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Practice: 작업으로 실천한 주거공간

이열展 / LEEYEUL / 李烈 / painting   2019_1112 ▶︎ 2019_1130

이열_아일랜드식탁_유리거울_80×20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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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 홈페이지_leeyeul.com

초대일시 / 2019_1112_화요일_05:00pm

관람·예약 문의 / Tel. +82.(0)10.3398.4710 / hshlucky@hanmail.net

관람시간 / 토요일_02:00am~06:00pm / 목,금요일_04:00am~07:00pm 목,금,토요일에 예약제 개방

잔다리로2길 19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2길 19 5층

배꼽에 어루쇠를 붙인 것처럼"덕이 높은 이의 마음은 거울과 같아서, 보내지도 않고 맞아들이지도 않으며, 비쳐주기만 하고 잡아 두지는 않는다" "至人之用心若鏡(지인지용심약경), 不將不迎應而不藏(부장불영응이부장)"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 ● 거울이 있다. 거울에는 시간도 있고 공간도 있다. 거울 속 시공간은 끊임없이 변한다. 하지만 여느 거울과 달리 회화적 흔적으로 시공간의 경계를 흔드는 작가의 거울은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비추며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배꼽에 어루쇠를 붙인 것처럼 나의 가족, 내 이웃의 마음을 훤히 비추어 그들의 마을을 읽어주었는가?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관심과 사랑으로 소통하였는가? 이열의 '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 시리즈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 후학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

이열_식탁 옆 벽화_유리거울_311.5×190.3cm_2017~8

가족은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식구(食口)이다. 가족의 사랑을 돈독히 하는 공간은 주방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의 사랑을 꽃피우는 주방의 중심에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린 꽃 한 송이가 식탁 속에 활짝 피어 있다. 그리고 주방 한 켠을 꽉 채운 거울은 식탁 둘레에 오순도순 모여 앉은 가족들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다. 행복했던 어느 날, 어느 순간의 실루엣은 오늘도 안녕했는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맛있는 식사를 마치면 이내 소파에 몸을 누이고 담소를 이어간다. 알록달록 색을 달리하는 테이블은 이야기에 흥을 고조시키며 오늘 하루 수고한 가족들을 위로한다. 멈출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매 순간을 소중히 하는 것 뿐 이리라. 19세기 누군가의 자동차 핸들은 시계로, 20세기 누군가의 불꽃 튀는 용접을 책임졌을 가스통은 스탠드 조명으로, 21세기 누군가의 트럭 적재 사다리(오토바이 리프트)는 콘솔로 새로운 소임을 하고 있다. 치열했던 과거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브제들은 이제 우리를 명상에 잠기게 한다.

이열_소파테이블_유리거울_70×190×35cm_2018

디자인으로서의 가구 개념에서 탈피하여, 생활 속에서 함께 살아 숨 쉬는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는 '미술을 위한 미술'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실천해 보여주는 교수의 후학에 대한 사랑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형식으로 예술을 실천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작가의 모습을 '생활 속 실천미술'(Art+Practice)로서 솔선수범하여 후학을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거주 공간에서 전시를 개최하여, 이웃과 함께 살아가야하는 소시민으로서 '미술'이 상호 간의 소통 문제를 줄여줄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길 기대하는 마음도 느낄 수 있다. 단절과 무관심이 아닌, 대화와 소통으로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잊혀졌던 '이웃사촌'을 소환하고 있다.

이열_됫박을 이용한 작품_거울에 됫박_76×106×9cm_2018

우리 삶의 기본이 되는 진솔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 방법론은 전통 회화 방식에서 탈피하여 레이저 조각, LED 라이트 아트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켜켜이 쌓인 거울의 층위는 차갑게만 보일 수 있는 유리의 물성에 깊이를 더해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서로 다른 오브제의 물성을 이어주는 회화적 흔적은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하며 창작의 중심에 선 작가의 열정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

이열_AV콘솔_유리거울_30.4×250.2×35cm_2017

현관문 앞에 서면 전신 거울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전신을 모두 담아내는 큰 거울은 현관문을 오가는 모든 이들을 비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의 거울은 단순히 겉모습이 아닌 마음속까지 비추며 질문을 던진다. 오늘도 배꼽에 어루쇠를 붙인 것처럼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비춰주었는가? 그들의 마음을 읽고 진심으로 소통하였는가? '거울형 회화'(mirror painting)는 우리 스스로 깊은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하도록 이끌며, 현실의 시공간을 확장하고 또 다른 차원의 생성 마당이자 증식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 권은영

이열_벽시계_벽시계_40×40×9cm_2019

이번에 선보이는 『Art+Practice: 작업으로 실천한 주거공간』展은 생활 속 실천미술(Art+Practice)의 한 방법이다. 줄곧 유리거울과 빈티지 오브제를 이용한 작업에 열중하면서, 작품이 머무르는 장소까지 고민해왔다. 갤러리나 미술관 같이 정형화된 전시공간만이 아니라, 우리의 주거공간이나 생활공간에 실천으로서 미술작품을 적용할 수 있길 바랐다. 그러한 고뇌의 결실로 내가 생활하는 집을 전시장소로 선택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현관이나 부엌 또는 거실과 같은 공용 주거공간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덧없는 것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이름을 붙여 그것들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 프랑스 파리와 청계천 벼룩시장 곳곳을 누비며 수명을 다해 낡은 물품과 세월을 머금은 빈티지 물건을 꾸준히 수집해왔다. 오토바이 리프트와 유리거울 작품을 결합해 만든 AV 콘솔부터 19세기 낡고 프레임 위에 거울작업을 추가한 소파 테이블과 유리거울에 드로잉을 더한 아일랜드 식탁, 뒷박에 스와로브스키(swarovski)를 입힌 오브제와 드로잉을 결합한 벽걸이 액자 작품이 있다. 이 밖에도 미러 스테인리스와 스틸과 원형 빈티지 거울을 가스통에 조합해 만든 조명기구, 오래된 자동차 핸들에 유리거울을 접목한 벽시계, 부엌 벽면을 꾸민 500호 변형 크기의 유리 속에 3단계로 표현한 레이저 드로잉까지, 오브제와 가구, 드로잉과 설치를 오가는 주요작품 10여 점을 선보인다. ● 이를 계기로 버려지거나 잊혀진 것들에 다시금 새 생명 에너지를 불어 넣고자 하였다. 이것들은 삶에서 발견한 것들로, 미술로 실천하고 실현한 것들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미술가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에게도 실천으로서 미술, 미술(예술)로서 실천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열_가스통을 이용한 등기구_등기구, 원형거울_160×95cm, 20×20cm×3_2018

고백하건대 낡고 오래된 것들에 유난히 애착을 느낀다. 이제는 희귀한 옛날 것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들, 잡다한 이야기가 뒤섞인 것들, 무엇인가 오래되어 흔적이 배어 있는 (patina)맛이 너무 좋다. 각각의 물건이 저마다의 이야기와 역사를 가졌다. ● 캔버스 위에 회화작업을 대신하여 빈티지 거울과 액자를 활용한 이른바 '거울형 회화(Mirror Painting)'와 더불어 3년에 걸쳐 준비한 『Art+Practice』전시를 하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 물체를 비추다가 환영처럼 사라지고, 자신을 거두어 주변을 밝히는 거울에서 섬광 같은 덧없음에 매료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거울형 회화'는 끊임없는 덧없음과 나누는 대화이고, 그곳에 고정된 표징을 남기고자 하는 작가적 노력이다. 이는 회화가 가진 견고성에 반짝이는 허망함을 덧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갈수록 삶과 미술 사이에 경계가 사라지고 미술이 생활공간으로 침투하고 확장하는 추세이다. 이제는 굳이 작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삶의 공간을 창의적으로 변화시키고 예술적 상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미술적 실천에 대한 열망과 탐구가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삶과 가장 밀접한 집에서도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는 현관, 일상을 함께하는 거실, 밥을 짓고 음식을 나누는 부엌을 중심으로 새로운 작품형태를 구상하는 것은 의미 있는 도전이라 여겨진다. 이를 통해 미술을 가깝게 접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평소 미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도 실천으로서 미술, 미술로서 실천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이열

Vol.20191112b | 이열展 / LEEYEUL / 李烈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