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밤에 가끔씩 Oft in the Stilly Night

수연展 / SUYEONT / 秀涎 / painting   2019_1004 ▶︎ 2019_1015 / 월요일 휴관

수연_폭풍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19_사진 VDK Generic Images

초대일시 / 2019_1004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175 Gallery175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3 2층 Tel. +82.(0)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고요하게 부서지는 밤 ● 이 그림들은 풍경화면서도 추상화고, 추상화이면서도 동화였다. 모든 것이면서도,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무엇. 그것이 바로 검고도 파란 캔버스가 나에게 다가온 인상이었다. 그러나 인상으로 충분한 것일까. 나는 오두막이 그려진 그림으로 간다. 검은 어둠 속에 작은 점처럼 그려진 집은 무자비한 태풍에 비해 너무도 왜소하다. 번개가 치고 있고, 아마 천둥도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이 풍경 속에 빠져들어 가려 할수록, 오두막과 태풍 치는 밤을 가르는 얇은 실선들이 또 한 번 풍경의 환영을 드러낸다. 완벽한 풍경도, 그렇다고 재현되지 않은 풍경도 아닌 그 모호함 사이에서 나는 또다시 유유히 뒤로 가는 이미지를 바라본다. 작은 오두막을 감싸고 있는 심연, 혹은 바탕 이상이 아닌 검은색 물감이 캔버스 사방에 칠해져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어둠으로, 또는 밤의 메시지로, 혹은 존 버거처럼 풍경이라는 '커튼'으로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밤을 닮았으나 너무도 평면적인 어둠이 나와 여기 마주하고 있다. 이것은 작가 자신이 바라본 세계의 추상화된 구체화일까. 그림 속의 집은 기호처럼 반듯하고, 태풍과 나무들 역시 패턴처럼 움직인다. 혼란함은 오히려 코드화되어 있고, 이미지 역시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 작은 오두막은 또다시 내부를 드러내며 촛불을 밝히는데, 그것은 어쩐지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본 모습과 흡사하다. 소박하다 못해 촛불 외엔 아무것도 없는 실내. 그리고 그 실내가 다 그려지지 않고 테두리를 강조하며 어둠으로 밀려가는 이미지. 얇게 발린 붓질들이 더욱 그 이미지들을 한 편의 삽화처럼 느끼게 한다. 창밖 번개를 마주하는 실내에서의 작고 희미한 불. 작가는 그렇게 세계에서의 오두막과, 오두막에서 본 세계의 풍경을 나란히 그렸다. 그러나 이것은 작가의 세계가 아닌, 내가 추측하는 세계일지 모른다. 그 '세계'란 모름지기 너무도 추상적이어서, 우리는 저마다의 세계에서 계속 분투한다. 소통인지 고립일지 모르는 그 고투를. 마치 태풍 부는 밤 혼자 놓인 존재처럼.

수연_폭풍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1.8×31.8cm_2019
수연_두 갈래 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112.1cm_2019
수연_별과 파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3×80.3cm_2019
수연_물과 비에 대한 몽상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72.7cm_2019

글을 쓰면서 창밖을 바라본다. 언제나 그렇듯이 빠르게 변화면서도, 변하지 않는 나의 바깥이 끝나지 않고 계속됐다. 솟아난 아파트의 불들이 하나둘 꺼지고, 가로등이 켜졌다. 그 옆으로 난 도로에선 점멸하는 신호등이 무엇인가를 잊었다가 살아나듯이 반짝였고, 차들이 그 위를 달리면서 나의 시야 밖으로 벗어났다. 무수한 레이어들이 마주치며 또 다른 풍경이 되는 그의 그림처럼, 풍경은 모든 것을 말하면서도 여전히 침묵했다. 이렇게 조용한 밤에도 꿈이라는 공간에선 또 다른 분주함이 예고될 것이다. 각자라는 세계가 실재라는 공간과 환영이란 허공 속에 무수히 펼쳐지면서. 그러면서도 동시에 닿지 않고 조우하는 이 이상한 광경이 한없이 지속되면서. 마치 프레임이라는 고립 속에서도 끊임없이 바깥을 요청하는 그 손짓처럼. 우리가 '유성'을 생각할 때, 각자 비슷한 하늘이 모두 다르게 펼쳐지듯-우리는 저마다의 밤을 맞이한다. 같고도 다른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찾거나 놓치면서, 외연이란 심연을 더듬으며 계속 걸어간다. 그렇게 고요하게 부서지는 밤. 어쩌면 만남은 별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유성을 보는 그 순간에 가까울지 모른다. ■ 최리아

Vol.20191005h | 수연展 / SUYEONT / 秀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