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한영희展 / HANYOUNGHEE / 韓英熙 / painting   2019_1112 ▶︎ 2019_1117 / 월요일 휴관

한영희_존재_종이에 볼펜_100×72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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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희 블로그_blog.daum.net/binsante

초대일시 / 2019_111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Tel. +82.(0)53.661.3521 www.bongsanart.org

세계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관계망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으며 무수히 많은 존재자들이 연결되어 존재한다. 한 사람의 인간존재, 한 마리의 새, 한 그루의 나무, 하찮은 돌멩이조차 이 모든 것들은 세계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의 아래에서는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것에서 나온 생명 전체의 원천과도 연결되어 있다. 인간과 사물과 언어와 우주의 기운이 마치 바늘과 실처럼 유기적으로 얽혀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내면에 은폐된 채 조용히 조금씩 드러나는 감정들과 그것으로 인해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사건과 현상들에 의해 이 세계는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 밑바닥에 깔려있는 슬픔과 고통을 들춰내어 진실과 마주할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 페르소나처럼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존재의 의미와 세계(자연)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 뿌리가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한영희_타자에 관하여_종이에 볼펜_100×72cm_2019

기술과 과학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계는 과연 어떠한 의미일까? 철저한 객관적 세계로 거울처럼 우리에게 비춰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보이지 않는 세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가상현실 뒤로 밀려나버린 현실세계 같은 것 말이다. 실재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보이지 않는 존재의 근원은 아주 깊고 어두운 저 밑바닥에 잠들어 있다. 인간이, 현실이, 예술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존재의 뿌리 깊은 근원에 대해 우리가 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현대인들은 자기규정의 자유로부터, 실존함으로부터 도망하여 소유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한다. 또한 그들은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가짐으로써 자신이 자유롭다는 것을 입증하려 한다. 존재자에 빠져 자신의 고유한 존재에 대해 잊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더욱더 물질에 집착하고 재물을 소유하려하며 자신으로부터 더 멀리 도피하고 있는 것이다. ●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자신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더 나아가 이 거대한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더불어 사라져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과 내면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

한영희_사라져가는 것들_종이에 볼펜_100×72cm_2019

인간이 사라지고 있다. 현실이 사라지고 있다. 예술이 사라지고 있다. 가상현실 뒤로 현실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현실성 과도로 인해 사라지게 되면, 그리고 인간이 무제한의 기술 전개 덕분에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자기 가능성의 극단에 이를 수 있게 되면, 그러면 인간은 자신을 추방하는 인위적 세상에 자리를 넘기면서 사라진다. 단순히 사물의 가상 변형이나 현실의 구조화의 사라짐이 아니라 주체의 무한한 분할, 현실의 모든 틈새들 속에서 이루어지는 의식의 연쇄적 분쇄에 의한 사라짐이다.' - 장 보드리야르

한영희_사라져가는 것들_종이에 볼펜_100×72cm_2019

세계는 더 이상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인위적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 우리에게서 사라지는 모든 것들, 주체성, 실제적인 것, 제도, 가치, 금기, 이데올로기, 신념 등 우리는 계속 은밀히 살아가면서 사라진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삶에 미세하게 스며들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육체와 분리된 공허한 의식이 허공 속에서 떠돌아다닌다. 그렇다면 부재, 공허를 어떻게 살려 내야 하는가. ■ 한영희

한영희_세계_종이에 볼펜_200×100cm×2_2019

한영희 작가는 기술에 의해 모든 것이 가상화되면 현실의 사라짐을 초래한다며 "세계는 더 이상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인위적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가늘고 긴 선들의 연속성, 얽혀있는 선들은 우리 인간세계의 복잡한 삶을 연상케 한다. 오랜 시간 작업의 매체로 볼펜을 선택한 이유는 현실에서는 결코 보이지 않는 틈새, 공허를 채우는 일이었다. 나의 작업은 볼펜 선의 겹침과 철사의 연결된 선들의 집합 이러한 보이지 않는 세계의 연결과 피상적인 연속성의 공허를 채우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작업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들의 내면과 그것의 본질, 드러나지 않는 진실을 쫒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 작업은 선의 겹침이 시간의 흔적과도 같아서 오랫동안 그림을 마주하고 있으면 현실을 떠나 비현실계를 경험하는 일이 잣다. 그때는 마치 과거와 현실을 잇는 그 틈새에 끼여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한영희_사라져가는 것들_종이에 볼펜_100×72cm_2019

한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볼펜의 선을 중첩하여 하나의 기괴한 덩어리를 재현해낸다. 비현실적인 이미지는 자연과 인간의 결합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형상이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표현해 왔으며 최근에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나 보이지 않는 내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뒤늦게 철학 석사를 공부한 그는 예술과 철학을 결합하여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 말한다. ■ 최호진

Vol.20191112d | 한영희展 / HANYOUNGHEE / 韓英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