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 영원한 공존 Maitreya; Coeternity

유혜숙展 / YUHAESOOK / 劉惠淑 / photography   2019_0918 ▶︎ 2019_0924

유혜숙_인후동55 Inhudong55_잉크젯 프린트_80×107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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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918_수요일_05:00pm

후원 / 심산장학문화재단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3 Tel. +82.(0)2.733.8877 www.gallerymeme.com

어느 날 금산사 주변의 작고 오래된 집에서 염원을 담은 수많은 초와 그 촛불에 검게 그을린 불상과 마주하게 되었다. 불상의 머리 부분은 누군가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 상태였는데, 이 작은 불상의 기이한 표정은 한동안 짙은 잔상으로 남아 맴돌았다. 예기치 않았던 만남은 어떤 의문을 촉발시켰다. '이 불상의 정체는 무엇인지?', '왜 그곳에 있으며 그토록 생경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사람들이 이 불상을 왜 '미륵 할머니'라고 부르는가? 에 대한 것이었다. 우연처럼 다가온 미륵과의 인연은 집 앞에 병풍처럼 넓게 펼쳐져 있는 모악산을 바라보며 내 마음 깊숙이 간직해 온 현세 속 영원성의 공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주었다.

유혜숙_건동리94 Geondongli94_잉크젯 프린트_80×107cm_2019
유혜숙_과립리86 Gwalibli86_잉크젯 프린트_80×107cm_2019

사진 연작 「미륵」은 전라북도 소재의 모악산을 시작으로 진행되었다. '어머니 산', '큰 산'으로 불리며 이 지역의 미륵신앙을 일궈낸 금산사를 품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의 백제 무왕부부의 미륵사지 설화와 더불어 이곳은 통일신라, 후백제, 고려를 지나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얽힌 다양한 미륵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미륵신앙은 근대에 이르러 증산교, 원불교, 동학 등 근대 민족종교와 사상에 영향을 주었다. 미륵에 대한 사진작업은 김제, 정읍, 고창, 부안, 임실, 오수, 남원, 전주 등지에 분포하는 미륵불과 그 신앙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 속, 마을 주변, 도로변, 작은 절집, 사찰의 미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그 자체로 이 작업의 실질적 과정이었다.

유혜숙_건동리24 Geondongli24_잉크젯 프린트_60×85cm_2018

사람과 미륵 사이에 존재해 온 상생과 갈등의 흔적은 잘려나간 신체의 일부들, 마모된 코와 눈 그리고 본래의 자리로부터 이탈하여 낯선 어딘가에서 발굴되는 미륵의 모습 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미륵들은 다분히 기형적이고 분열적 존재로, 현실세계 어느 지점에 희미하게 잔존한다. 미륵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수용형태도 개별적이고 다층화 되었다. 우리 앞에 도래하지 않은 메시아를 상상하고 갈구하는 마음으로부터 탄생한 미륵은 각기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만들어졌기에 모두가 다르고 동시에 모두가 같다. 이러한 미륵은 낮은 차원의 접근을 허용하여 친근한 방식으로 신을 소환해낸다. 미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동안 사람들의 터전 가까운 곳에 세워진 미륵에서 신의 현현을 느끼고 깊이 감응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 현세의 고난과 혼란으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구원자를 기원하였던 간절함은 시공을 넘어서는 영성의 매개로 작동한다. 이 시대의 미륵이 살고 있는 공간들을 사진으로 기록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근대화 이후 급속하게 진행되어 온 진보와 발전의 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부조리와 혼란, 갈등과 파괴의 구조와 역학관계의 대립각이 소멸 되어지는 완충지, 즉 실재하는 성소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비추어 내고자 하였다. 자연의 영험함 속에 인간의 정성과 염원을 쏟아 탄생한 미륵불은 우리 민족의 애환과 해학을 담은 한편의 축적된 서사시라 할 수 있다. 본 「미륵」연작은 미륵의 현대적 양상과 일상의 편재성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이자 인간과 신사이의 대화가 머물고 있는 공간에 새겨진 마음의 역사에 대한 첫 보고서이다. (2019,7) ■ 유혜숙

유혜숙_덕음암34 Deog-eum-am34_잉크젯 프린트_50×67cm_2018

One day I came across many candles lit for making wishes and a statue of Buddha which was blackened by the candles in a tiny old house near Geumsan Temple. The head of this small statue was recreated by someone, whose strange facial expression has lingered deeply in my mind for a while. The unexpected encounter raised some questions. 'What is this statue?' 'Why is this located there and why does it look at us with such a peculiar facial expression'? 'Why is it called Maitreya grandmother?' Such a coincident encounter triggered my interest in eternal coexistence in this world that I've had deep in my mind, while looking at Mt. Moak unfolded broadly in front of the house like a traditional folding screen.  ● The photograph series 「Maitreya」 began with Mt. Moak in North Jeolla Province. Geumsan Temple is nestled in the mountain which is called 'Mother Mountain' and 'Great Mountain' and where Maitreya belief has been cultivated. In this area, there are various stories about Maitreya during Unified Silla Kingdom, Post-Baekje, Coryeo and Joseon Dynasty (Japanese invasion of Korea), as well as the folktale about King Moo and his wife of Baekje surrounding the  Mireuksa Temple in Iksan. The belief has also influenced Korean native religions and beliefs such as Jeungsangyo, Won Buddhism and Donghak in modern days. The photographs on Maitreya have naturally expanded as I traced back the Maitreya Buddha statues and its belief across Gimje, Jeongeub, Gochang, Buan, Imsil, Osu, Namwon and Jeonju. The journey to explore Maitreya statues scatted across the country (remote areas such as deep mountains, village surroundings, roadsides and small and big temples) was a substantial process of this photographic work in itself. ● The traces of mutual prosperity and conflict between people and Maitreya can be clearly found in the amputated body parts, worn-out noses and eyes and Maitreya statues removed from their original places and found in unfamiliar locations. These Maitreya statues remain vaguely in some location in the real world as a quite deformed and fragmented being. The public recognition and acceptance of Maitreya has been individualized and diversified. Maitreya has been born out of wishes and yearnings for a messiah to come; in other words, out of different reasons and purposes. Maitreya statues are all different yet all the same for that reason. The Maitreya summons God in a familiar manner by allowing low-level access. When I was taking pictures of Maitreya statues, I met people who felt the presence of God and were touched by the Maitreya statues standing near their homes. ● The desperate yearning for a new world free from hardship and chaos in this world and for a savior works as a medium of spirituality beyond time and space. By capturing images of where Maitreya statues stand in this modern world, I ultimately intended to shed light on the road to a buffer zone in which the conflicting structure and dynamics of irrationality, chaos, conflict and destruction caused by rapid advancement and development following modernization, are dissolved; or a bona fide sanctuary. The Maitreya Buddha statues, which have been made based on human devotion and yearning amid the spirituality of nature, can represent an epic poem that contains sufferings and humors of Korean people. The 「Maitreya」 series is a process of photographic recording and reinterpretation of Maitreya in a modern sense and its ubiquity in everyday life; and the first report on the history of minds carved in the space where dialogue between people and God takes place. (July 2019) ■ Yu Haesook

Vol.20190918d | 유혜숙展 / YUHAESOOK / 劉惠淑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