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현채展 / LIMHYUNCHAE / 林泫采 / painting   2019_1101 ▶︎ 2019_1126 / 11일 휴관

임현채_길 위에서_종이에 과슈, 연필_130.3×97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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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1107_목요일_03:00pm

창작지원展 2부

주최,후원 / 롯데백화점 광주점

관람시간 / 10:30am~07:30pm / 26일_10:30am~03:00pm / 11일 휴관

롯데갤러리 광주점 LOTTE GALLERY GWANGJU STORE 광주광역시 동구 독립로 268 롯데백화점 광주점 11층 Tel. +82.(0)62.221.1807~8 blog.naver.com/glotteart www.instagram.com/lottegallery_official

어떤 날의 무게 ●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라는 뜻의 일상(日常), 숨 쉬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에게 쉼 없이 되풀이되는 하루하루란 그저 보통의 어느 날이기도 하고, 때로는 범속하지 않은 순간들의 집합이기도 하다. 계절에 따른 공기의 미세한 흐름, 삶으로 규정된 나의 공간과 나의 행위, 혹은 개개의 삶을 에워싸는 사물들에게까지 모든 예민한 감각을 세우고, 더불어 그 안에서 내적 감정과 현실이 점철된 지금의 나를 투영하게 된다.

임현채_꿰어야 보배_천에 과슈_60.6×72.7cm_2019

롯데갤러리는 올해 창작지원의 두 번째 전시로 임현채의 작품전을 진행한다. 작가의 아홉 번째 개인전인 본 전시의 주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 임현채의 초기작부터 그 작업세계를 관통해온 하나의 쟁점은 소통이다. 실재하는 장소이지만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공간들을 작가만의 심상으로 단순화시켜,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소외된 공간'을 표현해 왔다. 더불어, 누군가의 삶의 흔적이기도 한 익숙한 사물들을 통해 그것에 얽힌 사람살이의 다채로운 서사를 드러내는, 일종의 열린 공간에서의 열린 사유를 꾀해왔다. 이후 시점의 변화를 맞이하며, 삶의 기록이라는 설명적이고 구체성을 띠는 방향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근작에서의 시점은 더욱 근거리로 좁혀졌다.

임현채_무게2_종이에 과슈,연필_72.7×60.6cm_2019

임현채는 본 개인전에서 채집된 일상의 풍경과 사물들을 주로 집적(集積)의 구조로써 제시한다. 쌓아올리거나 클로즈업된 물건 하나하나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아이들의 장난감 꾸러미, 머리끈과 방울, 미처 개키지 못하고 쌓아놓은 옷가지, 색색의 스티커가 붙어있는 밥상, 흘러내리는 생일케이크, 그리고 풍선과 솜사탕까지 생활과 밀착된 갖가지 사물들이 시선을 끈다.

임현채_생일축하합니다_종이에 과슈, 연필_72.7×60.6cm_2019

쌓여있는 구조물의 하단에는 하나같이 그 거대한 등치를 지탱하는 대상들이 위치하는데, 구조물 덩어리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모양새에서 버거운 무게감이 느껴진다. 간간이 등장하는 코끼리는 작가 자신의 투영이자 삶의 무게에 지쳐있는 모두를 대변하는 존재이다. ● 실제로 모성이 강한 동물이라는 코끼리는 화면 안에서도 그저 짐을 진채 터벅터벅 걸어 나갈 뿐이다. 작품의 면면에는 주거와 육아와 같은 가사(家事) 문제에서부터 사회적 명성에 대한 고민들이 배어 있는가 하면, 때로는 시장의 나물 파는 할머니의 주변을 기록하며 부모님 세대를 돌이켜보기도 한다.

임현채_시간2_종이에 연필, 과슈_193.9×130.3cm_2019

현실의 삶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는 근래의 작가는 우리가 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작품으로써 곱씹는 중이다. "예전의 키워드가 소통이었다면, 지금은 균형과 무게인 것 같아요. 삶의 목적에 대한 의문과 함께, 왜 그림을 그리고 있나 끊임없이 질문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나를 잃고 싶지 않아서 작업을 합니다." 본인 작품으로 하여금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의 삶을 함께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작가는 여전히 진실한 소통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임현채_곡예사_종이에 과슈_130.3×97cm_2019

임현채는 작업에서 항상 현재의 나와 현재의 삶을 반영해 왔다. 교감할 수 있는 내용들로 그의 작업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금번 작품전의 주제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 고영재

임현채_균형잡기2_종이에 아크릴과슈_162.2×130.3cm_2019

임현채_보이나요_종이에 과슈_67.5×25cm_2019

멀리서 바라본 작품 속 풍경은 아련하게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 기억은 그리 아름다운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피하고 있었다고 해야 정확하다. 항상 안전할 것 같은 온실 속 이면에는 평화로움과 불안이 함께 있었다. 결혼으로 인해 환경이 변화면서 시점 또한 변화가 생겼고, 온실을 떠난 나의 작업은 지극히 현실적인 삶 안에서 보이는 작은 것을 드로잉하기 시작했다.

임현채_일상_종이에 연필, 과슈_90.9×72.7cm_2018

공간 안에 있는 사물들은 각자 존재의 이유가 있다. 나름의 쓰임새가 있고 역할이 있다. 개키지 못한 옷가지, 필수품 장난감,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 온 인형, 살림에 필요한 갖가지 물건들, 이러한 주변의 물건들을 통해 현재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 그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순간들은 시시때때 찾아온다. ● 지금의 환경에서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네 부모님들은 어떻게 이 순간들을 지키고 살아왔을까? 누군가 희생을 강요한 적은 없지만 자신의 존재는 잊은 채 생계를 위해 살았다고 해야겠다. 이제야 그들의 희생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사는 것이 다 똑같은 거라고 말하지만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또 다시 자신에게 묻게 된다.

임현채_날개_종이에 과슈_116.8×91cm_2019

코끼리 한 마리가 아슬아슬하게 쌓인 사물의 균형을 잡으며 걸어간다. 가볍고도 무거운, 무겁지만 가벼운 짐을 싣고 지치기도 하지만 힘을 내어 터벅터벅 천천히 걸어간다. 이 무게는 비단 나만이 느끼는 무게는 아닐 것이다. 무엇인가 책임져야 할 것이 있다면 당연히 지고 가야하는 무게 일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무게를 견디며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야할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나날의 연속이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삶에 대한 나의 태도와 고민은 작품 속 균형을 잡는 사물의 드로잉과 짐을 이고 가는 코끼리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 임현채

Vol.20191103c | 임현채展 / LIMHYUNCHAE / 林泫采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