이는 커피잔의 눈물에 당황했어요. 그래서 커피잔에게 얘기했죠. "커피잔아~ 너는 왜 그렇게 눈물을 흘리니?" 커피잔은 말이 없었어요. "아! 내가 너의 몸속에 커피를 부어서 뜨거웠구나! 그러면 시원한 커피를 담아줄게!" 그리고는 얼음을 넣은 시원한 커피를 잔에 넣었어요. 그리곤 맛있게 마셨죠.

차주용_tears#32_캔트지에 혼합재료_20×20cm_2019
차주용_tears#37_캔트지에 혼합재료_20×20cm_2019
차주용_지난 겨울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9

하지만, 커피잔은 여전히 눈물을 흘렸어요. 주엉이는 또 생각했죠. "아! 커피가 너무 차가워서 눈물을 흘렸구나! 그러면 이제부턴 내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커피를 담아줄게." 그러곤 미지근한 커피를 담아서 맛있게 먹었어요. 주엉이는 미지근한 커피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커피잔이 눈물을 흘리지 않길 바라며 맛있게 마셨어요. 하지만, 커피잔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어요. 주엉이는 당황스러웠어요. 그래서 생각 끝에 주엉이는 "그러면 너에게 맑은 물만 부어 마실게." 하고 말했어요. 그 후 주엉이는 커피잔에 생수만 부어 마셨죠. 그 후론 커피잔에 눈물을 흘린 흔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제야 주엉이는 안심할 수 있었답니다. ■ 차주용

Vol.20190916c | 집에 있는 부엉이-민율_차주용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