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의 유혹

The Allurements of Still-Life展   2019_0928 ▶︎ 2019_1218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9_1004_금요일_04:00pm

참여작가 구본창_구성연_구자승_김덕용_김진화_남택운 박상화_배준성_오흥배_유벅_이매리_이미주_이사라 이석주_전강옥_정보영_정운학_조영대_하루.K

관람시간 / 09:00am~05:30pm / 월요일 휴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 MUAN SEUNGWOO OH MUSEUM OF ART 전남 무안군 삼향읍 초의길 7 Tel. +82.(0)61.450.5482~4 museum.muan.go.kr

'정물화'의 역사를 살펴보았을 때, 우리가 미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화가뿐만 아니라 감상자 모두 특정한 시대의 관습적인 눈의 경험-보는 방식-과 역사적 코드를 벗어나 개인적인 기질을 통해 어떤 대상의 표면에서 내부로 들어가 유기적으로 얽혀 거기에 몰입하려면, 가장 적합한 대상이 바로 정물, 혹은 정물화(Still-Life)라는 사실이다. ● 19세기에 프루스트는 종교적 알레고리를 넘어 개인적인 시선과 감정들이 표상되었던 획기적인 샤르댕의 정물화로부터 당대의 근대적 의미를 읽어내었다. 말라르메 역시 프루스트처럼 마네의 정물화로부터 기계문명의 발달로 인해 빨라진 시간과 추상화된 공간에 대한 새로운 근대적 개념을 이해하였으며, 그는 화가 주체가 재현의 전통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든 것을 정물이라는 대상에 투사시켜 건져 올린 개인적 감각들을 화면에 그려내는 과정을 '몰입 현상'이라고 말했다. 어디 이뿐인가. 우리는 새로운 문법으로 다양한 현대미술의 장을 열어젖혔던 기념비적인 정물화, 예를 들면 고흐의 해바라기나 세잔의 사과, 개념미술을 탄생시켰던 조셉 코수스의 의자와 뒤샹의 변기 오브제, 그리고 포스트모더즘 시대의 몸에 관한 담론을 전개시켰던 신디 셔먼의 마네킹 인형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 보드리야르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자본주의 시회에서의 모든 교류는 인간이 아닌 사물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말을 상기해볼 때, 화가 주체가 대상으로서 정물을 선택하고 페인팅하는 과정은 마치 주변에 부유하고 있는 수많은 언어들 중에서 몇 개를 선택하여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화가가 그린 정물은 인간이 지닌 오랜 문화적 내력을 품고 있는 사물의 어떤 상징, 기호이거나 새로운 의미를 부가하는 알레고리 혹은 의미를 끊임없이 지연시키는 기표이다. 다시 말하면 화가가 그린 정물은 은유나 환유의 비유처럼 하나의 수사이며 이로써 수많은 의미의 계열을 함축하고 있는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이번 기획전은 지금의 화가 주체들이 그리고 있는 정물의 의미를 살펴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1. 빛, 균제, 세계의 질서 2. 죽음, 소멸 3. 사랑, 욕망 4. 시간과 공간-기억 5. 실존과 현상, 초현실 6. 일상의 기호, 이야기의 6개의 세션으로 나누어 읽어보려고 한다. ● 대상에 몰입하며 화가주체의 시선과 감각으로 그 내부로 들어가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 감정을 투사시키고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덧입혀서 우리의 시선을 낚아채고 응시의 그물망으로 묶는 그 유혹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구자승,_꽃2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19

1. 빛, 균제, 세계의 질서 ● 내 그림의 표정을 통해, 순간 지나가는 바람마저도 숨을 죽여야 하는 그런 초긴장의 상태에 도달 하고 싶다. 어느새 내 시각이 미세한 색체와 형태에 신경이 곤두설 때쯤이면, 내 삶도 오브제 속에 되살아난다. 새로운 자아의 탄생, 허물을 벋는 새로운 잉태, 벌거벗은 나신의 미지의 순수한 유혹, 그 낯선 시선 속에서 우리를 자각케 하고 느끼게 하고 체험케 한다. ■ 구자승

정보영_흩어지다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18

텅 빈 공간 혹은 사물에 드리워지는 빛, 시간에 따른 대기 색조의 변화만큼 그리기에 대한 충동을 주는 요소는 없었다. '빛을 그린다는 것은 동시에 그림자를, 그림자를 그린다는 것은 동시에 빛을 그린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빛을 그려온 지금, 지극히 근본적이고 자명한 이 문구를 떠올리게 된다. ● 이 두 그림은 견고한 사물들이 빛에 의해 단계적으로 사라지는 상황을 가정하고 예측한다. 사물의 그림자 윤곽선이 빛의 중첩에 의해 단계적으로 옅어지고 흩어지고 산란되며 최종적으로 빛에 통합되는 장면을 예측하여 그 출발점으로 두 개의 빛의 투사를 제시한다. ■ 정보영

배준성_The Costume of Painter - Still Life With wire basket_렌티큘러_120×80cm_2018

그리기(paint)= 가기(go)/ '그리다'는 곧 '가다' 와 다를 바 없다. 반복적인 동력 때문에 비로서 생기는 명사들./ 반복적인 그리기 속에서 한 박자씩 늦게 등장 하는 물건들./걸어 갈 바닥은 애초에 없다. /가고 가는 행위 속에서...그제서야 드러나는 바닥들./ 그려지는 바탕은 애초에 없다./ 행위의 리듬들이 만들어 내는 바탕들. ■ 배준성

구본창_Soap 04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36×114cm_2006

2. 죽음, 소멸 ● 비누는 한 줌의 물에 녹으며, 손에 담을 수 없는 거품을 만들고 이내 사라지는 거품은 우리 몸의 더러움을 녹이며 비누, 제 몸을 조각 낸다. 비누는 어루만지는 손과 물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른 형상을 만들었고 건조의 시간을 거친 비누는 예측할 수 없는 빛깔과 무늬를 보여주었다. 비누를 결코 하찮은 것이라 밀어 놓을 수 없었던 이끌림의 시작은 형체를 잃어가는 모든 존재에 조각(彫刻)된 시간의 흔적 때문이다. ■ 구본창

남택운_그 사과들_잉크젯 프린트_168×110cm_2013

그 부인들이란 모나리자부터 출발하여 지금까지 미술사 속에 등장했던 모든 여인들을 가리킨다. 이어서 ˹그 사과들˼은 아담과 이브, 아이작 뉴튼, 폴 세잔느,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사과들을 기표화하였다. 흐릿한 사과에 서구의 신학, 과학, 미학, 사회학의 역사를 상징화시켰으며, 사과로 표현된 서구를 우리는 베일 사이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볼 수 없다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 남택운

오흥배_to see, to be seen._캔버스에 유채_90.9×65.1cm_2018

사물에 대한 명명(命名)과 함께 그것에 대한 인식의 제 문제를 해석해내듯, 화가 오흥배 또한 그의 화폭 안에 말라비틀어진 꽃을 호명하고 불러와 기표화함으로써 마른 꽃의 기존의 의미를 곱씹고 그것에 되물어 새로운 의미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마른 꽃'이라는 주검과 부재의 기표(signifiant)는 그의 회화에서 '또 다른 생명의 존재'라는 기의(signifié)로 옷 갈아입는 것이라고 정리해 볼 수 있겠다. ■ 김성호

이매리_Absolute Space R-13_C젯 프린트_2010

3. 사랑, 욕망의 존재 ● 내게 있어서 하이힐이라는 아이콘은 실존과 존재성의 대한 문제이다. 존재물은 실재적 공간과 책 속의 허구의 시.공간 대한 결합으로 시간과 공간은 또 다른 절대적인 공간으로 표출된다. 이 작품의 모티브는 "하이데거"의 "Wir kommen nie zu Gedanken. Sie kommen zu uns." (우리가 사상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이 우리에게로 온다) 라는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 이매리

구성연_Sugar 12_라이트젯 C 프린트_2014

구성연은 사물의 외현과 가치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에 도전하는 정물사진을 발표해왔다. 예상치 못한 곳에 엉뚱한 사물을 배치하거나 형태적 유사성을 지닌 대상들을 선택적으로 활용해서 사물의 속성을 재해석했다. 「설탕」 연작에서는 기능이 없는 장식품을 설탕으로 만들어 촬영해서 녹아 없어지는 설탕 장식품을 통해 존재의 가소성을 돌아봤다. ■ 구성연

이사라_Dream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12

이사라는 1998년부터 현재까지 인형을 소재로 한 「Dream」시리즈를 통하여 인간의 내면에 관한 회화적 탐구를 시도하고 있다. (...) 인형은 단지 사물과 같은 인형의 이미지와는 무관한 독립적인 존재이자 작가의 내면의 모습이기도 하며, 과거를 생산해내고 자아를 담아두는 또 하나의 자아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인형의 모습은 인간을 대변할 뿐 아니라 사회 현상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인간성 상실과 소외 등 본질적인 사회 문제를 인식하게 하며 다양한 인간의 내면의 감정으로 표현된다. (「인형과 인간 내면의 소통」중에서) ■ 이태호

김덕용_내 마음의 풍경_나무에 단청기법_160.5×272cm_2015

4. 시간과 공간, 기억 ● 김덕용은 우리의 시간과 공간속에서의 상상과 그리움을 은근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표현한다. 유년의 기억과 실존하는 역사적 전통 건축의 조형을 응용하여 서정적 시각으로 표현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발효된 성분에서 나오는 특유의 평안을 느낄 수 있다. ● 무엇보다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특별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나뭇결 위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 때문이다. 그는 주변의 나무판재나 오래된 고가구 조각을 구해 작업한다. 이렇게 모은 재료들을 만지고 다듬고 들여다보기를 반복한 끝에 마침내 조각들을 맞추어 작품의 바탕을 마련한다. 조각보를 만들 듯 이어진 바탕은 그 자체로 추억과 이야기와 세월이 녹아 있는 한편의 감성적 리얼리즘이다. ■ 김덕용

김진화_선인장_종이, 혼합재료_58×71cm_2001

드로잉은 삶의 흔적이다. 마치 땅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처럼, 바람이 스쳐지나가면서 머리카락을 날리는 것처럼, 커피를 마시다가 흘려 옷에 커피 자국을 남기는 것처럼, 삶의 어떠한 부분에서든 흔적을 남긴다. 이러한 사소한 일들을 통해, 삶의 소중한 의미들을 생각 해 본다. (...)"선인장" 드로잉은 2000~2001년 동안 흔적을 남기 듯 자유롭게 표현하였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인장 화분, 사소한 사물에서 삶의 다양한 의미들을 생각 해 본다. ■ 김진화

이석주_일상 1988_종이에 유채_79.5×109cm

5. 실존과 현상, 초현실 ● 주변의 일상적인 오브제를 탈 문맥적인 데페이즈망을 통하여 감추어진 일상을 파악하고 무의식과 잠재의식의 심층에 접근하고자 하였다. ■ 이석주

조영대_꽃-고들빼기_2014

조영대 그의 그림은 공간을 추상적으로 파악해 들어가는 원근법이 강조되지 않는다. 그로 인해 하늘과 원경은 화면의 바깥 부분으로 밀려나고 대신 주변에 존재하는 작고 사소하고 섬세한 것들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각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그의 그림에는 결과적으로 주체의 눈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시각적 프레임이 형성되는데, 이 틀 안에서 겹겹이 쌓아 올려진 물감의 두께는 공간의 깊이를 간직하고 그 위에 수없이 반복되는 짧은 터치로 구축된 꽃이나 풀, 마른 나뭇가지들은 우리에게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고 내밀한 이야기들을 걸어온다. (...)우리는 그림에 칠해진 물감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더듬다가 마침내 작가의 눈이 바라 본 대상들, 잡초와 들꽃과 시든 풀꽃 대궁들과 함께 그것들이 근거하고 있는 깊은 공간, 다시 말해 '작가가 본 세계'혹은 '작가가 말하려는 세계'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화가의 꽃, 화가의 세계」 중에서) ■ 박현화

유벅_정물3_판지에 혼합재료_163×131cm_2019

상품박스를 이용한 작업들은 이 시대 자본사회의 대량 생산에 대한 소비의 추구를 통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의 권력을 통한 물질적 쾌락과 그 반대로 외면적으로 보이는 긍정의 논리에 대하여 상품박스의 재료(골판지의 겉면과 속면)를 통하여 인간의 이중적 구조를 얘기 한다. ■ 유벅

박상화_Innerdream-Livingroom 02_2채널 영상 프로젝션_2013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물, 공간 등의 대상들로부터 시작되는 상상을 영상으로 표현한 작업으로 현대인들의 대표적 주거공간인 아파트의 거실을 소재로 하여 실제 아파트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보다는 삭막한 도시의 일상에서 일탈하여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자연속의 요소들을 등장시켜 현실과 판타지가 혼합된 일루전 영상을 만들어 내었다. 관념화된 눈앞의 대상들에 대한 일탈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상상으로 대체한 풍경을 그려내고자 한 작업 이다. ■ 박상화

전강옥_테디 베어_철, FRP에 우레탄 도색_110×60×30cm_2011

6. 서사, 일상의 기호 ●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에 묘사된 히스나무는 황량한 벌판의 거친 바람을 견디며 자란 나머지 모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세상에 반듯한 것 천지인데 하필 기운 것만 만드느냐는 주위의 걱정에도 한동안 히스나무처럼 기울어진 작품에만 몰두 한 것은 그것이 가진 끈질긴 생명력과 바로 그 삐딱함 때문이었다. ●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기울어진 형태는 무엇보다 역동적이다. 사선은 비록 불안정하고 불투명하지만 변화 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것은 히스나무처럼 모진 바람을 견디며 운명의 불확실함에 맞서는 강인한 선이다. ■ 전강옥

정운학_정물_LED, 필름, 에폭시_35×50×9.5cm_2019

대상의 표현에서 언어적 기반의 관심을 가지고 신문을 사용하는 것은 활자화된 이미지가 주는 일상의 기록들과 텍스트의 이미지적인 전달력 때문이다. 신문을 구기고 자르고 붙여가는 과정은 회화의 방식처럼 형태를 만들고 명암을 표현하면서 그리는 행위와 유사하다. 기사 내용들을 분류하기도 하고 조합하는 과정에서 혼합되고 완성된 이미지는 텍스트가 내재되어 있는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다. ■ 정운학

이미주_향교세트_캔버스에 혼합재료_53×65cm_2019

한지를 여러겹의 물감을 먹인 뒤 그 우발적 얼룩이 가진 이야기를 찾아내어 오려내고 조립하는 꼴라쥬형태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 결과물은 때로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풍경, 사물의 모습을 띠고 있기도 하다. ■ 이미주

하루.K_그림 속 그림(畵中畵) 몽유도원탁상도_한지에 수묵채색_131×162cm_2019

몽유도원탁상도(夢遊桃園卓上圖)는 안평대군이 꿈에서 보았던 도화원을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를 재해석한다. 벽면의 족자 속 산수화는 꿈 속 이상향에 대한 안평대군의 이야기라면 탁자 위에 펼쳐진 산수화는 현대인의 생각 속 자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탁자 위의 상황과 그림 속 상황이라는 두개의 프레임이 한 화면에 존재하는 구성을 보면 현실적 사물이 배치된 탁자가 현실처럼 벽면에 걸린 족자그림이 가상인 것처럼 존재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림이다. 탁상 위 산수화 속에서 노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주말이면 자연에서 유희를 즐기는 현대인의 일상적 모습을 엿 볼 수 있다. ■ 하루.K

Vol.20190928g | 정물화의 유혹 The Allurements of Still-Lif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