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사람들

김대욱展 / KIMDAEWOOK / 金大郁 / photography   2019_1009 ▶︎ 2019_1020 / 월요일 휴관

김대욱_서있는 사람 왕리연 모델 지망생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86×93cm_201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공간 291 SPACE291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1길 10-4 Tel. +82.(0)2.395.0291 space291.com

초상사진의 힘 - 김대욱의 『서 있는 사람들』 ● 인물사진을 관람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지만 동시에 시끄럽고 아주 고요하다. 사진 속 인물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만들기에 오래 바라보면 그 인물이 내게 무수한 말을 내뱉는 것 같아 시끄럽고,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더 이상 들리지 않아 침묵할 수밖에 없다. 무엇으로 규정할 수도, 정의내릴 수 없는 타인의 자리는 이처럼 늘 미끄러짐과 난해함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인물사진의 매혹이기도 하다. 김대욱의 『서 있는 사람들』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로 시작되는 물음은 사진 속 인물뿐만 아니라 대도시의 광장, 공항, 쇼핑몰이나 공원에서 나를 스치는 사람들을 볼 때도 든다. 모든 예술창작에서 중요한 화두는 언제나 사람이고, 사람으로부터 출발해 집과 사회와 세계로 나아가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문득 인간(人間)이란 단어를 살피다가, '서로 기대어(人) 문(門)을 통해 서로를 비춘다(日)'는 상형들을 찾아내며 드는 생각, '서로 바라봄의 주체'로서 사람이 찍힌 사진을 어떻게 볼까. 초상사진이 드문 이 즈음에 김대욱의 전시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 사진의 전 장르에서 인물(초상, portraits)사진은 특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사진사 초기에 사진의 역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것은 순전히 인물사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게레오타입으로 촬영하는 초상사진관이 대도시의 큰길가에 속속 들어서고,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대중의 열망에 부응해 사진사 초기에 해당하는 20여 년간 사진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 렌즈는 빛을 빨리, 더욱 고르게 집광해야 했고, 필름은 그 빛에 민감하고 섬세하게 반응해야 했다. 태양빛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인공조명도 발명되었다. 손님을 자기 스튜디오로 끌어들이기 위한 판촉행위는 지금보다 더욱 노골적이었다. 이처럼 사진의 역사에서 초상사진은 사진산업을 선도할 만큼 강력한 힘을 행세하였다. 덕분에 초기 사진사에서 뿐만 아니라 사진의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에는 인물사진이 있었다. 19세기에는 가스티옹 백작부인과 카메론을 20세기에는 잔더와 신디셔먼, 아베든과 루프 … 등 사진의 주제와 소재로 '사람'은 언제나 핵심이었다. 그에 비해 우리 사진계에서 초상사진은 다른 장르에 비해 허약할 뿐이다. 물론 많은 작가들이 초상사진을 찍었지만, 그럼에도 초상에 대한 이해가 얕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하니, 소위 사진관에서 생산되는 사진들을 단순히 상업사진의 영역에 가둔 채 연구를 진척시키지 못한 점이 꼽힌다. 상업사진과 예술사진의 게토가 명확하여 장르의 넘나듦을 허용하는 포용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 하나는, 사진의 주제가 인물일 경우 컬렉션이 될 확률이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후자가 가장 강력한 이유로 작동했을까. 초상사진의 미학적, 사회적 가치를 깊이 있게 따지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아쉽다.

김대욱_서있는 사람 신용빈 배우지망생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5×102cm_2019

그런 의미에서 김대욱의 초상사진은 반갑고 귀하다. '지금, 왜, 초상사진인가'를 모색하게 하기 때문이다. 김대욱은 『서 있는 사람들』에서 '인물'만을 보여준다. 견고하게 설치된 4개 이상의 스튜디오 조명을 연동하는 것 외에, 별다른 장치 없이 인물의 표정과 포즈, 의상만으로 사진의 주요 형식을 견지한다. 사진 속의 인물은 모두 '연예인 지망생'이고 작가와는 사진가와 모델의 관계로 작업이 시작되었다. 대개 연예인 지망생이 스튜디오를 찾아 촬영하는 사진과는 사뭇 다르다. 모델의 피부톤은 (포토샵으로 정제하지 않았기에) 거칠고, 훈련받지 않은 포즈는 낯설기만 하다. 김대욱은 아직 연예인이 되지 못한, 연예계 진출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날 것을 드러내려고 한 것일까. 이들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의식하며 연기를 하고 있지만 모델로서의 포즈는 허술하다. ● 인물사진에서 포즈(pose)는 강력한 코드(code)이다. 인물의 성격과 성향을 포즈를 통해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정치인들의 포즈는 그들의 정치노선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게 코딩이 된다. 목사, 작가, 교수, 성악가, 샐러리맨 등 직업인의 포트레이트에서도 포즈는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릴 수 있게 포즈를 심어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김대욱의 인물들은 어떠한 코드도 보이지 않는다. 허공을 응시하거나, 그저 서 있거나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다. 이들은 누구인가, 작가의 설명이 있기 전까지 알 수 없다. ● 그런데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니 아직 연예인이 되지 못한 이들의 포즈는 이상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포즈라 할 수 없는 포즈, 아직 코딩 전인 포즈. 어디론가 향하지만 나아갈 수 없음의 대기발령상태의 포즈. 흔히 아이돌(idol, 많은 사랑을 받는 우상)로 비유되는 연예인들은 특정한 이미지를 부여받고, 그 아이콘(icon, 상(像))을 유지하고 강화하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스펙터클한 사회에서 연예인은 주목받는 존재가 되지 않으면 그 가치가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상(신상)화 될 때까지 본인의 이미지를 코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대욱의 『서 있는 사람들』은 작가의 말처럼, 어딘가를 향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등장하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포즈를 상상하면서 모델들과 '어떤 기다림'의 포즈를 구상한다. 베케트의 인물들이 무엇인가를 끝없이 기다리며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듯, 의미(코드)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한 '지망생'들의 웅얼거림은 고독하고 쓸쓸할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묘한 틈이 발생하는데, 연기자가 되지 못한 자의 어설픈 '연기' 속에 스며든 '불안'의 포즈다. 이들의 어설픈 연기는 그 허술함으로 인해 불안의 기호로, 기다림의 은유로 재현되었다.

김대욱_서있는 사람 오동현 모델지망생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5×102cm_2019

김대욱의 『서 있는 사람들』에서 얼굴만을 클로즈업한 사진들을 보자. 눈동자 안에 여러 개의 조명이 빛난다. 하지만 그 시선은 화면의 바깥을 응시할 뿐이다. 시선의 장소로서 얼굴은 보여 지면서 동시에 보는 장소이지만, 김대욱의 인물은 관객의 눈을 마주하지 않고 허공에 머문다. 대개 인물사진에서 얼굴이 존재론적인 기능을 갖으며 타자에게 의미전달을 하기 위한 장소라면,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떤 것도 보여주지 않는 가면처럼 기능한다. 연예인 지망생의 얼굴은 지극히 개인적(individual)이면서도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두 개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기다림의 마스크'가 이러할 것이다. 김대욱은 이 모델들이 연예인 지망생 이전에 단독자이고 개별자로서 그 고유한 에너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각각의 인물에 여러 개의 조명이 별처럼 총총히 박히게 한 것이리라. ● 해마다 '스타 메이커'를 비롯한 케이블 방송이나 지상파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수 천 명의 지원자가 몰린다고 한다. 내일의 스타를 열망하는 연예인 지망생들의 발길이 대형 연예기획사 및 방송사 앞에 장사진을 친다고도 한다. 어떤 통계에서는 청소년들의 희망 직업 1순위가 연예인이라는 결과를 냈다. '연예 고시'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각종 연기학원은 예비 스타들로 성황을 이룬다고. 도대체 왜 연예인이 되고 싶은 것일까. 이들 중에 실제로 연예계에 입성할 확률은 거의 1%도 안 되는데 말이다. 대중매체에서 내보내는 연예인의 초상은 깨질 수 없는 우상으로 과대 포장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김대욱이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꿈의 초상을 판타지를 제거한 채 건조하고 밋밋하게 제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도 있겠다. ● 주지하다시피 김대욱의 조부는 『허바허바사진관』을 창립한 김주성이다. 사진관 이름이 독특하기도 했지만 전국 각지에 '허바허바'의 흔적이 남아 있어 초상사진관으로써 대표성을 가진 곳이다. 그 옛날, 할아버지 사진관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을 보고 자란 김대욱에게 초상사진의 '역학'은 새롭고 놀라웠을 것이다.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만 서면 연기를 했고, 카메라 뒤에 위치한 사진가는 그들의 욕망을 채워준 마술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스타'는 아마도 초상사진관에서 탄생되지 않았을까. 읍내의 사진관 윈도우에 전시된 사진 속 인물들은 마을을 떠들썩하게 했으니 말이다. ● 김대욱은 누구보다 우리 초상사진의 계보를 잘 꿰뚫고 있다. 시대마다 변화하는 사진관 내부의 인테리어, 장비와 프로세스를 비롯해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의 옷차림과 포즈 등 초상사진 문화의 코드를 섬세하게 분류할 줄 안다. 김대욱이 『서 있는 사람들』을 작업할 수 있었던 데는 동시대 사람과 삶의 모습뿐만 아니라, 사진이 꿈꾸는 자리를 오랜 시간 숙고했기 때문이다. 초상사진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전시다. ■ 최연하

김대욱_서있는 사람 이재은 모델지망생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86×93cm_2019
김대욱_서있는 사람 진가희 리포터지망생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90×95cm_2019

나의 인물사진에 대한 관심은 할아버지인 (고)김주성의 『허바허바사진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인물사진에 대한 관심은 나를 할아버지의 사진관으로 이끌었다. 자연스럽게 사람을 촬영한 사진에 관심을 갖고 계속 초상사진 분야를 연구하고 촬영하고 있다. ●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연예인 지망생'이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연예인 지망생이 있다. 가수, 연기자, 코미디언, MC, BJ, 모델, 유명 운동선수 등 그들 모두에게는 나름의 귀한 꿈이 있다.일반적으로 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숨기고 이미지를 연기를 하지만, 나는 사진작업을 통해 그들 본연의, 숨겨진 혹은 드러나지 않은 모습에 다가가려고 했다. ● 모델이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일종의 연기의 시작이다. 나는 카메라 뒤에서 그들의 연기를 보며 내가 보고자 하는 그들을 조각해 나간다. 나는 일반적으로 인물사진의 연극적 요소에 흥미를 느낀다. 그래서 사람을 찍을 때 극적인 부분을 더욱 강조하기도 하지만, 본 작업은 그와 반대로 모델들에게 극적인 표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가장 편안한 자신을 드러내도록 유도한다. 아이러니하게 극적이지 않은 연기의 시작인 것이다. 이는 연기하는 것과 연기하지 않는 것과 모호한 경계를 만들어 낸다. 극적인 연기에 익숙한 분은 카메라 앞에서 진짜 자신의 모습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극적이지 않은 본연의 모습과 카메라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극적으로 되는 사진 촬영의 경계, 이러한 아슬아슬한 지점을 카메라로 담고자 하였다. ■ 김대욱

Vol.20191012i | 김대욱展 / KIMDAEWOOK / 金大郁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