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숙 조각전

이완숙展 / LEEWANSUK / 李完淑 / sculpture   2019_1108 ▶︎ 2019_1120

이완숙_날다-19_합성수지_26×65×23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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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1109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01:00pm~06:00pm

구암갤러리 GUAM GALLERY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구암길 51-15 Tel. +82.(0)10.4713-.2581 www.guamgallery.com

빈곤한 영혼, 육중한 몸이여! 날자. ● 미의 기준이 8등신의 모델과 같은 신체를 지닌 여성이라면, 이완숙작가의 작품들 속 여인들은 하나같이 그 기준에 미달되는 5등신 짧은 다리에 풍만한 신체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부푼 양감표현을 통해 몸이라는 물질성을 부각시킨다. 그의 작품들이 지니는 또 다른 특징은 무표정의 얼굴들이다. 몰개성적이며 표정이 삭제된 얼굴들에는 희화화된 몸집과 상반되는 공허한 상실감이 공존한다.

이완숙_외출_합성수지_67×37×18cm_2019

렘브루크, 자코메티 등 표현주의 조각들이 길쭉하게 변형된 신체를 통한 실존주의적 해석을 가져왔다면, 이완숙작가의 인체조각 속 홀로 서있는 둥글둥글하고 뚱뚱한 인물들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실존적이다. 과장되게 부푼 몸과 컬러풀한 색채의 알록달록 무늬의 옷을 입고 표정 없이 응시하는 인물들은, 그 대비로 인하여 보는 이의 시선을 끄는 측면이 있다. 가족이 함께 있는 조각, 남자와 여자 커플을 형상화한 조각들에서도 서로 껴안고 있으나. 정적이고 표정 없는 얼굴에서 남는 것은 오히려 공동체가 아닌 공허한 개인이다.

이완숙_코사지를 한 여인_레미탈_31×24×16cm_2019
이완숙_파이프를 든 남자_레미탈_34×30×20cm_2019

"내면의 빈곤함을 채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한 작가의 말에서 찾을 수 있듯이, 넉넉하고 풍만한 몸의 표현방식은 존재의 상실감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기능을 갖는다. 또한 그의 작업에는 인물들이 들고 있는 물건들을 통한 상징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무덤 앞 석인(石人)1) 에서 착안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신작으로 내놓은 작업들 중 눈에 띠는 작업이 바로 석인을 염두에 둔 시멘트 작업들이다. 시멘트라는 무게감 있는 재료는 기존 합성수지에 비해 인물의 육중함을 더해주는 물성을 지닌다. 마치 무덤의 동자석처럼,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꽃, 술병을 든 채 부동의 자세로 서 있는 「동행」 등 석상 작업을 통하여 이완숙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무엇일까?

이완숙_노래하다_레미탈_33×16×13cm_2019 이완숙_행복_레미탈_33×17×16cm_2019
이완숙_모자쓴소녀_레미탈_25×23×16cm_2019

작가는 봉의산 아래 무덤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때 보았던 죽은 자들의 영혼을 지키던 문인석, 무인석, 동자석 등 석인들에 대한 각인이 이번 작업에 상당히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단순한 조형미와 부동의 자세, 표정이 거세된 채로 손을 앞으로 모으고 다양한 지물(홀, 칼, 꽃, 술병, 새 등)을 들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석상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인체조각과 연결된다. 단, 석인이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라면, 이완숙작가의 작업은 산자의 염원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완숙_House_합성수지_24×19×4cm, 26×18×4cm, 26×18×4cm_2019

인간 개개인의 외로움을 담은 작가의 인체조각은 그 자신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아내이며, 두 아들의 엄마이자 아픈 어머니를 모시는 딸이기도 한 중년의 작가 본인의 자화상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스러운 풍만한 몸집의 여인을 빚고 칠하는 그의 작업은 그 자체가 하나의 치유의 행위이지 않을까. 망자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석인이 주술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처럼 이완숙의 인체조각 작업은 그녀 스스로의 삶에 대한 종교의식과도 같다.

이완숙_구름우산_합성수지_96×49×23cm_2019
이완숙_날다-희망_합성수지_26×65×23cm_2019

이제 그녀는 「구름우산」을 꼭 쥐고 도약을 기다린다. 접은 우산을 지팡이로 삼고, 무거운 몸을 기대어 겨우 서 있던 중년의 여인(「우산을 든 여인」)은 딛고 선 땅을 넘어 내면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어 밖으로 향한다. 드디어 풍만한 몸의 그녀가 난다. 지갑을 품에 꼭 안고, 감았던 눈을 떠 먼 곳을 조망하며 날아간다(「날다」). ● 부디 이번 작업이 그녀에게도, 보는 이에게도,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해방구가 되어주기를. ■ 정현경

* 각주 1) 석인(石人) : 문인석은 문관의 복장을 하고 손에는 왕을 알현할 때 들던 홀(忽)을 들고 있으며, 무인석은 갑옷을 입고 칼을 들고 있다. 동자석은 16세기에 등장하는데, 손에 꽃, 술병, 새 등을 들고 있다. 과거 선인들은 이러한 손에 든 지물(持物)을 통해 다양한 의미와 내세관을 부여했다.

Vol.20191108a | 이완숙展 / LEEWANSUK / 李完淑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