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LESBIAN!

KSCRC_언니네트워크_읻다_보지파티展   2019_0919 ▶︎ 2019_0929

레즈비언! LESBIAN!展_별관_2019

초대일시 / 2019_0919_목요일_06:00pm

기획 / 문상훈_이지오

관람시간 / 02:00pm~08:00pm

별관 outhouse.seoul 서울 마포구 망원동 414-62번지 2층 facebook.com/outhouse.info instagram.com/outhouse.seoul

예술가의 사회 참여 예술이 예술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은 것은 불과 40년 밖에 되지 않았다. 사회 참여 예술이 예술의 범주에 속하는가 하는 의문은 예술가가 예술가보다는 전문적인 지역 사회 지도자나 운동가, 정치가, 민속학자, 사회학자가 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했다. 더욱이 위의 학문들 사이에서도 예술가의 활동은 아마추어적이라고 폄하된다. 또한 사회 참여 예술은 예술가 개인의 지위를 약화시키며, 예술계의 자본주의 시장 구조와도 전혀 맞지 않다고 비난받았다. 하지만 사회 참여 예술은 다른 학문에 속한 주제와 문제에 달려들어서 그것들을 한시적 모호함의 영역으로 옮겨 놓는다. 그로 인해 사회 참여 예술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예술가는 실천의 정신 아래 예술 활동을 지속함으로써 그 존재가 미술계로 수용되었다. 이후, 사회 참여 예술은 과정 중심적이고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개념 작업이기 때문에 사회 운동가 집단 등에서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 이와 동시에, 활동가들은 사회적 발언의 수단으로 예술의 형식을 사용해왔다. 한국 레즈비언 활동가들 또한 사진, 영상 혹은 사회 참여 예술에서 취하는 방식으로 레즈비언 가시화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퀴어본색』, 『작전L』, 『경계: 그녀들의 시선』, 『프로젝트 부치웨이』, 『정상가족 관람불가』 등의 전시가 있었으며, 퀴어문화축제 부스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작업물이 전시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전시들은 미술계에서 회자되지 않았고, 참여 작가들은 미술, 영화, 사진 전공자가 일부 참여했음에도 이들에게 이 전시들이 경력이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레즈비언! LESBIAN!展_커뮤니티 내 비난들_별관_2019

한국에서 자신을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하고 작업을 한다는 것은 작업 이외에 다른 싸움을 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실정에 맞추어 한국에서의 레즈비언 미술은 활동명이라는 익명성과 단체라는 집단성으로 존재해왔다. 익명(활동명)에 기댄 다양한 작업들, 정체를 숨기고 경계를 흐리고 다니는 존재들. 이들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반동분자들이자 얼굴 없는 예술가들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활동은 레즈비언 미술로서 조명되지 않았고 역사화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활동가 개인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해 의미화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활동가 집단의 예술 활동을 예술의 영역 안에서 다루고, 활동가 집단에게 예술가로서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다음은 활동가 집단의 예술가적 맥락이다.

언니네트워크_L Community Timeline_2016
언니네트워크_비정상가족들의 비범한 미래기획_책_2012

커뮤니티에서 시작하는 예술계로의 확장성 ● 사회 참여 예술 프로젝트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에 의존해야 하며 그런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기제이다. 예술가는 커뮤니티를 필요로 하며 어떤 경우, 예술을 목적으로 보수를 주며 참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반면, 활동가들은 사회적 활동을 목적으로 이미 구성되어 있는 커뮤니티에서 예술적 행위를 한다. 방법론적으로 미술의 형식을 사용한 것이다. 예술가들이 커뮤니티에서 내집단 내에서 유대를 구축하기까지는 오랜 과정이 필요하고 때로는 그 유대 형성에 실패하기도 한다. 하지만 활동가 집단의 경우, 이미 만들어진 커뮤니티 안에서 예술적인 활동을 하기 때문에 예술을 위해 커뮤니티를 형성해야하는 과정이 불필요하다. 문제의식이 발생되는 지점 또한 다른데, 사회 참여 예술의 경우, 예술가가 의제를 들고 오거나 사회적 문제에 대해 커뮤니티가 예술적으로 발언하기를 유도하는 반면, 활동가 집단에서의 예술 활동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이때 발언의 주제 및 방법에 대해서도 민주적 과정을 거친다. 또한 활동가 집단은 동기가 내부에 있으며 활동가 개개인이 당사자성을 갖기 때문에 커뮤니티가 도구화되는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그들이 스스로를 예술가로 규정하고 작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정 자체는 다르지만 이들의 활동의 결과물이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는 그 과정 또한 읽어낼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문상훈_언니네트워크 어떤사진관 「프로젝트 부치웨이, 2010」에 대한 오마주_2019

집단 활동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의 역할 ● 동시대에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공유 및 확산으로 주목을 받게 되고 그로인해 힘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예술계에서도 이런 활동이 갖는 힘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소셜미디어로 인한 주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선과 담론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현재의 예술계의 상황과 같이 소셜미디어가 없던 시절의 켜켜이 쌓여온 활동들 또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또한 그들이 현재에도 어떤 활동을 이어가는가에 대한 관심도 함께 가야할 것이다.

KSCRC_10대 여성이반 레인보우 브릿지 프로젝트: 퀴어뱅_public project_2008~12
KSCRC_「레주파 편집본」 「RainbowRing 잡지, 2009~2011」 「드랙킹 싼초싼티, 2010」 「최초 이반업소지도」 「KSCRC 10주년 기념 라이벌 콘서트 포스터」 「이반지하 악보」 「전시도록: 작전L, 2005」

실천적 태도로서의 예술성 ●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자 했던 점도 사회 참여 예술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당시 활동하던 '레즈비언 미술가'들이 바라던 바는 무엇이었을까? 미술계로 진입하는 것이 과연 활동가 집단이 원하는 것이었을까? 그들이 바라던 성과는 무엇이었나? 다음은 2005년 『작전L』전시에서 밝히는 기획의도의 일부이다. ● "미술에 있어서의 동성애 담론이나 작업들은 그것이 남성동성애자들에 대한 것이건 여성동성애자들에 대한 것이건 간에 현 이성애 중심사회에서는 해석의 여지가 불분명한데다가 그것의 존재조차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 사회 - 이성애중심적이며 동시에 성차별적인 -에서 미술에서의 재현방식이나 재현할 장소 혹은 어쩌면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의 배양까지도 남성동성애자들과 여성동성애자들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분명 다른 경험들을 생산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에서 부재한 동성애적 코드나 표현 중에서도 더더욱 찾아보기 힘든 여성동성애자들의 경험적 표현은 그만큼 존중되어야 하며 격려 받아야 한다." ● 서문에서 밝히듯 일련의 전시들은 레즈비언 및 소수자의 사회적 가시화를 바라고 기획됐고, 예술적 성취보다는 사회의 실질적 변화가 그들이 원하던 바일 것이다. 작품으로 세상이 변하기를 바랐던 그들이 예술가가 아니라면 누가 예술가인가?

보지파티_보지비누_비누_2019
읻다_Here Comes Lesbian!_영상_2011 읻다_Lesbian Map_2011~
문상훈_작가 인터뷰: KSCRC 대표 홀릭, 언니네트워크 활동가 나기, 읻다 Artivist 지오, 보지파티 당근_단채널 영상_00:27:19_2019

한국에서의 레즈비언미술의 역사는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늘 존재해왔으나 그동안 미술사에 위치하지 않았다. 본 전시는 레즈비언 활동 집단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고, 그들의 활동을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했다. 이미 의미 있는 그들의 활동에 대한 타인의 가치 판단은 오만할 것이다. 다만, 전시를 기점으로 활동가 혹은 익명의 집단이 하는 활동을 어떻게 맥락화해야 할지에 대해 질문해야 할 것이다. * 본 전시는 촬영으로 기록되어 작가들의 인터뷰와 함께 2019년 10월 6일 합정지구 『퀴어락』 전시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 문상훈

Vol.20190922g | 레즈비언! LESBIA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