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Drawing 40_버퍼링 Buffering

박관택展 / PARKKWANTAECK / 朴寬澤 / drawing   2019_1011 ▶︎ 2019_1110 / 월요일 휴관

박관택_Into Drawing 40_버퍼링展_소마드로잉센터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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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1010_목요일_05:00pm

주최,주관 / 국민체육진흥공단 소마미술관

관람료 성인_3,000원(단체 1,500원) / 청소년(13-24세)_2,000원(단체 1,000원) 어린이_1,000원(단체 500원) / 단체_20인 이상 무료 및 할인대상(증빙자료 제출시) 메인 전시『조각_조각展』 관람 시 무료 문화가 있는 날 주간(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무료 만6세 이하, 만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 무료 대학생, 예술인패스 소지자는 청소년 요금 적용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문화가 있는 날 주간(매월 마지막주 수요일)_10:00am~09:00pm 마감시간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소마드로잉센터 SOMA DRAWING CENTER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88-2번지) 올림픽공원 남3문 2관 3전시실 Tel. +82.(0)2.425.1077 soma.kspo.or.kr

움직이는 드로잉-아날로그의 시간 ● 박관택의 네 번째 개인전인 『버퍼링(Buffering)』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간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속도 경쟁의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찾게 되는 이치일까, 두 개의 매개 사이에서 충돌을 완화하는 장치를 뜻하는 버퍼링의 의미가 먼저 마음에 와 닿는다. 작가에 의하면, 버퍼링은 움직이는 이미지(moving image)와 멈춘 이미지(still image) 사이에 걸쳐져 있는 불완전한 재생 상태이다. 그는 이러한 비물질적인 디지털 상태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치환한다. 작가가 비효율적인 노동과 비용을 투입하면서 굳이 물질적인 아날로그 방식을 택한 것은 어떤 의도일까. ● 여러 대의 선풍기가 소음을 내며 시원한 바람을 일으킨다. 바람에 펄럭이는 종이조각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생경한 풍경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서면 간락한 필선의 드로잉 다발들이 겹겹이 춤을 추듯 움직인다. 한편에선 횡단 또는 종단으로 가늘게 잘려진 종이의 결들이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린다. 종이 위의 드로잉도 잔잔히 물결이 일렁이듯 움직인다. ● 이번 드로잉 설치 작업은 박관택의 "아날로그 형식으로 움직이는 동작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아날로그 애니메이션 플립북(flip book) 방식을 차용한 「마음의 속도(Velocity of Mind)」와 이로부터 파생된 움직이는 드로잉들은 다양한 형식으로 연출되면서 각기 다른 파장을 일으킨다. 그의 드로잉 작업은 몇 가지 간단한 장치에 의해 2차원의 드로잉에 움직임을 부여함으로써 여러 차원을 넘나들게 되며 시각적 경험에서 더 나아가 공감각적 경험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다시 말해 전시 공간 속에서 드로잉, 선풍기, 관람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우연한 효과, 이러한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통해 부각되는 종이의 물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예술을 "감각적으로" 보게끔 한다.

박관택_무지자주유니크해_종이에 마커, 칼로 자르기_21×29cm_2019

특히 「무제」 시리즈는 종이라는 매체를 다양하게 감각적으로 체험하도록 한다. 작가는 종이의 크기, 재질, 두께, 단면의 모양과 크기, 벽에 고정하는 방법 등을 실험하면서 종이의 움직임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평면의 종이 위에 텍스트 또는 이미지 드로잉을 한 후, 종이를 컷팅하여 벽에 고정시킨다. 선풍기 바람에 노출된 종이 작업은 잘려진 방향과 결에 따라 각기 다른 움직임을 보이게끔 연출된다. 디지털 방식의 동영상과는 다르게 박관택의 작업은 공간 속의 물리적 체험, 다시 말해 '신체적 경험'을 유도한다. 종이는 물질적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중력과 공기의 흐름(바람)에 따라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루핑(looping)한다. 이처럼 작가는 "드로잉의 물질성과 촉각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적 모색으로서 아날로그 방식의 당위성을 획득하고 있다. ● 박관택의 작업을 주제와 형식으로 나누어 좀 더 살펴보면, 우선 주제적 측면에서 그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줄곧 관심을 가져왔는데, 그것은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간 것일 수도 있고 우리의 의식 속에서 지워진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내어 소환하거나, 잃어버린 것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를 일깨우는 일이 그가 작업을 하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업은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단상(斷想)으로부터 시작되며 작가적 통찰력을 발휘해 사회적 이슈나 일상의 아이러니를 짚어낸다. 이때 그는 선택된 주제나 소재에 대한 작가적 판단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것에 대해 수집한 정보를 시각화하여 펼쳐 놓는다.

박관택_루핑 Loop_종이에 아크릴채색, 칼로 자르기_455×273cm_2019

여기서 중요한 것이 펼쳐 놓는 방식일 텐데, 앞서 언급한대로 형식적 측면에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한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감각적으로 본다"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아날로그 방식이 주요해 보인다. ● 어떻게 설치해야 "작품이 잘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설치해야 "작품을 관람자가 잘 보게" 할 수 있을까? ● 전자는 작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후자는 관람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관택은 작가이자 연출가이다. 그는 작품을 보기 좋게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자의 보는 방식을 설계한다. 그에게는 작품을 관람자가 어떻게 체험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으며, 그의 작업은 시각 예술가로서의 고민을 담은 '감각적으로 본다'는 것에 대한 탐구 과정이다. 요컨대, 관람자의 여러 감각을 일깨우는 예술적 체험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을 인지하고 그것에 대한 의미를 찾도록 유도한다.

박관택_놈_종이에 마커, 칼로 자르기_135×142cm_2019

예를 들어, 초기작인 「소멸의 풍경(Vanishing Landscape, 2010)」은 사라져 가는 역사적 건축물을 소재로 한 사회적 논의를 아날로그 사진 인화 작업 방식을 차용한 퍼포먼스로 보여주면서 관람자들이 자유롭게 그 현장을 돌아다니게 하며, 최근작 「여백 : Spinoff from the facts(Yeobaek : Spinoff from the facts, 2019)」은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 007편 격추 사건을 소재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수사하듯 관람자들이 손전등을 이용해 파편화된 정보들을 찾아다니게 만든다. 이때 작가는 자신이 찾아낸 정보를 제시할 뿐 그것을 어떻게 얼마만큼 취하느냐는 관람자의 몫이다. 작가가 펼쳐놓은 정보들은 관람자마다의 경험치 만큼이나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에 열려 있게 된다. ● 정보의 과잉 시대에 살지만 쓸만한(믿을 수 있는) 정보를 선별하기 어려운 현실과 너무나도 빨리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는 디지털 정보의 속도에 우리는 적지 않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어 쏟아지고 있는 동영상 작업이 지닐 수 있는 폭력성에 대해 말한다. 관람자는 매체에 오롯이 시선을 고정한 채 '러닝타임' 동안 관람할 것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움직이는 그의 드로잉 작업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관람자를 보다 자유롭게 한다. 쉼 없이 돌아가야 하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가끔은 멈춰 서서 이탈한 상태가 되어 보는 것,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소확행이지 않을까. ■ 정나영

박관택_마음의 속도_트레이싱지에 드로잉 61개, 선풍기_가변설치_2017~9

드로잉 단상_버퍼링 / 서사화 되기엔 너무 짧은 단상 ● 움직이는 이미지의 소비와 제작이 더 이상 특권이 아닌 때에, 최소의 재료와 조금은 번거로운 손 노동을 통해 무빙 이미지를 만들고자 한 시도는 그 시작부터 끊김 없고, 매끄러운 마법을 지향하지 않았다. 더욱이 바람이라는 유기적 흐름이 (비록 그 시작이 전기로 작동하는 선풍기일지라도) 동력이 되었을 때, 이미지는 움직임(motion)과 멈춤(still) 사이 그 어딘가를 표류한다. ● 이미지의 역사는 한편으로 이미지가 발생하는 지지체의 역사였다. 동굴의 벽에서 시작된 이미지는 종이 위에 기록되었고, 석판 위에서 쓰고 지워졌으며, 목재와 금속의 판을 통해 다량으로 복제되었고, 빛에 반응하는 화학물에 의해 자연을 은판과 필름 위에 담았고, 어떠한 과거의 흔적도 없이 새로운 이미지를 끊임없이 재생하는 단계를 전기 신호와 이진법의 구성으로 이뤄냈다. 이미지의 지지체는 경제성과 확장성을 향해 앞으로 내달렸고, 점차 물질에서 비물질의 영역으로 나아갔다. ● 종이 위에 그리기, 여러 드로잉을 겹치기, 드로잉이 그려진 종이를 자르기는 훼손과 변형이 쉬운 방식이다. 이는 이미지를 영원 불멸의 상태에서 끌어내려, 파괴될 수 있는 물질의 상태로 되돌린다.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한 나의 욕구는 물질적으로 가벼운 지지체로써 종이를 선택하게 하였고, 나는 종이가 지닌 훼손 가능한 견고함에 이끌렸다. 뻣뻣하면서도, 구겨지고, 찢어지기 쉬운 물질이지만 종이는 그 질량과 밀도에 따라 또 다른 유연성을 드러낸다. ● 전시 타이틀 『버퍼링』은 익숙한 그대로, 무빙 이미지의 불완전한 재생 상태를 의미한다. 느린 인터넷 속도나 용량이 부족한 프로세서에 의해 발생하는 이러한 장애는, 무빙 이미지(moving image)가 스틸 이미지(still image)의 조합임을 일시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버퍼링은 곧 다가올 재생(play)의 시간을 함축하고 있다. 스틸 이미지이지만 곧 다가올 움직임을 예비하고 있으며, 한 장의 프레임에 멈춰 서 있는 재생 바는 이내 그 위치를 떠나, 그 앞에 줄 서있는 여러 프레임들을 훝는다.

박관택_마음의 속도_2017-2019_트레이싱지에 드로잉 61개_가변설치_2017~9

전시에서 다루어지는 여러 2차원 평면 위의 드로잉들은 스틸 이미지와 무빙 이미지 사이에 걸쳐진 버퍼링 상태와 흡사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드로잉들을 2차원 평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러 레이어로 겹쳐지거나, 칼로 부분적으로 잘려나간 종이의 표면들은 바람에 의해 물리적으로 공간 속을 나부낀다. 이렇게 움직이는 종이의 표면 위에 그려진 이미지들은 우리의 망막 위에서 순간 순간 무빙 이미지로 인식된다. 물론 이 과정은 빈번히 실패하여, 낱장의 스틸이미지의 속성을 반복해서 드러낸다. ● 플립북 (Flipbook) 애니메이션을 차용하여, 바람을 이용한 레이어드(Layered) 드로잉을 시작했을때, 나는 문득 표현할 수 있는 서사의 양에 상당한 제약이 있음을 깨달았다. 마치 트위터의 글자 수처럼. 가장 질량이 가벼운 종이를 선택해보았지만, 바람에 의해 넘어가는 종이의 장수는 16~18장 남짓이었고, 그 마저도 늘 넘어가지는 않았다. 따라서, 무언가 허무 개그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말이야..." 라고 운을 띄우고, 그 뒤에 이야기가 듣고 싶은데, 운만 띄고 벌려진 그 입을 계속해서 바라보아야 하는 답답함은 마치 버퍼링 걸린 스크린 속에 회전하는 로딩 (loading) 표시를 바라볼 때의 인내와 흡사했다. ● 형식이 지닌 물리적 제약은 나의 관심사를 이야기에서 단상으로 돌렸다. 작가로서, 내용과 형식의 조화에 대한 압박은 늘 정돈된 이야기 구조 혹은 명확한 개념 구조를 스스로에게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나라는 개인이 가진 별거 아닌 일상이나, 경솔한 사회 의식은 일종의 잡념으로써, 덜 숙성된, 의미가 결여된 단상으로 여겨져 빈번히 배제되었다. 전시 『버퍼링』의 이미지들은 그렇게 배제되었던 단상들이다. 그 단상들은 때론 지극히 개인적 사건을 가리키고, 때론 거대한 사회 문제를 암시한다. 이들은 문득 머릿속에 떠올라, 잊지 않기 위해 노트패드 위에 신속하게 옮겨진, 독립된 작업으로 발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으나, 아직은 잡념의 상태로 가장 기초적인 시각행위로 기록된 알갱이들이다. ■ 박관택

Vol.20191011d |박관택展 / PARKKWANTAECK / 朴寬澤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