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의 시간

현덕식展 / HYUNDEOKSIK / 玄悳植 / painting   2019_1007 ▶︎ 2019_1108 / 주말,공휴일 휴관

현덕식_나만 믿어!#2_장지에 먹, 안료, 염료, 콩즙, 옻칠_109×128cm_201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D SPACE D 서울 강남구 선릉로108길 31-1 로프트 D B1 Tel. +82.(0)2.6494.1000/+82.(0)2.508.8400 www.spacedelco.com

현덕식은 몇 년 전 '뚜벅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제주의 돌하르방이나 동자석처럼 돌로 만든 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캐릭터이기는 하나 사실 작가 자신을 대변하는 대체자아이기도 하다. 작가처럼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이런 저런 일상적인 일을 한다. 작가가 제주에 살며 작업하기 때문에 뚜벅이의 일상도 4.3의 역사처럼 아픈 기억이나 양치질하는 소소한 일까지 작가의 삶을 닮아 있다. 뚜벅이는 묵묵히 세상을 보고 경험하고 위로를 건네는 작가의 대변인이다. ● 이런 캐릭터를 왜 만들었냐고 작가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그가 이전에 그리던 「유시도」시리즈가 너무나 무겁고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시도」는 흑백으로 얼음이 녹는 모습을 그린 시리즈이다. 얼음이라는 물성을 표현한 기법도 뛰어났지만 서서히 녹으며 물이 되는 과정을 회화로 담아낸 작업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예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작가가 고체와 액체의 변화과정이라는 미시적인 세계로 입성했던 것 같다. 이런 그림은 예술성을 인정받아 '우수청년작가'로 상을 받기도 했다. ● 수상은 예술가로서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부담을 주었던 모양이다. 그런 부담을 떨치고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찾은 것이 바로 '뚜벅이'이다. 뚜벅이는 '차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니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로 현대인이 만든 말이다. 자본이 물질을 통해 구현되는 사회에서 차를 타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가리키는 자조적인 용어이기도 하다. 뚜벅이는 차를 타지 못하는 소시민의 모습이자 자랑할 것이 없는 삶을 우직하게 받아들이는 보통 사람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캐릭터 '뚜벅이'는 처음 이름을 만들 때부터 화려하고 넘치는 삶보다는 소박한 인간의 삶, 즉 작가가 살고 싶은 삶을 살도록 설계된 셈이다.

현덕식_나만 믿어!#3_장지에 먹, 안료, 염료, 콩즙, 옻칠_90.9×65.2cm_2019
현덕식_내 마음속에 저장_장지에 먹, 안료, 염료, 옻칠_53×41cm_2019
현덕식_삼촌!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_장지에 먹, 안료, 염료, 콩즙, 옻칠_128×109cm_2019
현덕식_준비-땅_장지에 먹, 안료, 염료, 옻칠_51.5×36cm_2019
현덕식_하늘에서 비가 와요_장지에 먹, 안료, 염료, 옻칠_51×36cm_2019

뚜벅이 그림은 곡선보다 직선으로 그린 게 다수이며 마치 돌이나 나무로 깍은 부조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사실은 전통적인 장지에 먹과 안료를 쓰고 옻칠과 콩즙을 더해 그런 효과를 얻고 있는데 그가 오랫동안 연마한 동양화 기법의 경지를 잘 보여준다. 얼굴, 눈, 코, 입, 손, 자세 등은 어떤 정형을 유지하면서 캐릭터로서의 성격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넓적한 코와 입은 돌하르방의 것과 유사하기도 하다. 색채도 적, 황, 청 등 소수의 색에 머물러 뚜벅이의 단순화된 형상과 더불어 그림의 조형성을 통일감있게 만들어준다. ● 이번 전시에는 2018년 하반기에서 2019년까지 제작한 그림들을 선보인다. 혼자 운동하고 놀고 있는 모습부터 여러 인물로 진화한 그림까지 다양하다. 4.3의 기억을 쓰다듬으며 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동백꽃을 담기도 하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산으로 가버린 배에서 위로를 건네는 뚜벅이까지, 그리고 목욕의 즐거움을 담은 그림부터 비와 샤워를 연결한 재치가 돋보이는 뚜벅이 그림에는 고단함을 해학으로 풀어내고 소소함에 재미를 가하는 작가의 재능이 돋보인다. ■ 양은희

Vol.20191007d | 현덕식展 / HYUNDEOKSIK / 玄悳植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