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展 / KIMYOUNGSOO / 金榮洙 / painting   2019_1002 ▶︎ 2019_1008

김영수_도시 이야기D-1_캔버스에 혼합재료_45.5×37.9cm_2013

초대일시 / 2019_1002_수요일_04:00pm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관람시간 / 10:30am~06:00pm

경인미술관 Kyung-In Museum of Fine Art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11-4 Tel. +82.(0)2.733.4448, 4449(ARS 9) www.kyunginart.co.kr

김영수 달동네 삶의 흔적 ● 차분하게 밀착된 색채와 상당히 경쾌하고 시원한 붓질에 의해 화면은 채워져 있다. 대담하게 쓱쓱 밀고 지나간 붓/선에 의해 모종의 이미지가 자연스레 출몰하는 한편 세련되게 조율된 색채감각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세련되게 번져 나오는 그림이다. 퍽이나 분위기 있는 회화성의 내음이 깊게 맡아지는 그런 그림이다. ● 김영수의 이 산동네, 달동네를 소재로 해서 그린 그림을 보다가 문득 1970년대 이상국, 오경환 등이 그린 산동네(굵고 대담한 윤곽선과 단순화한 형상, 그리고 거칠고 뜨거운 색채와 질료성으로 빛나던 그림들, 그리고 그 표면에서 산동네 삶의 신산하고 질긴 삶의 애환과 가난의 정서 같은 것들이 짙은 내음으로 훅하고 번지던) 그림이 불현 듯 연상되었다. ● 김영수가 1954년생이니 그에게는 분명 60, 70년대 서울곳곳에 들어선 산동네의 기억, 그 가난한 삶의 체험이 비교적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작가는 이 그림들이 오래 전에 자신이 살았던 노량진 산동네에 대한 추억의 이미지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기억 속에 남겨진 잔상을 단서 삼아 그림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김영수_도시 이야기E-2_캔버스에 혼합재료_45.5×53cm_2014

나로서는 특정 풍경을 앞에 두고 그것을 소재로 해서 그린 그림인 줄로 알았다. 어느 정도의 단서, 매개는 있었겠지만 결국 이 풍경은 다분히 지난 시간의 추억을 근간으로 해서 그린 추상화/상상화에 가까운 그림이다. 관념성에 기댄 그림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추상성이나 관념취가 그다지 강하지 않다. 구체적인 산동네 풍경을 부단히 환기시켜주는 동시에 그것이 색채, 붓질로 환원되며 조형 자체의 매력을 자율적으로 발산하는 힘들이 균형을 이룬다. ● 사실 작가는 오늘날 급속히 변해가는 도시풍경 속에서, 사라지고 잊혀진 옛 산동네의 추억의 한 편린을 그림을 통해 환생시키고자 하며 그곳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서민들이 뜨거운 삶의 한 자락을, 그들 삶의 정서와 숨결을 그림으로 형상화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여기서 산동네의 집들은 구체적인 분위기를 발산하는 매개가 되고 특정 공간을 다분히 현실적인 대상으로 귀환시키는 고리 역할을 한다.

김영수_도시 이야기F-3_캔버스에 혼합재료_45×45cm_2016

김영수가 그린 그림은 비교적 힘을 뺀 붓들이 낭창거리면서 마치 서예를 하듯, 혹은 거리를 조절하면서 무심하게 죽죽 그어나간 자취로 산동네를 가득 채운 집들의 행렬, 그 밀도의 포화성을 퍽이나 운치 있게 풍겨주고 있다. 작가의 소탈한 인성과 소박한 조형의 맛을 함께 엮어 개성적인 멋이 나는 그림으로 버무려내는 나름의 경지가 무르익어 나온다는 인상이다. ● 고지대의 언덕과 그 안을 빼곡하게 채운 집들이 있는가 하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가로수와 외롭게 홀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 건물의 외벽과 창문 등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그림은 수평으로 그어나간 선, 획과 그 내부를 채운(역시 획의 느낌이 드는 색면) 색이 동시에 접혀드는 그림이다. 혹은 밑색 위에 흰색 물감을 다소 두텁게 덮은 이후 날카로운 도구(나무로 이루어진 붓대 등)로 긁어서/파서 선을 만든 후 다시 물감을 칠하고, 화면을 닦아내는 등의 기법을 동원해 이룬, 흡사 상감기법을 응용한 작업 등은 상당히 특이하고 견고한 질감과 깊고 예리하며 강한 선의 맛을 동반하는 점이 특히 주목되었다. ● 그러니까 작가의 그림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의 방법론에 의해 제작되는데 하나는 철저하게 모필의 탄력과 필력에 의한 것으로 매우 전형적인 회화이면서 상당히 대담하고 간결하게 대상을 파악해서 압축적으로 그려내는 힘을 거느리고 있다. 아울러 단순한 구성에 단색계열의 색채를 부드럽게 채워 넣는 멋이 있다. 이 그림들은 모두 화면 앞쪽이 부분적으로 블루 톤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는 산동네 앞에 자리한 거대한 빌딩의 짙은 그림자가 은연중 덮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인데 이는 물론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적 연출이다. 사라져버린 산동네/달동네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현재의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고층건물 사이에 놓인 심리적 결락감, 갈등 구조 같은 것들을 은유 하는 그림자 장치다.

김영수_도시 이야기F-4_캔버스에 혼합재료_42×42cm_2016

두 번째는 화면의 효과, 표면의 질감과 동시에 독특한 선의 맛을 매우 강조하는 기법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마치 저부조의 작업 내지는 붓이 아닌 다른 도구를 사용해 선을 만들어내는, 그리는 게 아니라 수직의 깊이를 동반해서 요철효과를 만들어내는 조각적인 선으로 마감된 작업이 그것이다. 화면을 시원하게 이등분해서 단색으로 밀어붙인 하늘과 그 아래 자리한, 마치 겨울철 흰 눈에 묻힌 산동네 집들을 암시하는 풍경이다. 어지럽게 긁고 지나간 선으로 이루어진 표면이 자연스레 다닥다닥 붙은 작은 집들과 그 사이로 난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을 떠올려주는, 상상하게 해주는 이 그림은 기법의 효과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붓질의 맛, 획의 맛이 상당히 절도 있게 자리하고 있는, 제한된 색채 안에서도 회화적인 맛이 풍성한 그림이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김영수_도시 이야기F-7_캔버스에 혼합재료_37.9×45.5cm_2019

산동네를 그린 풍경화이지만 그것보다도 작고 허름한 집들의 집적과 공존을 강조하고 있고 그 사이로 난 골목길과 그 공간에서 살았던 이들과 자연의 힘겨운 생의 추억을 상상하게 해준다. 다소 먼 거리에서 조망한 시선에 의해 작고 납작한 집들은 사이좋게 잇대어서 물결처럼 흘러가거나 풀처럼 빽빽하다. 바로 이 거리감은 산동네, 달동네란 장소성을 추억하고 기념하고자 하는 작가의 아련한 기억의 거리이자 애틋한 심리적 공간감이기도 하다. ● 작가의 어느 시간대의 추억을 물고 있는 장소, 지난 시절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던 이 산동네는 지금 대부분 사라졌다. 부분적으로 남아있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그 자리에 고층 건물들이 들어섰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주상복합건물과 대형마트 등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도시의 공간은 자본의 힘에 의해 급속히 재편되고 변질된다. 이에 따라 그 공간을 둘러싼 모종의 역사와 추억, 기억 역시 빠르게 증발한다. 공간과 함께 했던 모든 것이 추방당하는 것이다. 특히나 현대 도시공간의 변화과정은 현기증을 동반할 정도로 압축적이고 폭력적이다. 개발과 자본에 대한 지치지 않는 욕망이 압도적인 이곳에서 오랜 시간의 흔적이 스민 동네 풍경을 더 이상 찾을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자신의 작은 오피스텔 작업실에서 지난 시간의 기억을 온전히 저장하고 있을 특정 산동네 풍경을 호출하고 이를 그림으로 보존하며 새삼 그곳에서의 정서를 확인하고 있다. 그림이라는 장치를 통해 사라져 버린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것과 함께 했던 모종의 감정을 물질화/형상화한다. ● 그런데 이러한 그의 그림들은 원활한 신체성의 전면적인 드러남이 아니라 너무나 제한적이어서 오로지 입에 의존해서만 그림을 그린다. 근육장애로 인해 온 몸이 굳었기에 그는 손이 아닌 입을 이용해 그린다. 그림을 그리고 완성하는 것은 붓을 문 그의 입이다. 이른바 구필화가인 그가 손을 대신해 입의 근육과 이로 이룬 회화성의 한 성과에 거듭 놀라고 있다. ■ 박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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