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st 'I'-rony

이종미展 / LEEJONGMEE / 李鐘美 / painting.installation   2019_1008 ▶︎ 2019_1014

이종미_철암-천국으로 가는 계단_ 캔버스에 먼지, 유화용 오일, 아크릴 수성물감_100×10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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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미 블로그_blog.naver.com/jongmeele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사이아트 도큐멘타 선정작가展

관람시간 / 12:00pm~06:00pm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안국동 63-1번지) Tel. +82.(0)2.3141.8842 www.cyartspace.org

가치와 아무 관련 없는 영역, 가치의 환상, 가치의 황홀경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스스로란 물질화된 예술에 손을 넣는 것. ● 나는 그 손을 쥐고 있다. 아무 것도 쥐지 않은 채. 태어나면서부터 내게 소속된 나는 내가 거추장스러웠다. 나로 인해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인, 타자들로부터 생성되었음직한, 결국 나로부터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의 온전함은- '모든' 이란 것은 개념도 관념도 감각도 이미지도 아닌 듯 그리려 할 때, 정작 아무것도 되어주지 못했다.- '죽음'을 대리한 기호들. ● 당장 내게 예술은 먼지의 유토피아 이다. ■ 이종미

이종미_장소-그림_캔버스에 먼지, 유화용 오일, 수성물감_116.8×91cm_2016~
이종미_장소-그림_캔버스에 먼지, 유화용 오일_162.2×130.3cm×2_2019~

비워진 공간에 남아있는 먼지 혹은 존재의 흔적들 ● 이종미 작가 작업의 특징적인 것들 중 하나는 '먼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자신의 작업 캡션을 작성할 때 대부분 '먼지'라는 용어를 넣어서 그것이 중요한 작업 소재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작업하는 과정에서 먼지를 캔버스에 수작업으로 붙이거나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그는 단지 먼지가 캔버스 위에 쌓이도록 오일 바른 캔버스를 외부 공간에 방치하고 시간이 흐른 후에 그 먼지가 쌓인 캔버스를 제시하거나 이 캔버스를 사용하여 작업을 연장해 나갈 뿐이다. 캔버스는 회화를 하는 이들에게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장소가 되어왔었다. 그것은 추상이든 구상이든 작가의 행동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저장되는 곳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종미 작가는 자신의 행동으로 그려낸 이미지가 아니라 자연의 환경과 외부 조건에 의해 이미지가 생성되도록 한 것을 볼 수 있다.

이종미_그림_먼지, 오일, 단풍잎_23.5×23.5cm_2010~9
이종미_performance 「먼지 닦기」 결과물_ 면천에 먼지_41.5×31cm×4, 41.5×27.5cm×4_2004_광주 비엔날레 상설무대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이 먼지에 대해 "존재의 부스러기 같은 것"이라고 말하였다. 작가는 어떤 구체적 대상이 아니라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를 그려내고자 하였을 때 캔버스 위에서는 아무것도 그릴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히려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에서 먼지나 티끌과 같은 것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바로 이로부터 자신이 생각해 왔던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더 구체화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종미 작가는 "작업은 나를 묻고 나를 찾는 일"이라고도 하였다. 그가 작업을 해 온 것은 자신의 존재적 위치를 묻는 일이며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이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작업해 오면서 일상처럼 가까이 있었던 캔버스를 이제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할 수 있었던 일은 페인팅과 같은 일체의 작위적 행위를 내려놓고 작가로 살아 온 삶을 대변해주는 물체이자 마치 자신을 그대로 반영해 줄 수 있는 거울과 같았던 캔버스를 자세히 관찰하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면밀히 살펴보는 일로 귀착되었던 것 같다.

이종미_먼지그림_캔버스에 먼지, 유화용 오일, 수성물감_100×100cm_2019

작가는 그곳에서 자신이 아무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그 캔버스라는 곳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먼지가 쌓이고 색이 바래지는 작은 변화가 있어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먼지와 같은 것들은 캔버스에 오일을 바른 후 야외 공간에 있을 경우 더 확실하게 흔적이 남겨졌을 것이기에 작업실이 아닌 외부 공간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그곳의 환경에서 발생되는 먼지와 바람, 그리고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아무것도 행하지 않았을 때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존재란 오히려 미미하고 보이지 않을 정도의 마치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던 것 같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붓을 들고 캔버스 위에 페인팅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잊혀지거나 생각나는 것들이 이제 그 먼지만 남은 캔버스 위에 서서히 지워진 듯하기도 하고, 그려진 듯 하기도 한 느낌의 이미지들이 되어 시간의 흔적처럼 남겨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종미_먼지그림_캔버스에 먼지, 유화용 오일, 수성물감_100×100cm_2019

그래서 이종미 작가의 작업에서는 정성을 들여 무엇을 그려내거나 자세히 표현한 것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대신 그의 작업에는 작업을 해온 시간의 흐름들을 의식할 수 있는 기억과 망각에 관한 정서와 긁적거림, 흘러내림, 휘두름과 같은 움직임들만이 연상되고 있다. 그의 회화는 결국 작가의 삶의 흔적이 남겨진 장소가 되고 있으며, 살아 있는 존재로서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공간적 기록을 축적해낸 장소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작가가 캔버스 공간 가운데 찾고자 했던 것은 작가 자신이었고 그로부터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일이었는데 작가가 그곳에서 발견하게 된 것은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이었고, 그것은 마치 먼지처럼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미미한 것들이었다는 점이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존재의 의미를 각성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종미_온금동 고양이_ 캔버스에 먼지, 유화용 오일, 안료, 스프레이_100×100cm_2015~

그래서 작가는 '나는 없다'라는 개념으로부터 그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을 것이다. '먼지'가 작가의 주요 작업 소재가 된 것은 삶에 대해, 그리고 작업에 대해 이와 같은 근원적인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그 먼지의 흔적을 보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캔버스라는 일종의 시각적 프레임이자 인식의 지지기반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발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그것을 회화 공간에 끌어들여 이로부터 시각적 소통을 시도하였을 것이다. 그것은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지점에 관하여 관객과 대화하고자 한 것이겠지만 이와 함께 작가 자신에게도 필요하였던 절차로서,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한다는 것에 대해 재확인하는 과정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이종미 작가의 작업에는 삶을 살아가는 작가의 존재적 기록과 그에 대한 인식 가능한 범위가 표시되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인식되는 삶이란 텅 비거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엇인가 형상이나 흐름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동시에 그렇게 인식하게 하는 것은 캔버스라는 프레임 혹은 인식의 틀임을 보여준다. 이종미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바로 이러한 지점들을 각성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 이승훈

Vol.20191008b | 이종미展 / LEEJONGMEE / 李鐘美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