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탁선경展 / TAKSUNKYUNG / 卓仙敬 / installation   2019_1112 ▶︎ 2019_1114

탁선경_목소리1_장지에 먹, 분채, 가변설치_가변크기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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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탁선경

마포구 신수동 91-132번지 203호 Mapo-gu Shinsu-dong, 91-132, 203

우리는, 그물망 모양의 존재들, 관계성 속의 복수적 존재들, 이 동물, 이 아픈 어린이, 이 마을, 이 무리들, 이 실험실들, 도시속의 이 이웃들, 이들 산업과 경제들, 자연과 문화를 끝없이 관련 짓는 이 생태계들의 한복판에 있다. 이것은, (인간을 포함한) 유기체들 사이의 공유된 있음/되기(being/becoming)의 얽히고 설킨 테피스트리이다. 그것은 잘 살기, 풍요롭기, 정중하기(정치적이라는 것과 윤리적이라는 것이 제대로 된 관계에 있기)가, 공유된 의미론적 실체(불평등하고, 원래 복수적이기도 한 도구적 관계성에 특유한 고통을 포함한)의 내부에 머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험동물연구는 필요하고, 실제로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통과의 관계를 순수하게 관리적이라든지, 무관하고 영향을 받지 않는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 경우, 중요한 질문은, 역사적 상황에 놓인 실천에서, 책임 있는 '고통의 나눔'이란 어떤 것이 될까라는 것이다. (Donna Haraway, When Species Meets, University of minnessota(2008))

탁선경_목소리2_가변설치_가변크기_2019
탁선경_목소리3_장지에 먹, 가변설치_가변크기_2019
탁선경_목소리4_장지에 분채, 가변설치_가변크기_2019

마포구 신수동 91-132번지 203호. 붉은 벽돌로 지어올린 다세대 빌라 2층 한 켠에서 세 세대가 함께 살았다. 그 가운데 한세대를 차지하며 살았던 11년 동안 고양이 두 마리와 마흔 두개의 화분에서 피고 자랐다가 버려진 화초들 그리고 열 명의 여성이 이곳에서 함께 지냈다. ● 함께했던 열 명의 여성들이 제 각각 이곳에 남긴 흔적들을 더듬으며, 그들이 통과했던 나와 내가 지났던 그녀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머지않아 먼지속으로 사라질 이 공간은 서로 다른 삶을 향해 뻗어가는 어느 순간의 접점으로, 서로 공유하고 교감하고 마찰하고 투쟁하며 겪어냈던 혼란과 통증과 애증을 기록하는 전시이다. ● 그들은 지방에서 올라왔고 대부분 공연, 미술, 음악, 영화, 방송, 문학 등 문화예술인이었으나 지금은 그것과는 별개의 일을 했다.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의 괴리는 컸고 아파했다. 그들은 강하고 섬세하고 깨지기 쉬웠지만 치열했다. 그들은 폭력에 무력할 때도 있었고, 치열함 속에서 소진되어 무기력해지기도 했다. 나는 우리를 이해했지만 나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서로의 분열을 목격했지만 그 분열로 인해 멀어졌다. 그들은 그렇게 203호를 떠났다.

탁선경_목소리5_가변설치_가변크기
탁선경_목소리6_장지에 아크릴채색, 가변설치_가변크기_2019
탁선경_목소리7_가변설치_가변크기_2019

자본주의의 안과 밖, 문화예술인, 창작의 가치, 창의적인 노동 혹은 창작과 노동, 지방인의 서울살이, 여성예술인.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이들이 지금도. 우리는 숨 죽이며 우리는 목소리를 잃어간다 ● 나는 곧 사라질 이 공간으로 안부가 궁금한 그녀들을 불러들인다. 우리 어디에 있든, 너와 내가 어떻게 존재하든, 언제든 우리는 우리일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 사라지는 목소리. 목소리가 없는 자들은 선택권이 없다. 아무도 듣지 않는 목소리는 내몰린다.'

탁선경_목소리8_가변설치_가변크기_2019
탁선경_목소리9_장지에 분채, 가변설치_가변크기_2019
탁선경_목소리10_장지에 분채, 가변설치_가변크기_2019

강한것과 약한것에 대한 규정, 가해자와 피해자, 갑과 을을 분별하기 어려운 복잡함 속에서, 점점 더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하나의 역할이 아닌 다면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이 현실 속에서, 점점 더 빠르게 세워지고 무너지며 밀려나는 이 곳에서. 그래도 사회적 약자는 존재한다. 그저 어디서라도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기를. 그런 이유로 마포구 신수동 91-132번지 203호의 목소리를 기록해 두려 한다. * '눈부신 어두움.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의 작곡과 소리작업을 도와주신 이지희님 감사합니다. ■ 탁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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