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 너를 숨겨 놓았다

김미경展 / KIMMEEKYUNG / 金美瓊 / drawing.painting   2019_0918 ▶︎ 2019_1001

김미경_제주 가시리 구석물당_펜, 수채_58×77cm_20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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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페이스북_www.facebook.com/meekyung.kim.14

초대일시 / 2019_091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7:00pm

창성동 실험실 갤러리 CHANGSUNGDONG LABORATORY GALLERY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2길 11-5(창성동 144번지) www.cl-gallery.com

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2017년 가을부터 나무가 자꾸 보였다. 서촌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서촌 풍경을 그릴 때만 해도, 그림 한 귀퉁이에 엑스트라처럼 자리잡았던 나무들을 자꾸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싶어졌다.

김미경_오늘도 걷는다3_펜_70×116cm_2019
김미경_인왕산 소나무3_펜_61×46cm_2019

지난해 초 제주도 중산간 마을 가시리 ‘구석물당’에서 큰 동백나무를 만났다. 성황당 격인 구석물당 나무는 폭력과 학살과 전쟁으로 마음이 갈갈이 찢긴 가시리 사람들을 위로해주며 수 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오고 있었다. 그 후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성황당 같은 느낌의 나무들을 그리며 돌아 다녔다. 늘 나를 지켜주는 서촌 집 앞 느티나무부터, 전남 강진, 경북 경주·포항, 충북 괴산, 강원도 강릉 그리고 딸이 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나무들까지. 나무야말로 나이가 들면서 더 근사해지고, 인간세계의 일을 다 짐작하면서도 말이 없고,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우리가 이 멋진 나무들의 친구로 살고 있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자꾸 나무를 그리는 듯도 싶어졌다.

김미경_제주 동백마을2_펜, 수채_36×26cm_2019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은 「제주도 가시리 구석물당」과 「오늘도 걷는다 3」이다. 나무 연작의 출발점이 된 「제주도 가시리 구석물당」은 구불구불한 가지와 검은 현무암 위에 꽃잎이 점점이 떨어진 모습을 표현했다. 모진 세월을 견디며 아름다움을 벼려낸 동백나무의 강인함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김미경_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_펜_72×50cm_2019

플라타나스 가지가 드리워진 서촌 거리를 그린 「오늘도 걷는다 3」은 첫 전시회에 등장했던 「오늘도 걷는다 1,2」의 2019년 버전이다. 세 작품 모두 경복궁 서쪽 영추문 앞에 앉아 그린 것인데, 동네 풍경과 걸어 다니는 전투경찰들의 모습이 도드라졌던 전작들과 달리, 「오늘도 걷는다 3」은 길거리를 휘감아 도는 나무들에 초점을 맞췄다. 1,2를 그렸던 것과 똑같은 자리에 4년 만에 다시 화구를 가지고 와 앉았더니 나무들의 넉넉한 품새가 새롭게 눈에 들어와 한층 열린 시선으로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김미경_제주 동백마을 돌담_펜_26×36cm_2019
김미경_제주 동백마을 산수유 돌담_펜, 수채_36×26cm_2019

이번 전시회는 다음 작업을 살짝 맛볼 수 있는 예고편의 성격도 지닌다. 연작 작업 중인 춤 그림과 제주 돌담 작품들도 몇 점 선보인다. ■ 김미경

Vol.20190918a | 김미경展 / KIMMEEKYUNG / 金美瓊 / drawing.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