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올해의 중견작가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展   2019_1010 ▶︎ 2019_1109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9_1015_화요일_06:00pm_중정홀

참여작가 이기성_변미영_남학호 김종언_서옥순

관람시간 / 10:00am~08:00pm / 11월_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대구문화예술회관 DAEGU ARTS CENTER 대구시 달서구 공원순환로 201 Tel. +82.(0)53.606.6114 artcenter.daegu.go.kr

올해의 중견작가전은 지역 미술계 허리 격인 중견작가들의 활동을 제대로 조명하고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한다는 지역 미술계 요청으로 2016년부터 개최되기 시작하였다. 이 전시는 40세 이상의,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중견작가들을 추천·선정하여 5명 각각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에게 기존의 공간보다 더 넓은 발표공간을 제시하고, 작가의 새로운 시도와 자유로운 해석을 이끌어 냄으로써 자기 발전과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 참가하는 이기성(b.1959), 변미영(b.1964), 남학호(b.1960), 김종언(b.1965), 서옥순(b.1965)은 50대의 중후반의 작가들로 자신의 개성이 뚜렷하고 꾸준한 발표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은 최근 제작한 신작을 중심으로 참신한 시도를 대거 선보이고, 기존에 비해 대형화된 작품으로 공간과 어우러진 작품을 보여줄 계획이다. ■ 대구문화예술회관

이기성_uncomfortable truth-refugee_양복_가변설치_2019
이기성_uncomfortable truth-refugee_양복_가변설치_2019

이기성, 불편한 진실 Uncomfortable Truth ● 재료와 물질에 대한 중립적 관심으로 일관해 왔던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다르게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이기성은 메타포 가득한 공간으로 작업의 행동반경을 확장시키고 있다. 애초에는 수집한 정장 표면에 스틸 볼을 입혀 부식시키면서 기존의 미학적 방법론을 확장시키려했다. 옷감과 스틸 볼의 재료적 특징이 서로 상충하면서 기대한 효과가 연출되지는 못했지만 버려진 옷 그 자체의 제시는 오히려 주제 암시를 극대화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 옷들은 단 한 번도 누구에 의해 입혀진 적 없는 새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 옷을 원하지 않는다. 얼핏 보면 지극히 정상으로 보이는 이 옷들은 길이가 맞지 않다거나 재봉에 문제가 있다거나하는 등 하자가 있는 물건이다, 마치 우리 모두가 그런 것처럼. ● 쓸모없어 버려진 옷의 이미지는 바닥에 떠다니는 나무뿌리와 의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전시장에 흩어진 나무뿌리들은 '삶의 터를 포기하고 유랑할 수밖에 없는 난민들'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이러한 은유와 함께 결함 때문에 버려진 옷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절망과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의 흔적으로 읽혀진다. 그런데 난민을 '어떠한 위기 때문에 원치 않게 다른 곳으로 내몰린 사람들'로 규정한다면 우리 모두는 난민이다. 비단 정치나 종교적 난민이 아니더라도, 무언가가 우리를 원치 않는 곳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일생을 떠도는 것이 현대인이 아닌가?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지만 도처에 존재하는 이러한 존재적 위기를 작가는 '불편한 진실'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김석모(포항시립미술관 학예팀장), '불편한 진실'중에서 ■ 김석모

변미영_유산수遊山水_판넬에 혼합재료, 아크릴채색, 금박, 은박_130×162cm_2019
변미영_유산수_장지에 아크릴채색_213×130cm_2019

변미영, 유산수 遊山水 ● 이름 붙일 수 없는 색만 진짜 색이라던 누군가의 말은 변미영의 작품에 해당된다. 작업에서 노동의 분량은 상당하다. 그러나 노동이 전부는 아니다. 노동은 자유로운 놀이를 위한 전초작업일 따름이다. 작가의 '놀이'는 레고나 도미노 게임처럼 오랜 시간과 체력 그리고 집중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유산수라는 다소간 느슨해 보이는 표현은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표현하는 것에 가깝다. 이전의 시리즈에 있었던 즐거움이나 휴식, 그리고 개화라는 개념 또한 마찬가지이다. 예술은 현실이기 보다는 이상이다. (중략) ● 예술을 빙자한 무념무상과 무위의 놀이가 무절제 하게 이어지자 대중은 예술에 피로감을 느꼈으며 사기라고 생각했고, 결국은 예술로부터 멀어졌다. 최소한 변미영은 '(현대)예술은 원래 그래'라고 쉽게 단정 짓지 않는다. 자기만의 기법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의미가 있지 않고서 대중을 설득시킬 수는 없다. 민화풍의 도상에 만화적인 생략법이 두드러진 형태도 재미있지만, 더욱 눈여겨봐야 하는 것 화사하면서도 바랜 듯한 중간색조이다. 단색조의 작품 또한 모든 색이 다 들어있다는 먹처럼 깊은 맛이 있다. 오묘한 색감은 수직적, 수평적 차원의 관계망에서 온다. 그것은 밑색과의 관련 속에서, 그리고 주변색과의 관련 속에서 빛을 발하고 의미를 가진다. (중략) ● 어느 것도 완전히 자기를 주장하지 못한다. 모든 것은 관계망 속에서 작동된다. 화면은 이를 통해 시간성과 역사성을 설득력 있게 담는다. 주체 또한 그러한 과정의 산물이다. 지우기를 통해 나타나는 색처럼 주체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를 비움으로서 그때그때에 걸 맞는 작품으로 충만하게 재탄생할 수 있다. 그것은 온통 자아의 의도와 취향과 전략으로 가득 찬 억지스러운 결과물이 아니라, 비우고 지워서 드러난 미지의 것이다. -이선영(미술평론가),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는 놀이' 중에서 ■ 이선영

남학호_석심(생명)171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17
남학호_석심(소원)190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6×220cm_2019

남학호, 석심 石心 ●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극사실회화가 등장하여 당시 미술의 한 흐름을 이루기도 하였지만, 미국형이나 유럽형의 그것과는 또다른 문맥에서 개인적인 감정이입과 함께 새로운 리얼리티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남학호의 그림들은 한국화가의 기본 필법과 채색법 등의 기법을 기저로 하여 개성적인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모더니즘이 반反미학과 순수조형성을 지향하며 진행되었고,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러 이미지의 회복과 해체 및 탈장르 탈회화 다매체 다중영상 등으로 진행되어 온 일련의 흐름이 현대미술의 정공법이었다면, 남학호의 회화는 그리기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또 다른 묘법으로 인간적 감성을 자극하는 나름의 역공법을 구현해 보여준다. ● 그의 작업의 방향성과 의미 연관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조약돌을 소재로 한 작가의 주된 모티브는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유비적으로 표출하는 데 있다. 부단히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와 온갖 풍상 속에서 닳고 닳은 조약돌들의 무더기는 수많은 삶의 지층과 그 층위를 반영하는 삶의 알레고리(allegory)이기도 하다. 둘째, 작가는 자연 그대로의 돌들을 재현하여 그리기보다 흙도 묻고 모래도 묻은, 또는 한 면이 깨지기도 하고 기형으로 마모된 돌들을 세심하게 포치하여 돌이 품고 있는 세월의 결을 드러내려 노력한다. 셋째, 이 같은 시각적 리얼리티의 정감적 변용을 위해 작가는 캔버스에 젯소를 바르고 연필 스케치로 다양한 돌들을 포치한 다음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작업한다. 넷째, 그동안 수묵의 묵필법을 익혀온 작가이므로 서양의 재료를 이용하여도 역시 세필의 필치나 색감의 조율, 여백의 운용 등에서 동양적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담색의 단색조로 표현되어 적요寂寥로움 속에서 정조情調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도 특징의 하나이다. (중략) ● 끝으로, 이 같은 작가의 작업 방향을 돌아볼 때, 오늘날처럼 다변화해 가는 미술상황 속에서 흔들림 없이 무언의 한 물상과 40년 넘게 대좌對坐해오고 있다는 것은 작가의 범상치 않은 구도자적 자세를 엿보게 한다. 면밀한 자연관찰을 전제로 하여 작가의 마음을 옮기는 것이 동양 전통미술의 요체라면, 개성적인 심상 구도와 공간운용을 통해 초물상적超物像的인 감각을 유발시키는 일련의 시도는 조약돌이라는 소재를 관통하여 무한한 대자연의 섭리를 환기하려는 작가의 예술의지(Kunstwollen)를 반영한다. -장미진(미술평론가), '그리기의 역공법-남학호의 돌 작품세계' 중에서 ■ 장미진

김종언_밤새... 태백 철암역_캔버스에 유채_129×227cm_2019
김종언_밤새... 서울 홍제동_캔버스에 유채_65.2×91cm_2019

김종언, 밤새... ● 작가는 밤이라는 시간의 경과를 그림으로써 독자적인 분야를 개척한다. 그 결과 일광 아래서 본 풍경이 아닌 탓에 다채로운 채색의 일반적인 화풍에서 벗어나 있다. 특유의 잿빛 톤이 지배적이면서 절약된 팔레트가 바로 그의 주조색이 된다. 화면은 어둠 속에 가라앉은 사물들로부터, 눈에 덮여 반사하는 빛의 여명 속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마을 전경을 무채색에 가깝게 그린 것이 화폭 전면을 차지한다. 거기서는 오로지 가로등 빛, 자동차의 서치라이트 조명 또는 동네의 주택가 실내에서 새어나오는 광선 정도로 채색의 전 효과를 대신하고 있다. 작가가 대면한 작품의 '시간'은 어둠의 깊이와 밤의 고요함이 극대화되는 순간을 향해서 혹은 뒤로하며 경과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 그의 화면들은 회색빛의 희미한 잔영 속에 인적의 온갖 자취 등이 부동의 모습으로 존재를 드러내지만 밤의 침묵 가운데 잠겨있다. 그 침잠하는 공간의 넓이와 깊이는 관객의 시선을 흡입할 듯 압도한다. 그러나 거기에 눈송이들을 표현하면서 뜻밖의 반전이 일어나는데, 흰색 물감의 점들은 원근법적 재현에 의한 공간적 깊이와 화면 표면과의 사이에서 회화적 충돌과 긴장을 발생시키고 있다. 특히 그의 대형 캔버스 앞에 설 때는 깊이감과 표면 사이의 이 긴장감이 더욱 커진다. 결국 이 작가가 포착하려던 장면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휴면 중에 있던 세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이내믹한 변화와 역동성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화한다. (중략) ● 재현 그 이상의 의미를 바라며 조형주의적인 태도를 피하고 사실에 핍진하고자하는 작가의 자세는 자연히 현실의 누추함도 왜곡 없이 그대로 드러낸다. 우리 삶의 진실은 누추함에 가깝고 꾸미지 않을 때 그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가. 거기에 우리의 정서를 따스하게 감싸 안고 포근함과 나아가 어떤 명랑함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회화적 표현의 솔직함 덕분이다. -김영동(미술평론가), '눈 오는 밤의 세상을 그리다.' 중에서 ■ 김영동

서옥순_Tears-6_혼합재료_108×108×5cm_2019_부분
서옥순_얼굴_천에 자수_580×5cm×16_2019

서옥순, 눈물 Tears ● 서옥순은 '자신에게 솔직하게 자문자답하는 자화상의 변주와 변용'으로 자신의 작품을 진척시켜 왔다. 그것이 그간 '존재(Existenz)'라는 무거운 화두를 성찰하는 것으로부터 '이미지와 질료'의 문제를 탐구하고 '눈물'을 의미를 모색하는 것으로 점차 전개해 왔음에도 여전히 그것은 작가 서옥순의 자화상의 연장선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중략) ● 올해의 개인전에서 작가는 '눈물에 대한 상념' 나아가 '눈물을 위한 상념'을 전개한다. 그것은 특별한 계획 없이 눈물에 대해서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을 늘어놓는 것이다. 눈물에 대한 상념은 슬픔으로부터 참회와 분노, 말할 수 없는 희열의 기쁨 등 자신과 타자의 관계 속 경험이 낳은 '눈물의 에피소드'로부터 추출된 것이다. 가족사에서의 애잔한 번민과 갈등, 예술을 향한 청년기의 좌절과 방황, 결혼과 유학 생활을 병행하면서 포기할 수 없었던 작가의 길, 그리고 어느덧 중견을 넘어 중진에 접어든 작가의 작업 세계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모색의 삶, 작가 서옥순은 이 모든 것을 '눈물의 에피소드'와 함께 해 왔다. ● 이 모든 눈물을 하나로 만든 것은 '중성성을 가시화하는 눈물의 결'이었다. 이것은 희로애락의 감정과 세월이 하나로 그릇 안에 담긴 눈물이다. 이러한 중성성의 맥락은 작가 서옥순의 눈물에 대한 상념으로부터 모든 타자의 눈물로 전이한다. 커다란 캔버스 천 위에 새겨진 작가의 눈을 감은 커다란 자화상이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가볍게 흔들리면서, 또한 벽에 걸린 채 똬리를 물고 동심원을 만든 응축된 커다란 눈동자 조각이 가느다란 눈물 줄기를 통해 관객과 시선을 주고받으면서 그 '눈물'은 전이된다. 이제 작가 서옥순의 '눈물에 대한 상념'은 전시장에서 맞닥뜨리는 관객과 함께 '눈물을 위한 상념'으로 전이된다. 눈물! 그것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으니 내가 이제 그것을 기억할 일이기 때문이다. -김성호(미술평론가), '눈물을 위한 상념' 중에서 ■ 김성호

Vol.20191013d | 2019 올해의 중견작가-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