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작 SEOKJAK

한상재展 / HANSANGJAE / 韓相宰 / photography   2019_1015 ▶︎ 2019_1020 / 월요일 휴관

한상재_#01석작_디지털 프린트_53×63cm_2019

초대일시 / 2019_1015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사진위주 류가헌 Mainly Photograph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청운동 113-3번지) Tel. +82.(0)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치마의 산호 빛은 아직 엄마의 꽃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 석작. 한 세대 전만해도 자주 쓰이던 물건인데 이제는 아는 이가 드물다. 나무로 만든 궤나 농이 발달하기 이전부터 생활용품을 담는 용도로 사용되던 대나무 바구니 함으로, 20세기 초까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 사진가 한상재는 몇 해 전 노모가 홀로 지내시던 친정집에서 석작 하나를 발견했다. 사진을 하면서부터 사람의 동태에서 소소한 물건들의 형태에 이르기까지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시선이 생겼다. ● 낡은 석작 안에는, 어머니의 세월이 응축되어 담겨 있었다. 손 글씨로 '미싱'이라고 써 붙인 재봉틀기름에서부터 쓰다 남은 공책으로 만든 가계부와 돌아가신 아버지의 은수저, 브로치 같은 작은 장신구들... 쓰임이 다했는데도 버리지 않고 석작 안에 간직했으니, 어머니가 오래 사랑했던 물건들이다.

한상재_#02석작_디지털 프린트_53×63cm_2019
한상재_#03석작_디지털 프린트_53×63cm_2019

군데군데 좀이 먹은 빛바랜 한복 치마에 남아있는 고운 산호색은 그런 엄마의 꽃다운 시간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산호색 치마를 보면서, 작가는 이 사물들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했던 엄마의 마음을 무심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버려지기 전에 사진으로 기록해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올해 93세인 엄마는 병원 침대에 누워, 언제 다시 집에 돌아올 수 기약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가끔씩 비어 있는 엄마의 아파트에 가서 화분에 물을 줄 때마다 엄마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에 초조해졌다. 딸인 내가 엄마의 물건을 챙기고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상재는 25년간 학교에서 역사 선생님으로 재직했고, 명예퇴직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했다. 카메라에 가장 먼저 담은 피사체는 남편이었다. '가깝고도 먼 타자'로서 남편을 사진에 담아 『오래 기다려온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전시를 열었다. ● 첫 전시 당시, 가족들의 이야기와 여성의 삶의 자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작업해가겠다던 약속을 했었다. 자신의 생활 속에서, 가까운 관계 안에서의 '사유와 성찰로서의 사진'을 5년 여 만에 『석작』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어머니께 묻고 기억을 되살려서, 각각의 사물에 얽힌 사연들까지 더해진 마음으로 담은 것들이다. ■ 박미경

한상재_#04석작_디지털 프린트_53×63cm_2019
한상재_#05석작_디지털 프린트_53×63cm_2019

몇 년 전 부터 엄마 혼자 계시는 친정집에 갈 때 마다 소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 왔다. 그것은 내가 사진을 배우기 시작 하면서부터 나타난 변화였다. 오랜 세월 엄마와 함께 한 물건들이 버려지기 전에 사진으로 찍어 두고 싶어서 그것 들을 조금씩 챙겨 왔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서서히 관심에서 멀어졌다. ● 2년 전 엄마는 허리에 통증이 생겨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1927년생으로 올해 93세인 엄마는 병원 침대에 누워 생활을 하다 보니 근력이 약화되어 언제 다시 집에 돌아올 수 있을지 기약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가끔씩 비어 있는 엄마의 아파트에 가서 화분에 물을 줄 때 마다 엄마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에 초조해졌다. 그러면서 딸인 내가 엄마의 물건을 챙기고 정리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뒤적여 보던 어느 날 석작을 열어 보게 되었다. 석작 안에는 오랫동안 켜켜이 쌓인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좀먹고 얼룩진 치마와 한지, 광목 이불 호청, 숟가락 등이 몇 십 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되었다.물건 하나하나에서는 엄마와 내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자연스럽게 잃어버렸던 내 유년의 퍼즐들이 듬성듬성 조각을 맞춰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엄마와 함께 나의 시간들을 찍기 시작했다. ● 유난히 빨리 흐르는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나는 아직 엄마와의 이별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 한상재

Vol.20191015f | 한상재展 / HANSANGJAE / 韓相宰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