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을 겨누다 The Piercing Eyes

이노우에 아미展 / Ami Inoue / 井上亜美 / video.installation   2019_1031 ▶︎ 2019_1114

이노우에 아미_포수의 일생_디지털 프린트_29.7×21cm×8_2017 이노우에 아미_포수의 일생_단채널 영상_00:09:12_2017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공간지원展

관람시간 / 12:00pm~07:00pm

아마도예술공간 AMADO ART SPACE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8(한남동 683-31번지) Tel. +82.(0)2.790.1178 amadoart.org

거의 모든 것에 관한, 거의 아무 것도 아닌 - 거의 아무 것도 아닌. ● 이노우에 아미는 사냥꾼이다. 사냥꾼으로서 야외 활동에 기초한 인간의 생활과 행동의 관찰 기록을 문화기술지적(ethnography) 1) 방법을 수단으로 한 영상기반의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어찌보면 1980년대초, 이론과 행동주의의 대립을 바탕으로 현대적 변형들을 헤쳐나가기 위해 되돌아간 '생산자로서의 작가'라는 모델과 구조적으로 흡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술가일지도 모른다.

산과 거리에서의 "수렵생활" ● 일본에서는 무면허 사냥과 엽총 소지는 금지되어 있지만, 수렵면허(국가 자격)를 취득했을 경우에 한해, 지정된 기간에 지정된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것은 가능하다. 지방의 산간지역에서는 현재에도 매년 가을부터 봄에 걸쳐 수렵을 하고, 사냥꾼이 있는 가정에서는 멧돼지나 사슴고기가 식탁에 오르기도 한다. 단지 근래에는 사냥꾼의 수가 줄어 들고 있어 식량을 얻기 위해서 동물을 사냥한다기보다는, 논밭의 야생동물로 인해 피해를 막기 위해서 야생동물을 사냥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노우에 아미_꿀벌의 꿈_단채널 영상_00:11:47_2019 이노우에 아미_정곡_천에 디지털 프린트_100×100cm×22_2019
이노우에 아미_인도네시아에서 멧돼지의 덫을 만들다_3채널 영상_00:05:51_2019 이노우에 아미_국경을 넘지 못했다_디지털 이미지, 스마트폰_가변크기_2019

동일본대지진과 방사능 ●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것은 2011년. 지금부터 7년 전에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방사성 물질 유출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수 만년 동안 자연 환경에서 방사성 물질을 없앨 수 없게 되었다. 미야기현에서는 야생 동물로부터 기준을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고, 식용으로 동물을 사냥할 수 없게 되었다. 사냥꾼이었던 할아버지는 일을 그만두었다. 작가는 사냥꾼이 되어 교토의 산에서 사냥을 한다. 세대를 계승해 이어지는 사냥이라는 행위가, 더 이상 식량을 얻는 수단이 아니라면,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수돗물로 사냥감의 모피를 씻다. ● 「사냥꾼의 생활 The Life of the Hunter」(2017)은 작가 자신의 사냥을 둘러싼 체험이 다큐멘터리와 같이 영상으로 정리된 작업이다. 전작인 「할아버지와의 공통언어 A Common Field Between Grandpa and Me」(2016)에서 보여준 '산에서 이뤄진 사냥'과 본 작품에서의 '도시에서의 사냥감 처리'는 주제나 이미지의 대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생명을 먹는다는 것, 동 일본 대지진 후의 방사선 물질의 영향 등 현대의 사냥을 통해서 "삶과 죽음"을 비춘 작품이다.

이노우에 아미_눈빛을 겨누다展_아마도예술공간_2019
이노우에 아미_눈빛을 겨누다_슬라이드 필름_5×5cm×80_2017 이노우에 아미_눈빛을 겨누다_디지털 이미지_가변크기_2019

총을 쏜다. 야생동물의 생명을 빼앗는다. ● 현대사회에서 문제시되는 주제인 동시에 그 자체로 충격적인 장면이 연속적으로 나열됨에도 불구하고, 영상으로부터 배어 나오는 공기는 차분하다. 식용으로 생물을 죽이는 것을 단지 "잔인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냥은 한때 인간의 삶의 양식을 만들어내는 행위였고 물론 지금도 목축이나 축산업으로 형태를 바꾸어, 사람은 자신의 눈에 보이기 어려운 형태로 다른 생물의 목숨을 빼앗아 먹고 있다. 작가는 그것이 잘못되어있다던가 채식주의자가 옳다던가 하는 가치관의 시비가 아닌, 생명들이 순환하는 큰 생태계 안에서 인간으로서 살아 온 흔적들을 「사냥꾼의 생활」에 기록해 보여주고 있다. ● 그렇기 때문에, 담담하게 처리되어 생물에서 인간의 먹이가 되어 가는 동물의 숨결이나, 고기의 촉감, 모피로부터 스며드는 검붉은 피 등, 수렵에 관련되는 모든 요소가 생생하게 느껴지며 조용히 그 과정을 진행하는 작가도, 영상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도 생물이라는 감각에서 멀어지지 못한다.

국경을 넘지 못하다. ● 문화기술지적 수단은 이문화를 가진 민족과 생활을 함께 하는 것으로, 그들의 문화 습관이나 사물의 사고방식 등을 느끼기 위해서 사용되어 왔다. "느끼다"라고 하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 느낌이라는 것이 의외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작품에서도 인원수나 면적, 금액이라고 하는 통계적인 숫자의 데이터로부터 얻은 정보가 아니라, 현지에서 피부로 느끼고 얻은 정보(감각, 이미지 등)를 정리해 기록해 나간다. 따라서 영상과, 음성 뿐 아니라 각각의 결과물이 오브제로서 공간을 점유할 때 비로소 그 의미는 완결된다. ● 2018년 시드니 비엔날레에 초청받은 이노우에 아미의 오브제 작품은 방역을 이유로 단 한 점도 출품되지 못했던 선례가 있에 2019년 5월부터 한일 양국의 관세처와 통관처에 문의했던 검역관련내용 2) 을 준수하여 준비를 마쳤다. 이후 8월 화이트리스트배제 이후 일본의 검역관련 증명서 발급 불가, 통관 불가 통보를 받았다. 결국 그들은 국경을 넘지 못했다.

이노우에 아미_사냥꾼의 생활_단채널 영상_00:06:54_2016
이노우에 아미_눈빛을 겨누다展_아마도예술공간_2019

눈빛을 겨누다. ● 이노우에는 형식적인 성찰성의 전형인 '텍스트로서 이해된 문화'에 대한 자각적 독해자로서 소환되기를 거부한다. 대신 현대의 일상생활에서는 흔히 마주할 기회가 없는 "사냥"이라는 매우 원시적이고 근원적인 행동을 개인서사와 분리시키지 않은 상태로 표현하여 감상자가 '거의 모든 것에 관한 거의 아무 것도 아닌' 쟁점들을 상기하며 파고들 수 있도록 전달자의 입장을 취한다. 「눈빛을 겨누다 The Piercing Eyes」(2017)는 총으로 동물을 쏜 순간의 경험으로부터 사냥꾼으로서의 태도를 역추적하는 작업이다. ● "하나의 생명을 없앤다는 것은 묘하게도 대상과 호흡이 일치되는 감각이 있어서 그 순간이 매우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어디를 보고 있었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 3) ● 사냥이라는 행위가 가지는 폭력성, '어딘가의 한 부분을 도려내어 눈앞의 대상을 자신의 것으로 취한다'라고 하는 점은 카메라라는 매체와 상당부분 닮아 있다. 작가는 엽총의 방아쇠를 당긴다는 것을 일종의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과 같은 감각으로 사유하고 있다. ● "제가 총구를 사냥감에게 향하는 순간, 그 사냥감도 저를 보고 있는 듯한 시선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처음 총으로 사슴을 쏘았을 때, 눈빛으로 저를 겨누던 그들의 모습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방아쇠를 당긴 건 저인데 마치 총을 맞은 것 같은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 4) ● 또한 총알이 맞는 순간이나 사냥감을 해체하는 순간을 가능한 철저히 작품에서 배제시키며 사적인 감정을 투영시키지 않고 담담하게 일어나는 일 자체를 보여준다. 사냥을 체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갑자기 생명을 뺏는 순간이나 피가 흘러 넘치는 순간을 본다고 해도 전혀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을 본인의 체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노우에 아미_흔적을 쫓다_단채널 영상_00:04:11_2019
이노우에 아미_사랑니_사슴의 치아, 실물투사기_2.5×3cm_2019

거의 모든 것에 관한 ● 이노우에의 작업은 초월적 미의 표현은 아니다.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시각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도 아니다. 미학적 혹은 예술비평적으로는 그렇게 논의되어 왔다고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인류학의 영역에서 이루어져 온 "예술" 개념의 재검토와 다시 한 번 교차시켜, 예술이라는 틀에 반드시 얽매이지 않고 인간의 감성이나 직감, 그것들에 지탱된 정신활동이나 표현행위를 바탕으로한 인간의 감성의 영역에 다가가는 시도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작품의 초점은 시간적, 공간적, 물리적 맥락에서 실제로 체험하고 경험한 인간, 즉 작가 본인에 맞춰져 있다. 그렇기에 수렵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과 함께 그 대상들의 삶 속에 묻어있는 각각의 이야기를 관계적으로 고찰한 작업으로 표현된다. 산재된 정보와 복잡하고 추상적인 지식을 작가의 일상 이미지언어로 담담하게 시각화하여 전달하고 있다. 작업들이 보여주는 재귀적 경로는 타자와 세계에 대해 열려있으며 신체의 감각을 지난 나와 공존하는 타자, 신체성을 기반으로 지각한 세계로의 회귀를 지향하고 있다. 동시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대리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을 돌리고 있다. 현상은 얇아 보여도 그것을 배태한 세계는 두껍다. ■ 박성환

* 각주 1) 문화 인류학이나 심리학, 사회학 분야에서 흔히 쓰이는 조사 연구 방법의 하나로    대상 집단 등에 관찰자(연구원)가 직접 참여하고 대상 집단과 같은 경험을    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으로 그 행동 양식과 심리를 이해하려는 접근방법 2) 뿔, 뼈, 치아: 표면처리(니스, 애나멜 등)가 되어 있는 물품에 한해    검역증 필요 없음. 일반화물    가죽(털x): 웰블루 이상 표시된 해당 국가 검역증명서    가죽(털o): 드레스드 이상 표시된 해당 국가 검역증명서    벌집표본: 법제처가 제시하는 지정검역물 행정규칙 별표서식 14항에    준하는 내용이 기입되어 있는 해당국가 검역증명서 4) 작가와의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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