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일 사라질 거예요 I will be disappeared tomorrow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입주작가 협업프로젝트展 MMCA Residency Goyang Artists Cooperative Project   2019_1107 ▶︎ 2019_1109

1주차(9/23-9/29) / 고사리_숨_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실험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고양레지던시 15기 입주작가 고사리_김정모_이원우

주최 /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기획 / 박지혜(고양레지던시 15기 입주작가)

관람시간 / 8일_01:00pm~08:00pm / 7,9일_01:00pm~06:00pm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MMCA Residency Goyang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고골길 59-35 스튜디오 6호 Tel. +82.(0)31.962.0070 www.mmca.go.kr

우리는 굶어 죽을 걱정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실상 '부족함 없는'이 아닌, '포화상태를 넘어선'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무한정으로 증식하다가는 지구가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기울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각 분야에서 덩치 키우기가 무서운 기세로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술 생태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비정상적인 생산이 물질과 정보를 양극화하는 동안, 전반적인 풍요 이면의 그림자는 서서히 그리고 광범위하게 삶을 잠식해갔다. 살지도 죽지도 못한 것들이 켜켜이 쌓여 드높은 탑을 이루고 있다.

1주차(9/23-9/29) / 고사리_숨_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실험
1주차(9/23-9/29) / 고사리_숨_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실험

새로운 생명에게 자신을 기꺼이 자양분으로 내어주는 자연의 순환이란 특별히 의도할 필요도 없는 연속적 사건이었다. 물질적인 속성(총량의 법칙)을 차치하고 보더라도 '부재'는 현존의 필요충분조건으로서 철학, 과학, 역사 등 인류의 시간과 궤를 함께해 왔다. 그러나 어딘가로 치워놓고 망각하면 그만인 오늘날의 사라짐은 직선의 끝점에 위치해 있어 막다른 길 너머로 감히 던져 버리지도 못한다. 죽은 존재의 좌표를 재설정하기 위해 우리는 현현하는 것과 휘발된 것의 끊어진 연결고리를 잇는, 애초에 사라질 것을 전제로 한 함수를 실험해 보기로 했다.

2주차(9/30-10/6) / 김정모_We were here
2주차(9/30-10/6) / 김정모_We were here
2주차(9/30-10/6) / 김정모_We were here

전시 『나는 내일 사라질 거예요』는 존재에게 주어진 의무들 가운데 사라짐의 책임을 다양한 입장에서 조망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서로 다른 채우기와 비워내기 방식을 비교/중첩하며 다수가 제한된 시·공간을 사용할 때 필요한 공생의 전략을 탐구하였다. 한편, 작가 모두가 빠져나간 자리에서는 공공의 질서를 위해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행위가 다른 형태로 어떻게든 남기를 바라는 욕구와 혼재된 영역 또한 제시하는데, 각자의 적정선이 충돌과 양보의 미묘한 줄다리기로 구현된다.

3주차(10/7~10/13) / 이원우_Golden Smile
3주차(10/7~10/13) / 이원우_Golden Smile
3주차(10/7~10/13) / 이원우_Golden Smile

기획/연출(박지혜)를 제외한 3명의 작가(고사리, 김정모, 이원우)는 비어있는 스튜디오를 작업실 2호점으로 이용하면서 일정 간격으로 갱신하는 공간 속에 자신의 방식대로 부재의 층위를 쌓았다. 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최초의 상태로 되돌려놓는 것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이들은 처음부터 공간 리셋을 염두에 두고 다음 사용자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흔적을 감추거나, 어련히 사라져버릴 부산물을 가지고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최종적으로는 대체로 비어있는(것처럼 보이는) 전시공간에 깨알 같은 파편만이 남아 과거의 힌트로 작동한다.

4주차(10/14~10/20) 우모리: 우린 내일 사라질 거예요
4주차(10/14~10/20) 우모리: 우린 내일 사라질 거예요
4주차(10/14~10/20) 우모리: 우린 내일 사라질 거예요

장 보드리야르는 그의 저서 『사라짐에 대하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문제는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무엇이 남는가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라진 모든 것이 계속 은밀히 살아가면서 음험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 본 기획에서 언급하는 사라짐이 순수한 무(無)로 회귀할 것을 주장하는 바는 아니다. 실제로 불가능할뿐더러 보드리야르가 언급한 것처럼 어떠한 것도 완전히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기는 존재와 부재가 등을 기대어 함께 설 자리를 마련하고 무작위로 양산되는 잉여 가치에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필요한 만큼만 기억되거나 잊혀질 선택의 칼자루를 우리 스스로가 쥐게 되길 바랄 뿐이다. ■ 박지혜

Vol.20191107a | 나는 내일 사라질 거예요-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입주작가 협업프로젝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