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데메테르가 있다 Here We Find Demeter

김진展 / KIMJIN / ??? / mixed media   2019_1023 ▶ 2019_1103

김진_말한다_도자기, 페인트, 잡초, 2014~9 수집한 어머니의 물건_2019_부분

초대일시 / 2019_1026_토요일_06:00pm

문래예술공장 문래창작촌 지원사업 2019 MEET 선정

관람시간 / 12:00pm~07:00pm

대안예술공간 이포 ALTERNATIVE ART SPACE IPO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6길 9(문래동3가 54-37번지) 2,3층 Tel. +82.(0)2.2631.7731 www.facebook.com/spaceipo

「이곳에 데메테르가 있다」 전시는 두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2층에는 작가가 문래동에서 만난 여성과 공간을 통해 본인의 어머니를 재발견한 과정에 대해 창작한 설치 작품, 3층에는 지난 몇 달 문래동 쭈꾸미 식당 사장님과 함께 한 그림 워크숍의 결과물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명 「이곳에 데메테르가 있다」의 어원 ● 2016년부터 인연을 쌓아가고 있는 문래동 "쭈꾸미 식당" 사장님은 문래에서 나고 자라 결혼을 하며 자식들까지 키워낸 분이다. 남편을 대신하여 평생을 안팎에서 노동을 해온 사장님은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데메테르 여신을 생각나게 한다. 데메테르는 농경과 수확의 여신으로 그녀의 손길이 닿는 곳이면 모든 땅들이 생기와 풍요로움으로 채워진다. 데메테르의 손을 가진 사장님은 곤궁하고 척박한 현실에서도 늘 삶의 희망을 찾아 나서신다. 그 예로 사장님의 식당 한쪽, 방 안 벽지 위에는 생화 네잎클로버들이 갈색 빛으로 물들어져있다. 인생의 헛헛함을 느낄 때마다 다녀오는 도림천에서 가끔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이 잎들을 가져와 방에 붙여 놓으신다. 클로버가 삶의 형편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다짐처럼 붙여놓으시는 것이다. 이 모습에 마음이 애틋해지곤 했는데 사장님이 자신의 삶을 지켜내는 작지만 단단한 힘은 이런 태도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 또한 철공소 큰길가 뒤편 좁은 골목에서도 데메테르와 만날 수 있었다. 가정집들이 쭉 늘어선 곳인데,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들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그 곳에 아직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는 곳이 있었다. 그 온기는 집안 곳곳에 장식된 조화 넝쿨에서 나오는 힘 같았다. 빈집의 조화 넝쿨 장식과 식당 사장님이 삶을 일궈온 태도가 묘하게 서로 겹치며 삶의 한 풍경을 만들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건 바로 보살피고 가꾸고 만드는 '손'으로 내가 사는 터전을 살뜰히 일구는 모습이다. ● 이렇듯 문래에서 만난 한 여성과 빈집의 풍경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이곳에 데메테르가 있다」 제목을 짓고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전시명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여성, 일상, 노동에 대해 말하는 전시이다. 전시를 통해 데메테르와 같은 사람들이 일궈온 삶의 풍경들을 함께 사유하고 나누길 바래본다.

김진_생화네잎클로버

「네잎클로버를 찾아서: 침묵한다 말한다 듣는다 본다」 - 2층 제1전시장 ● 「네잎클로버를 찾아서: 침묵한다 말한다 듣는다 본다」는 문래동 쭈꾸미 식당 사장님과의 만남을 통해 나의 어머니를 재발견한 과정에 대해 창작한 작품이다. 사장님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집에 올 때면 어머니는 하루 동안 쌓아왔다는 듯이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신기하리만치 사장님과 어머니의 이야기는 어딘가 모르게 늘 겹쳐있었다. 실은 지난 몇 십년간 재생 테이프처럼 들어왔던 익숙한 이야기들이었고, 이 한 맺힌 이야기가 이제야 제대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장님과 그림 워크숍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어머니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사장님의 이야기가 참고문헌이 되어 어머니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나의 작업도 그 울림에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네잎클로버를 찾아서: 침묵한다 말한다 듣는다 본다」를 창작했다. ● 「침묵한다」는 어머니를 상징하는 의자와 한 가정의 식탁을 표상하는 작품으로 구성했다. 여성이 하는 일상 노동 중에서 매일 삼시세끼 밥을 차려주는 일이 가장 눈에 드러나는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밥을 차리는 사람과 먹는 사람 그 누구도 놀라워하지 않는 평범하고 사소한 순간들이기도 하다. 식탁은 각기 다른 개개인을 한 곳에 불러 모은다는 점에서 사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적 공간을 포함하여 공적인 사회에서 조차 드러나지 않는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들은 무엇일지 사유해 보았으면 한다. 「말한다」는 언뜻 보기엔 그냥 노란 벽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어떤 행위를 하는 것과 같은 형상의 도기 작품이 온 벽을 덮고 있다.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모두 다른 문양들로 메꿔져있다. 매일 같이 온 집안을 쓸고 닦으며 가꾸는 어머니를 보며 실은 온 몸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삶에 대해 외쳐왔음을 깨닫고 이를 표현한 것이다. 「듣는다」는 한때 어머니의 삶을 부정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그녀를 통해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나의 자아를 그려낸 것이다. 「본다」는 자유롭게 움직이고 앉을 수 있는 작품이다. 평범한 스툴 의자 같지만 겨우 앉을 수 있는 '불편한 스툴'이다. 「침묵한다 말한다 듣는다 본다」 각각의 행위들을 누가 하는 것이고 나는 어느 자리에 있는지 관객 각자가 달리 찾아보며 그때마다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 내길 바래본다.

김진_야생화 이론_문래동 쭈꾸미 식당 사장님

「그녀의 목소리」 - 3층 제2전시장 ● 「그녀의 목소리」는 지난 몇 달 문래동 쭈꾸미 식당 사장님과 함께 한 그림 워크숍의 결과물을 담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사장님께서 잠들지 못하는 밤에 손이라도 바삐 움직이고 싶다며 그림을 가르쳐 달라고 하셨다.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 아니지만 사장님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될 것 같아서 함께 그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기를 약속하고 얼마 되지 않아 사장님은 평생을 일궈왔던 식당을 한 달 만에 급히 정리하셨다. 사장님도 문래동의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자유롭지 못하셨던 것이다. 이 식당은 생계와 연결된 곳이기도 하지만 따뜻한 거처도 함께 있는 곳이었다. 하루아침 만에 집과 직장을 잃는 다는 건 당사자가 아닌 타자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 먹고 사는 일보다 예술이 중요할 수 없으니 식당을 정리하고 나오신 후 한 동안은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전시를 위해 기금은 받았는데 아무것도 그리지 못할까봐 발을 동동 거린 때도 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잠시라도 저런 생각을 했던 것이 아찔하다. 어느 시점에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전시를 못하면 못한다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사장님이 새 식당을 계약하려고 할 때나 잠깐 아르바이트를 구하면 그림을 그렸고, 계약이 엎어지거나 일자리를 잃을 때면 그림은 뒷전이고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으로 흘러 보냈다. 이 이야기들은 현재 본인의 삶에 대한 한탄과 잊지 못하는 과거의 한 맺힌 스토리와 미래의 희망까지 다양한 것을 담고 있었다. 그림과 함께 전시된 글들은 이때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정리하고 사장님과 검토하며 최종 완성한 것이다. 글에 어울리는 이미지들은 사장님이 직접 고르며 그림으로 그리셨다. ●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려는 찰나에 식당을 접으셨는데 전시를 위한 마지막 그림을 그릴 때에 원하는 직장에 취직 하셨다. 한 달에 두 번밖에 쉬지 못하는 일이지만 1년만 열심히 하면 다시 내 가게를 오픈 할 밑천 마련이 된다고 하셨다. 그러나 또 다시 일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며칠은 하소연을 하셨지만 금방 예전의 긍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오셨다.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 본 나는 어쩌면 사장님의 삶을 한발자국도 알지 못한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업이 거듭될수록 더 어렵고 힘들게 다가온다. 적어도 이번 전시를 통해서는 데메테르와 같은 손으로 삶을 일궈온 사장님, 그녀의 목소리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래본다. ■ 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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