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 풍경 그 경계에서 노닐다.

성태훈_진리바_한유진展   2019_1023 ▶︎ 2019_1030 / 월,공휴일 휴관

성태훈_날아라 닭_옻칠화_83.5×101cm_2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협찬 / 수원시_수원문화재단 주최,주관 / 한유진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해움미술관 HAEUM MUSEUM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33 Tel. +82.(0)31.252.9194 haeum.kr

동양에서의 공간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그림이 산수화이다. 우리의 산수화는 유가의 덕(德)과 도가의 도(道)가 구현되는 공간이었다. 서양의 풍경화가 근대기에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면 동양에서는 중세기에서 근대기에 이르도록 산수화가 회화예술의 중심부를 차지했다. 이러한 동아시아 산수화 발생의 토대에는 유가(儒家)와 도가(道家) 등 철학적 사유에 근거한 산수관이 존재한다. 이러한 산수화를 관념산수(觀念山水)라 말하며, 여기는 이상적 공간으로 덕(德)이 구현되는 장소로 이해되었다. 이에 반해 실제의 풍경을 보고 그린 산수화는 실경산수(實景山水) 라고 부르며, 우리 강산의 실제적 풍경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수화를 통해 이것이 한국화 전공 작가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를 알아보고 이를 통해 현재 한국화의 모습을 유추해보고자 기획되었다. 또한'한국화'의 방향성에 관해 작가들과 논의한 뒤, 관람객에게 한국화의 아름다움을 전할 예정이다.

성태훈_날아라 닭_한지에 수묵담채_89×150cm_2017
성태훈_날아라 닭_한지에 수묵담채_147×120cm_2010

우선 참여 작가의 작업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한다. 첫 번째로 성태훈의 작업이다. 그의 주제는 날아라 닭!이다. 우리에게 닭이란 날지 못하는 새, 가금류로써 길들여져 무리 안에 갇혀있는 새로만 인식되어 왔는데, 허공을 나르는 닭이라 생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래 닭은 날 수 있는 동물이었지만 사람에게 길들어지면서 날개의 역할이 퇴화되어 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닭이 횡량한 들녘을 날아다닌다. 마른 고목, 풀들이 존재하는 풍경을 가로지로고 있다. 이 풍경은 분명 작가 개인의 상상에 의한 관념적 세계이지만 냉혹한 현실에 비춘다면 이 풍경은 실경으로 분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른 들녘을 날아다니는 닭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비상하라는 조언을 우리에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업의 주제와 함께 눈에 띠는 것은 옻칠이라는 작업방식이다. 그는 합판에 옻을 바르고 사포로 문지는 버거운 시간을 통해 작업을 완성해간다. 우리의 옻칠이라는 방식을 회화로 끌고 온 셈이다. 일본의 옻칠과 다르게 자개, 달걀껍질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약간의 금분, 은분만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의 작업은 옻칠이라는 방법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진리바_境界_한지에 수묵담채_70×74cm_2019
진리바_金剛全圖_한지에 수묵_72×144cm_2019
진리바_倣 溪上靜居圖_한지에 수묵_30×58cm_2019

다음으로 두 번째로 실경과 진경산수 임모(臨摸)작업을 하는 진리바의 작업이다 그녀는 과거 선비들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삶의 공간이 오늘날에도 이상적인 장소로 존재할 수 있으며, 관념, 실경을 넘어서 자연이라는 것의 가치에 관해 말하고 있다. 과거 최고의 인격적 덕목으로써 그 자체로 도(道)가 구현된 물상, 나아가 고상한 인격의 발휘에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여겨졌던'산수'는 현대에도 같은 의미로 통용될 수 있을까? 진리바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산수'라는 것 그 자체가 지닌 높은 정신적 가치는 현재에도 흔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는 현재와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고 예전부터 이어져온 가치관은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산수'는 고결한 장소이자 세속을 벗어나 쉴 수 있는 공간으로의 역할을 한다고 전하고 있다.

한유진_花2018-1_장지에 채색_150×200cm_2018
한유진_花2018-3_장지에 채색_87×70cm_2018
한유진_花2018-5_장지에 채색_126×110cm_2019

마지막을 한유진의 작업이다. 그녀의 작업은 반추상으로 자연과 관련된 문양들을 화면에 가득 그리고 채색한 뒤, 연한 호분(흰색물감)으로 덮고 그 위에 모란꽃의 형상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꽃은 구체적인 형상이 있는 것이 아니며, 꽃의 외곽선만을 그리는 형태이다. 자세히 살펴봐야만 자연물(산, 나무, 돌의 형상) 안에 꽃의 형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작가에게 역시'산수'란 유(遊)의 공간, 잠시 세속을 떠난 몽환적인 공간이라 보아진다. 현실을 잊고 꿈을 꿀 수 있는 장소를 관념적 풍경으로 표현하고 있다. ● 지금까지 3명의 작들의 작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리나라의 산수, 자연풍경을 소재로 하며 전통적인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에게'한국화'하면 수묵풍경, 즉 산수화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먹으로 그린 자연의 모습이 가장 친근하게 떠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화 안에서도 다양한 기법을 시도하고 현대적인 활로를 찾는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 즉 대중에게는 좀 더 편안하게 한국화 안에 수묵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법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며, 함께 작업하는 작가들과는 과거의 한국화와 지금의 한국화의 지닌 의미, 과거의'산수의 의미가 지금의 산수'와 같은 의미로 통용될 수 있는가? 현재 한국화가 왜 미술시장에서 위치가 작아지고 있는가? 등 '한국화'와 연관된 다양한 의문들에 관해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한유진

Vol.20191023d | 산수, 풍경 그 경계에서 노닐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