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횡단, 다발 킴의 레드스타킹 Thousand Crosses, Dabal Kim's Red Stocking

다발킴展 / DABALKIM / mixed media   2019_1108 ▶︎ 2019_1215 / 월요일,11월23일 휴관

다발킴_숭배의 제를 올리다 Ancestral rites for Worship_ 황소 머리에 아크릴 페인트, 앤틱 테이블, 쌀, 패브릭, 앤틱 바디폼_가변크기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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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1108_금요일_05:00pm

주최,기획 / 사비나미술관 협찬 / 삼탄아트마인

관람료 / 성인_6,000원 / 청소년,어린이(36개월~19세)_4,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05:00pm 입장마감 / 월요일,11월23일 휴관

사비나미술관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서울 은평구 진관1로 93 Tel. +82.(0)2.736.4371,4410 www.savinamuseum.com

천 개의 횡단, 그 생명의 시원을 찾아서 ● 한 편의 희곡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주인공은 미지의 세상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오래된 신비한 것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자연에서 온 것도 있지만 누군가의 기억이 담긴 것들도 있다. 수집에 대한 욕망이 생겨나면서 내면의 세계로 한 발짝 다가서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과거를 살다간 생명체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하다. 작품 「A Private Collection」(2009), 「Nomadic Collection」(2016) 등에서 보여지듯 주인공은 몽상가임을 자처하며 오래된 물건을 수집하고 기억을 쫓는 애착을 보인다. 수집행위는 자아를 발견하는 표상으로 인지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찾기 위한 내재적 의지가 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발킴_창세기 숲속으로-Chapter 1 Genesis, Into the Forest-Chapter 1_ 종이에 잉크_90×150cm_2019

다음 막이 오르면 날카로운 펜촉이 분주하지만 밀도 있게 움직이고 있다. 생명과 물질이 하나의 이미지로 등장한다. 그것은 자연과 문명이기도 하고 삶과 죽음이기도 하다. 익숙한 듯 낯선 듯 혼재한 상념을 드러내고자 꿈틀대고 있다. 자신의 작업을 스스로 '잠재된 정물화'라고 표현하며 유무형의 대상들을 때로는 고고학자처럼 때로는 생물학자처럼 파헤치며 정교하게 묘사해낸다. 드로잉 작업은 주인공의 무의식 속 의지를 보다 강렬하게 드러내는 방식이 된다. 작품 「19c Self--Portrait」(2010), 「A Splendid Pageant」(2010), 「Expensive Woman」(2012), 「Mail Ant and Woman」(2017) 등에서 끊임없이 변이된 자신을 등장시키며 여성으로서 존재적 위치를 되묻고 있다. ● 이처럼 집착과 해탈을 반복하던 주인공은 이제 누구나 쉽게 갈 수 없는 신비의 장소를 찾아 천 번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대상을 소유하는 것도 관망하는 것도 충분치 않다.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갈망이 본연의 숨결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발킴_유카의 꿈 Yucca's Dream_ 미국화이트사막 퍼포먼스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168.5×80cm_2018

드디어 새로운 막이 시작되었다. 이윽고 사막에 다다른다. 그 한 가운데 붉은 생명체가 놓여 있다. 그것을 마주한 첫 순간은 그 존재가 어디로부터 왔으며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무심코 다가서보지만 결코 쉽게 그 근원을 짐작할 수 없다. 르 클레지오(Le Clezio 1940~ )는 사막은 시간을 벗어나 인간의 역사에서 동떨어져 그 무엇도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는 곳이며 다른 땅과 이미 분리된 삶의 절정에 위치한다고 묘사했다. 결국 사막은 심상의 세계다. 그 붉은 생명체는 자유와 초월을 향해 사막으로 온 주인공임을 알아채야 한다. 2006년 미국 유타사막에서 시작된 사막프로젝트는 몽골 고비사막(2009), 인도 타르사막(2012)을 거쳐 2018년 미국 화이트사막에 이르게 된다. 그녀는 현실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잃어버린 숨을 찾아 마치 운명처럼 그곳에 멈추어 버렸다. 결국 자연 그 자체가 되기로 한 것이다.

다발킴_모로코 여성과 레드스타킹 Moroccan woman with red stockings_ 모로코 퍼포먼스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57×76cm_2019

이제 다발 킴의 '레드스타킹'에 관한 이야기를 할 시점이 되었다. 작가는 우연히 레드스타킹과 만났다고 말한다. 제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붉은색의 스타킹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본래 중세부터 남성의 몸을 보호하던 스타킹은 여성의 미를 드러내는 도구적 개념으로 전이되었다. 이는 사물의 의미가 고정된 관념의 틀에 갇혀 있어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오브제다. 아무것도 없기에 모든 꿈을 꿀 수 있는 사막을 향해 지속적인 탐험을 하던 작가는 즉흥적으로 레드스타킹을 신고 거꾸로 된 다리 포즈를 취한다. 아크릴화 「Delusion」(2008)에서 바닥에 거꾸로 있는 형상이 등장하였다. 이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생명력 있게 존재하려는 삶을 의미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러한 포즈를 통하여 언어와 표정이 없어도 단순하고 강렬한 모습으로 자신을 이미지 속에 당당하게 투영하게 된다. 퍼포먼스 사진 작업인 「유카의 꿈」(2018)은 그 시작점이 된다. 사막의 바람에 맞서 작은 열매라도 맺기를 바라는 유카는 척박한 땅에서 꿈을 찾아나선 작가와 닮아있다. 그녀에게 궁극적으로 헤테로토피아가 된 사막뿐만 아니라 모로코의 멸망한 도시 속에서, 안달루시아의 비밀 정원에서, 폐탄광 수직갱에서 레드스타킹의 자아 찾기는 지속된다. ● 다발 킴은 평면작업이 표현할 수 없는 개념을 몸의 움직임을 통해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다시 정지된 하나의 완벽한 순간으로 담아낸다. 이 전환된 사진 작업은 일종의 의미작용으로 작가가 의도하는 것을 읽어내도록 재촉한다. 그러므로 개인적 서사이자 내러티브다. 또한 정체성을 찾아나선 시간은 적잖이 축적되었다. 그녀의 작업적 변화를 한 편의 드라마로 읽고자 함은 여기서 기인한다.

다발킴_I love Frida Kahlo_ 건조 식물, 패브릭, 디지털 모니터, 애니메이션_170×160×80cm_2019

모든 창조물에는 모태가 있다. 인간이 그렇고 예술작품이 그러하며 자연과 문명 또한 태초의 시작이 있으리라. 예술가들이 찾아가는 순수의 극치는 그 시작과 맞닿아 있다. 때로는 티없는 마음을 동경하기도 하고 어린아이의 투박한 선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또한 환희의 절정에 오르기도 하며 고통 속에서 감내하는 시간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 모든 예술적 영감이 온몸으로 전율되는 그 찰나를 숭고함으로 기다릴 뿐이다. 그 곳은 가득 차있거나 텅 비어있다. 또한 보이지 않는 길을 향하거나 감각의 순리를 따르기도 한다. 대부분이 자신을 정신적으로 또는 물리적으로 극한의 세계로 몰아간다. 그 완벽한 순간을 위해 자신의 몸으로 기꺼이 정점을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다발 킴의 작업이다. ● 다발 킴은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 삶에는 고독이 있고 아픔이 있다. 현실 속에는 원하지 않는 것들이 놓이기도 하지만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칠수록 더욱 처절해질 뿐이다. 그녀는 의연하게도 자신이 갖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녀가 겪어온 모든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오히려 그 기억들을 지나치지 않고 다채로운 감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어쩌면 그녀의 상상 속에는 스스로의 운명이 선택한 삶이 버티고 있는지 모른다. 다발 킴의 작업에서 분출되는 정제된 에너지는 아직 다다르지 못한 내면적 자유를 향해 부르짖는 외침인 것이다. 이는 그녀의 작업이 젠더를 넘어 보편화된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다발킴_ÅLVIK, NOR-WAY_Amazon goddess of Fikadal_ 노르웨이 퍼포먼스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43×76cm_2019

다발 킴의 작업은 생명이 끊어진듯한 곳곳에 숨을 불어넣는다. 척박한 자연, 사라진 유적, 폐허가 된 마을은 적막하기만 하다. 그곳에서 애써 생명의 싹을 틔우려는 한 작가의 열망이 레드스타킹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강인한 생명과 대면하기도 한다. 이렇듯 그녀의 작업은 자연과 문명의 구분을 무색하게 한다. 그 둘은 함께 놓이기도 하고 뒤섞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연으로 귀속된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Tagore 1861~1941)는 인간이 자신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자연을 통해서 내적 열망을 드러내야 한다고 믿었다. 자연을 근원으로 한 표현은 곧 절정에 이르는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발 킴은 현실의 가면을 하나씩 벗어내고 자신을 진정으로 만날 수 있는 자연으로 향하고 있다. 그녀는 스스로 자연화되는 과정을 겪고자 했다. 이는 그녀에게 미적 창조의 모태가 되는 것이다.

다발킴_화려한 행렬 Colorful procession_애니메이션_00:05:30_2019

천 개의 횡단은 생존을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운명적인 탄생을 이끌어 냈다. 레드스타킹은 곧 새로운 울림을 가져다 주었다. 작가는 본연의 모습이 가리워진 현실과 내적 자아가 추구하는 상상의 경계에서 불완전하지만 매력적인 자화상을 만나게 된다. 작품 「19세기 자화상을 들고 있는 레드스타킹」(2018)은 생명으로 환원되려는 자신의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다발 킴의 작업은 자신의 존재를 원초적 발원지에 끊임없이 투영하는 과정이다. 또한 자신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강인한 자아를 투척하여 결코 쉽지 않은 경험을 감내하고 완성에 이르게 한다. 지금껏 품어왔던 시간과 공간의 겹들이 신기하게도 하나의 이미지에 그대로 드러난다. 작품의 초현실적 언어는 머지않아 공감적 몰입을 이끌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을 초월한 듯한 세계에서 깊은 진실을 만나게 된다. 그 순간 다발 킴의 레드스타킹은 곧 생명의 시원이 되리라. 애니메이션 작업 「창세기-레드스타킹 1장」(2019)은 새롭게 태어나는 꿈틀거리는 생명들로 가득 채워지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때로는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곳에 아무도 모르는 더 넒은 세계가 숨어있기도 하다.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세상에도 생명은 솟아난다. 어쩌면 그것이 태초가 될 수 있다. 인간이 알고 있는 유한의 시공은 극히 작을 뿐이다. 다발 킴은 그 경계를 초월하기 위해 관습적 장벽을 허물고자 노력한다. 결국 작가는 가면의 현실을 떠나 본태적 모습을 찾아나선 이후 억압되어 있던 자신에게서 벗어났다. ● 다발 킴은 내재된 원초적 세계를 만나기 위한 모험가이며 영원히 자신이 되기를 꿈꾸는 예술가다. 희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볼 수 없는 것들이 보일 때까지 그녀가 세상을 비추는 무대의 빛은 아마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김보라

Vol.20191109g | 다발킴展 / DABALKIM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