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아.EPS / Do not change.EPS

전진경展 / JUNJINKYOUNG / 田珍鶊 / painting   2019_1014 ▶︎ 2019_1027 / 21일 휴관

전진경_천막7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3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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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8:00pm / 21일 휴관

경의선 공유지.EPS Gyeongui line commons.EPS 서울 마포구 백범로28길 17 경의선광장

농성천막 3년 6개월의 기록, 100개의 드로잉 ● 다양한 예술가들이 오가던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농성 천막은 노동자에게, 예술가에게, 연대자에게 공공의 장소였다. 주인과 손님이 따로 없고 엄숙함도 없으며 가능한 서로에게 솔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간이었다. 해고된 삶이 주는 무거움 위에서 언제까지 농성을 해야할지 모를 막막함에도 농담과 여유는 중요한 가치였다. 물론 우리의 노력을 싱겁게 하는 침묵의 시간도 많았다. 받아들이고 견뎌냈다. 너무나 연약한 살들이 부딪혀 상처가 되는 날도 많았다. 현명한 방법이 없을 때 적당한 포기로 서로를 놔주었다. 모두가 같은 기억일 수는 없겠다. 그러나 내게 그 천막은 성실한 관계의 공간이었고 신뢰의 공간이었다. 매주 천막에서 그림을 그렸던 이유는 이 공간이 좋았고 농성 천막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접촉이 나를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이 규칙적인 방문으로 나는 세상을 감각하고 나를 감각했다. 나아가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어 돌아오곤 했다. ● 2019년 4월 고용주와의 협상으로 콜텍노조의 11년 장기 농성이 마무리 되었을 때, 노동자들이 비로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묘한 상실감을 느꼈다. 축하의 시간을 어색하게 보내고 있을 때 친구가 말을 했다. "콜트콜텍 농성장은 진경에게 코뮌이었구나."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나의 상실감이 이해되었다.

전진경_천막78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65cm_2018
전진경_천막7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65cm_2018
전진경_천막55_종이에 수간채색_41×28cm_2017

농성 천막에서 그림 그리는 것은 같이 앉아 시간을 보내는 연대 행위였다. 그러다 점차 신중해졌다. 바뀌지 않는 풍경과 싸우고, 넘치는 이야기를 담지 않으려고 싸우고, 안정된 구도와 싸우고, 습관적으로 나오는 형태감각과 싸우고 익숙하게 선택하는 색상과 싸우며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날이 부지기수였다. 어떤 날엔 이 싸움이 지긋지긋해서 아예 포기하고 있었는데, 지켜보던 콜텍 노동자는 말을 아끼다 한마디 했다. "아 열심히 좀 그려어, 왜 자꾸 딴청을 피어". 작업이 잘되는 날이면 나의 만족은 공동의 기쁨으로 환원되었다. "멋진 하루였어" 라는 인사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차안에서 계속 중얼거리며 그 말을 반복했다.

전진경_천막56_종이에 수간채색_41×28cm_2017
전진경_천막94(in Indonesi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73cm_2018
전진경_천막96_종이에 수간채색_70×55cm_2019

전시제목 『바뀌지 않아』는 58년생 방종운 (콜트 해고 노동자)님의 말에서 가져왔다. 나는 그가 차분히 꺼내놓는 언어들을 항상 기억하고 싶어했다. 단식을 하고 있는 그에게 단순하고 막막한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가만히 있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명예를 존중하지 않는 세상은 가만히 있으면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가만히 있지 않기 위해 무리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그를 나는 존중한다. 그런 기개가 없는 나는 그런 이들 옆에서 그들의 에너지를 받아 먹는다. ■ 전진경

Vol.20191014b | 전진경展 / JUNJINKYOUNG / 田珍鶊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