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s of Light

조신욱展 / CHOSHINWOOK / 曺伸旭 / painting   2019_1109 ▶︎ 2019_1130

조신욱_제주도 숲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90.9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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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박은선 주관 / 아트스페이스 주안 주최 / 필름포럼 아카데미

관람시간 / 09:00am~08:00pm / 일요일_02:00pm~08:00pm 주차 / 필름포럼 갤러리주차장 하늬솔 빌딩 지하(2시간 무료)

필름포럼 FILMFORUM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527 B1 Tel. +82.(0)2.363.2537 www.filmforum.kr www.facebook.com/filmforum.kr

감수성을 외면화하는 조형적 내재율의 회화 ●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때로는 주술적, 종교적 염원을 가시화하는 것이었고, 또 때로는 작가가 마주하고 있는 대상을 좀 더 그럴듯하게 표현해주어야 하는 임무같은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시절에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작품의 완성도나 의미를 심화시키는데 크게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는 자아를 발산하는 주체이기보다는 타자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충실히 작업하는 존재였다. 그것은 하나의 손노동이었고, 비교적 명확한 교환가치를 가진 노동이었다. 화가의 작품은 경우에 따라 금화 한 닢이나 빵 한 덩어리 혹은 생선 한 마리 같은 교환가치를 가진 적도 있고, 역사를 기억하는 기록이었고 먼 나라의 이성을 배필로 맞는 왕실의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현대사회에 이르러 작가는 자신의 관심사와 자신의 내면에서 분출되는 감성을 가시화하는 수단으로서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 화가가 기본적으로 대상을 실제와 닮게 그려내는 일은 고유의 역할이자 의무였다. 적어도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유일한 작가의 사회적 역할이며 권리이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작가의 기능을 플라톤과 같은 철학자들은 이데아의 허상을 쫒는 부질없는 일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였지만, 적어도 문자가 발명되고 그것이 널리 유용하게 유통되기 전까지는 화가의 재현적 유사성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유사성은 색채를 통해서도 구현되고 데생의 정확성을 통해서도 나타나며, 그 과정에서 그러한 유사성, 실재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발명된 대표적인 방법이 원근법이다.

조신욱_흔들바위 앞에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3×116.8cm_2018
조신욱_부산 감천 마을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7
조신욱_융프라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72.7cm_2019

조신욱은 그림 그리기를 즐기는 젊은 화가다. 그런데 그가 그려내는 대상은 앞서 언급한 재현적 유사성이나 화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의무감으로부터 태어나지 않는다. 조신욱의 작품을 시각예술의 문법을 적용하여 언어적으로 서술하고 분석하는 일은 뜻밖의 해석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형식적(formal) 관찰과 분석에 기초하여 작품에 접근하는 방법이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작가는 타고난 색채감각으로 자신이 경험한 장소와 사건을 그려낸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의 과정에서 작가는 형태와 색채에 대한 시각적 문법에서 상당한 정도로 자유롭게 작업을 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색채와 데생은 화화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두 가지 요소이면서도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을 우선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미술의 역사에서는 기나긴 의견의 충돌과 변증법적 지양이 이루어져 오기도 했지만, 조신욱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논의로부터 자유로운 감상과 공감이 허락될 수 있을 것이다.

조신욱_청산 수목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72.7cm_2019
조신욱_나무, 새, 물고기_종이에 수채_76.2×56.5cm_2014

회화 작품을 색채와 데생으로 나누어 바라본다면 조신욱의 작품에서는 자연스럽게 색채에 우선적으로 관심이 가게 된다. 작가는 아크릴과 수채화 물감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보통의 경우 원색의 감각을 유지하면서 약간의 혼색과 흰색을 이용한 파스텔 톤의 표현을 위주로 작업한다. 타고난 색채 감각과 조형 훈련으로 심화된 색채의 조화와 대비에 의해 조신욱의 그림 속에서는 일종의 색채의 오케스트라적 편성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2018년 작 「플로라 정원」과 같은 작품은 원근법이 강조된 엄숙한 구도의 풍경화가 될 수도 있었지만 화면 중앙에서 약간 비켜간 원근법의 중심선과 주변 식물들이나 하늘, 그리고 먼 산과 지붕의 표현에서 대조를 이루는 색채들 사이의 조화가 화면의 엄숙성을 효과적으로 누그러뜨려주고 있다. ● 색채 다음으로 조신욱의 작품에서 관람자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형태의 자유로움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속의 인물이나 배경의 사물들은 과거 서유럽의 아카데미적 평가 기준이나 우리나라에서 진행되었던 대부분의 보수적인 공모전의 기준으로 보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작가의 작품 속 이미지들은 평면화되고 형태가 왜곡된 상태에서 밝은 색채와 함께 어울림으로써 아동문학 서적의 삽화 혹은 벽보나 포스터와 같은 공공 홍보물의 주목도 높은 이미지들과 유사하게 표현되어 있다.

조신욱_책가도_도자기_15×15cm_2016
조신욱_새_종이에 수채_38.3×25.9cm_2015

조신욱의 작품에서 인물과 사물의 그림자는 아주 소극적으로 표현되거나 아예 무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결과 작품 속의 인물이나 풍경은 전체적으로 매우 밝고 채도가 높은 효과를 가져다줌으로써 색채의 화려함과 함께 장식성을 높여주며 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형태의 표현에 있어서도 소실점을 향해 물러나는 선형 원근법을 적용하면서도 원경의 사물과 인물들이 전경의 사물과 인물들과 거의 동일한 선명도와 색채를 유지함으로써 화면 전체의 균형이 한 곳으로 치우침이 없게 된다. 그 속에서 작가의 관찰력에 의해 포착되는 이미지들은 저마다 화면 공간 속의 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마치 연극 무대의 출연자들처럼 스스로의 존재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작가에게 있어서 작품 속에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은 사실적 재현을 넘어 화면에서 이루어지는 색채의 즐거움과 작가의 감성이 결합하여 만들어 내는 시각적 유희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조신욱의 그림과 같은 유형의 작품들은 가볍고 즐거운 감정을 불러일으켜주거나 아니면 왜곡된 형태와 과장된 색채를 이용하여 일종의 풍자적 메시지를 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조신욱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유머와 해학보다는 작가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조형감각이 계산과 전략을 떠나 작가 내부의 순수한 표현 욕구를 자연스럽게 외면화해주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색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이 즐거운 작가 조신욱에게 주변의 모든 이미지들은 작가의 내적 감수성과 그것을 드러내는 조형적 내재율을 완성시켜주는 무궁무진한 원천인 것이다. ■ 하계훈

Vol.20191109a | 조신욱展 / CHOSHINWOOK / 曺伸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