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의 재현

윤연우展 / YOONYEONWOO / 尹沿友 / painting   2019_1028 ▶ 2019_1107

윤연우_고라니_코튼사_40×29.6cm_2014_원화 곽수진

초대일시 / 2019_1028_월요일_03:00pm

2019 예술공간 집 추천작가展

관람시간 / 10:30am~06:00pm

예술공간 집 Artspace House 광주광역시 동구 제봉로158번길 11-5 Tel. +82.(0)62.233.3342 cafe.naver.com/artspacehouse www.instagram.com/artspacehouse

2019 예술공간집 추천작가 윤연우 ● 예술공간집에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에 주목하며 함께 나아가고자 연 1회 1명(또는 1팀)의 아티스트를 추천하는 추천작가전을 진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 작가로 윤연우 작가를 선정하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으로 지난 2013년 이후 꾸준히 제작해 온 직조(타피스트리) 작품 30여 점이 전시됩니다. 대학 졸업 이후 그림책, 직조, 드로잉, 일러스트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진행해 온 작가의 작업세계를 조망해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윤연우_고라니_코튼사_40×29.6cm_2019
윤연우_아기 새_코튼사_21×22.5cm_2019

근면의 시간이 자아낸 예술 ● 손가락 하나면 모든 지식 정보를 섭렵할 수 있는 시대에 예술은 과연 어떤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세상 많은 것들의 복제를 가능케 하는 3D프린터, 그 과정 또한 인간의 손이 아닌 기계의 계산된 공정이 모든 과정을 수행합니다. 옛 거장들의 작품들도 미디어의 힘을 빌어 환상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한 땀, 한 땀 수고로움을 품은 순수한 노동은 어떤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까. 드로잉, 도안, 직물노동이라는 세 단계를 거쳐야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고단한 과정, 머리와 손의 노동이 합일된 결과물들은 보는 순간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작가 스스로 근면한 시간이라 말하는 그 농축된 시간과, 몸이 일궈낸 세심하고도 정성스런 과정들은 인간이 만든 예술품이 어떻게 다시 인간에게 감동을 전하는지 보여줍니다. 작가의 근면한 시간 속에는 자연(동물)을 바라보는 눈빛도, 일상을 채워주는 주변인들의 마음도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윤연우 작가는 삶의 단면들을 재현해가는 데 있어 쉽고 편한 길을 가기보다는 모든 것들을 음미하고 천천히 되새기듯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작가가 마음으로 보듬어갔던 근면한 시간, 그 정성스러움이 엮은 풍경들은 아주 깊게 마음을 두드립니다. 화면 속 이미지와 실은 작가의 손과 교집합을 이루며 차곡차곡 화면을 메워갑니다. 바르고 정확하게 자리를 찾아가는 '실'들, 그 명상과도 같은 시간이 축적되고서야 완성된 작품들과 함께하며 그 감동의 가치를 오롯이 품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예술공간집에서 추천드리는 윤연우 작가의 전시에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리며, 전시를 위해 마지막까지 열정의 시간을 쌓아간 윤연우 작가님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2019.10.) ■ 예술공간 집

윤연우_청설모_코튼사_40×29.6cm_2018_원화 곽수진 윤연우_청설모_코튼사_73.5×55cm_2019
윤연우_집 돼지_코튼사_54×39.5cm_2018_원화 곽수진
윤연우_2019

화분에 햇빛을 쬐이고 물을 주는 사람의 마음과 태피스트리는 얼마나 가까운 것인가. 팽팽하게 걸린 날실 위에 시간의 무늬를 꿰매가는 이 작업은 또 얼마나 철저한 자세와 성실함을 요구하는가. 언젠가 색색의 실이 걸려있는 베틀 앞에 앉은 작가를 보고, 태피스트리는 단순히 성실한 시간의 축적일 뿐만이 아니라, 시간이 작가 속에 좌정하고 앉아 그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떤 시간은 잊히거나 지워지는 곳으로 흘러가 빠르게 부패되려고 하지 않고, 이곳에 생생하게 남아 다양한 표정으로 재현되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시간은 바삐 움직이는 부지런한 두 손을 필요로 할뿐더러 베틀 앞에 단단히 자리하고 있는 신체를 요구한다. 한 올의 실은 한 폭의 의도와 기획 속에서 심겨진 대로 자라나는 식물성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정확한 지점에 매어지기를 요구한다. 그래서 엄격하게 짜인 직물의 뒷면을 볼 때면, 마구 분출되고 흘러넘치는 실들을 볼 때면 저절로 미묘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정한 얼굴 뒤에 있는 고군분투와 시간을 이곳에 데려오는 손아귀의 힘을 보게 된 것만 같아서. 그 힘으로 짜인 씨실과 날실의 배치는 흔히 여성적인 것이라고 속단되는 성질, 즉 연하고 부드럽고 수동적인 재료(실)를 사용해 만들어낸 무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이 영원히 이곳에 새겨지기를 기약하며 들끓고 있는 현장이라서. 마침내 한 폭의 그림은 시간이 얻어 쓰게 된 한 폭의 얼굴이 되어 나타났는데, 도통 본 적이 없는 낯선 이목구비를 가진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코뿔소가 코뿔소의 탈을 벗고 바다코끼리가 바다코끼리로 인식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에서 벗겨진 채 쉽게 판독되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도, 비로소 표피를 벗은 민낯을 가만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서영. 윤연우의 친구. 가까운 곳에서 시를 쓰는 사람. ■ 이서영

윤연우_취업 준비하는 남자_코튼사_34×29cm_2014
윤연우_야근하는 여자_코튼사_34×29cm_2014

재현의 재현 ●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의 작업 모음이다. 그동안 작업의 흐름은 직조 기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던 직조 인물화 8점, 일러스트 작가 곽수진의 그림을 바탕으로 발전시킨 동물 구상/구성화 23점, 기분 좋은 작은 낙서들로 만든 송충이 직조 작업으로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 직조 작업 과정은 수채화(율동, 감각) – 도안(설계, 계산) – 직물(시간, 노동) 순이다. 다른 세 가지 감각을 순차적으로 거쳐 결과물을 만든다. 비효율적이며 순수한 노동인 공예성이 회화로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 지켜보려 한다. 작품의 표면은 종이와 물감에서 실로 바뀌었다. 실의 한 땀은 조형의 구성요소인 점으로 기능한다. 실 한 땀(점)을 엮어 그린 직물 그림은 마치 작은 레고 블록을 한 칸씩 쌓아 올리는 거 같고, 점묘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 직조 인물화는 수채 과슈로 그린 인물 드로잉을 도안으로 만든 뒤 직물로 짰다. 실로 색을 만들고 그 색 면들로 형상을 만드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분리된 각자의 색면이 주변의 색면과 관계를 이루며 인물의 윤곽과 형상을 나타냈다. 직조 인물화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 색 면들의 관계, 그리고 붓 자국의 흔적을 잘 찾아 따라가는 것이다. ● 직조 동물 구상/구성은 일러스트 작가 곽수진의 그림이 바탕이 되었다. 회화에 바탕을 둔 도안과 그래픽 도안의 갈림길에서 수진의 일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수진은 주로 사람의 생활에서 멀리 떨어진 동물들을 그려 보내주었다. 각각의 동물들이 갖고 있는 신비스러운 특질들을 네 가지 미만의 색으로만 표현되었다. 단순하면서도 디테일했으며, 활기찬 색 들이지만 긴장감이 감돌았다. 수진은 동물을 그림으로 재연했으며, 나는 수진의 그림을 직물에 옮겼다. 또 그 직물 그림을 함축하여 구성화로 다시 옮겼다. '화가는 왜 재현하는가.' 세계와 바지/장애의 화가들에서 읽은 문장이다. 수진과 나의 재현의 재현의 재현은 구상-반추상-구성화 어디쯤에서 고유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 방에서 작품과 마주하고 시간을 보내는 일은 나에게 과분한 행복이다. 작업하는 시간이 고통보다 즐거움과 행복함으로 일궈지기를 바란다. 작업에 의미를 담는 것보다 지금 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려고 노력한다. 긴 시간을 작업과 마주한 뒤 물러서서 보고 다음 작업을 이어나가는 근면한 시간을 보내겠다. (2019.10.11) ■ 윤연우

Vol.20191028c | 윤연우展 / YOONYEONWOO / 尹沿友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