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의 몽상 The Reverie of Rest

이은채展 / YIEUNCHAE / 李恩采 / painting   2019_0925 ▶ 2019_1001

이은채_핀란드의 영광 Glory of Finland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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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0925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28 신관 1층 Tel. +82.(0)2.737.4679 www.gallerydos.com

기억을 상기시키는 장치로써의 촛불 ● 촛불이란 개인의 경험과 추억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고독과 사색을 나타내기도 하며 희망과 기원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은채 작가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촛불, 램프의 빛은 서정적인 알고리즘으로 우리를 상상력과 기억력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작가에게 불을 켜는 행위는 몽상으로 가는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불이 켜진 공간에 새롭게 자리하는 기억의 물질성을 나타낸다. '촛불의 미학'의 저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촛불을 바라보는 사람은 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촛불을 바라보며 깊은 명상에 잠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촛불을 단순히 빛을 내며 타는 물질 그 이상의 것, 우리를 내면의 세계로 이끄는 신비로운 물질로 보았기 때문이다. 켜진 램프와 촛불은 영원히 소유하거나 다시 구현할 수 없다. 그러나 작가는 작품 안에서 빛으로 이끌어 낸 사색을 초현실주의적 구성으로 재구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일렁이는 불빛 안에서의 몽상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이은채_핀란드의 빛 The Light of Finlandia_캔버스에 유채_89.4×145.5cm_2019
이은채_깊은 평화 Deep Peace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9
이은채_대지의 몽상 The Reverie of the Mother Earth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9

청록색의 벽지와 소파, 침대, 의자 등 안락함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인 물건들과 안경, 담요, 화병, 도자기, 벽에 걸린 각기 다른 명화들은 작가의 어느 순간의 기억들을 상기시키는 장치들이다. 그리고 이 장치들을 작동시키는 것은 불이 켜진 램프이다. 화면 정 가운데 혹은 사이드에 위치하면서 정적으로 공간을 환기시키며 어떠한 기억과 몽상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처럼 일상적 장치들은 램프의 빛을 만나 가상과 현실, 비합리의 세계와 합리의 세계의 결합을 이끌어낸다. 독일의 물리학자 및 저술가인 리히텐베르크는 인간이란 고독 속에서 몽상하고 있어도 촛불 앞에 서면 그 외로움의 정도가 다소 감소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몽상의 세계로 들어가 현실에서는 느끼지 못한 안락함과 편안함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그림 속 한편에 어디선가 한번쯤은 본적이 있는 동서양의 명화들을 그려 넣는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이미지는 감상자에게 친근함을 불러일으키고 감정을 이입시켜 작가의 몽상과 사색을 공유 할 수 있는 훌륭한 장치가 된다. 외부와 실내, 침묵과 사색, 밝기와 어둠, 정지와 정적 등이 대치되며 작가가 만들어 낸 몽상의 세계는 우리가 살아온 실존의 세계와 맞물려 기억을 재생산한다. 작품 속 오브제들은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며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동서양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 이국적 풍경이나 요소 안에 동양적인 오브제들을 은근하게 병치하여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관람자의 상황에 따라 친근하면서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현실의 오브제와 색채의 병치 그리고 촛불이 가진 시적이고 서정적인 공간의 창출이 빚어내는 조화는 작가가 가시적 세계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정신적 세계의 상상, 꿈, 환상의 재현을 통한 예술적 리얼리즘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은채_Going Home_캔버스에 유채_60.6×91cm_2019
이은채_깊은 평화 Deep Peace_캔버스에 유채_72.7×91cm_2019
이은채_깊은 평화 Deep Peace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8

정적인 배경과 일상적인 오브제는 촛불이나 램프를 켜는 순간 현실과 다른 빛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빛의 공간 속에서 작가는 영적이고 내면적인 소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빛은 시공간을 초월한 상상의 세계와 나아가 미래와 만나게 해주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촛불이 지닌 내밀하고 보편적인 성격은 아주 다양한 영역에서 개인적인 경험들과 추억들을 연상시키는 계기를 제공한다. 촛불은 고독이나 사색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의 잠재된 희망을 표출해내며 내면의 세계와 정신적으로 소통하게 해준다. 이은채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작가의 기억을 탐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과 소통하며 숨겨진 소망과 기원을 발견하거나 잊고 지낸 과거의 추억과 상처 혹은 영광으로 가득한 어떤 과거나 미래의 한순간과 조우하게 된다. ■ 성이경

Vol.20190925e | 이은채展 / YIEUNCHAE / 李恩采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