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nses; 과잉과 결핍 사이에서 호흡하다

2019_1115 ▶︎ 2019_1201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9_1115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승희_김기라×김형규_김지민_노세환 안옥현_윤보현_이준_전명은_최수앙 Adeline Kueh_Chen Sai Hua Kuan Ezzam Rahman, Urich Lau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토탈미술관_라살예술대학교(Lasalle College of The Arts) 기획 / 이승아(토탈미술관 객원 큐레이터)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토탈미술관 TOTAL MUSEUM 서울 종로구 평창32길 8(평창동 465-16번지) Tel. +82.(0)2.379.7037 www.totalmuseum.org

오늘날 급변하는 기술의 발달은 여러 형태로 인간의 감각에 영향을 미쳤다. 게임 산업과 더불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 Reality), 햅틱(Haptic)기술 등 감각을 자극하고 나아가 한층 다양하고 빠른 속도로 세상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소통이 가능한 미디어 도구들이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되고 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인간을 다른 생명체들과 구분 짓는 특징 중 하나로 이와 같은 미디어의 지속적인 사용을 들 수 있다. 현실의 기술능력은 디지털이라는 방대한 정보수단의 매개체를 기반으로 더욱 빠르게 진화중이다. 그 결과 오늘날의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의사나 감정, 혹은 객관적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도구 없는 생활은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강승희_날아가는 화살은 과녁에 도달하지 않는다_혼합재료, 설치_가변크기_2019
김기라×김형규_장님_서로 다른 길_표준화된 시점_4K 영상 설치_00:10:30_2018

마셜 매클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이 수십 년 전에 예언한 몸의 확장, 감각의 확장으로서의 미디어 개념은 점차 복잡해지고 다양한 추상화와 함축화의 과정 등을 거치면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미디어 도구들을 낳았다. 이를 통해 실용적인 정보뿐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전달하며 여러 방식으로 소통, 구현되고 있다. 이처럼 종류와 방식에 있어서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오늘날의 미디어 콘텐츠는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을 뿐 아니라 폭넓게 확산되어 우리 사회를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이처럼 지속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미디어가 운용되는 방식이 인간 사이에서 객관적, 주관적인 다양한 소통을 도모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충분한지 궁금하다. 일방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을 나열하거나 기억 속의 무작위적 편집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뱉어내는 데 그치고 마는 것은 아닐까?

김지민_Insideout_스테인리스 스틸, 앵무새 인형_125×100×90cm_2018
노세환_백지장을 맞들면_영상_00:03:37_2019

프랑스 철학자 폴 비릴리오Paul Virilio는 『소멸의 미학』을 통해서 과학기술 문명시대에 세상을 움직이는 정치, 사회, 문화의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각 촉수는 점점 무뎌진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감각 자체가 무뎌짐에 따라 '기억부재'의 현상, 즉 '피크노렙시(Picnolepsis)'1)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피크노렙시'는 그러한 기억의부재 중에 뜻하지 않은 실수를 범하는 것처럼 흔히 일어나는 일상적인 경험이지만 그것이 뚜렷이 의식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종의 '기억부재증'을 일컫는다. 비릴리오는 이러한 현상이 인간이 소화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여러 정보들의 가속도로 인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우리의 시간과 공간이 결국은 소멸하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되며, 때문에 새로운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2)

안옥현_사랑에는 이름이 없다_단채널 영상_약 00:13:00_2018
윤보현_Glassorganism_유리, 영상, 스포트라이트_가변크기_2013~5
이준_입의 향연_정보의 시각화를 기반으로 한 인터렉티브 미디어 설치_ 90×180×80cm, 가변크기_2019

물론 인간은 지금처럼 빠른 속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세상 혹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반응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고하게 견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진, 영상, 텍스트 등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다양한 매체들을 활용해 부단히 '기록' 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것은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소통과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본능적인 행위로도 볼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작위적인 편집, 끊임없는 업로딩과 수많은 찰나의 기록들은 언젠가 매체들이 소멸하게 되는 순간 함께 사라질 수 있으며, 사라지는 순간 '피크노렙시'와 같은 기억부재증의 저편으로 날아갈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시간과 속도의 소멸성에 대한 꾸준한 정치, 사회, 역사적인 고찰과 부단한 사유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명은_Je regarde - Adelaide I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나무액자_105×70cm_2010
최수앙_Under the Skin_피그먼트, 레진에 유채_82×36.5×25.5cm_2019
Adeline Kueh_Whisper_100 ways to remember you_ wall paint, lavender talc, wall light fixture from Lavenda Spa_dimensions variable_2014

사실 기술문명이 도래하기 이전부터 인간은 끊임없이 몸의 감각을 통해 세계와 상호작용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해 왔다. 오감을 연구한 많은 역사적 문헌들이 존재하며 현재 다양한 감각이 어떻게 상호 관계를 맺고 결합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감각은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변화되어왔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선원근법에 의해 시각이 우위를 차지했고, 중세에는 청각과 촉각이 보다 가치 있게 여겨지기도 했으며, 현실에서는 두 개 이상의 미디어를 사용하는 혼합, 혹은 하이브리드 미디어를 통해 접촉, 텍스처, 윤곽선, 운동감각적인 움직임, 혹은 빠른 정보들의 속도로 인해 일어나는 긴장의 감각들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렇듯 미디어 포화상태인 환경 속에서 우리의 감각은 과잉, 포화 상태의 감각들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끊임없이 경험하는 동시에 진화하고 있다.3)

Chen Sai Hua Kuan_Sound of the Earth Singapore_ soil, water, copper wire, vibrator, zine, brass, ceramic bowls_dimensions variable_2015
Ezzam Rahman_he's been bruised by a man who can't love_artist's skin and nails, adhesive, threaded wire, epoxy resin, digital print in glacanisters, performance for photography_2019
Urich Lau_Spy Ball_video installation with Spy Ball (11 CCTV surveillance cameras, sepak takraw rattan ball), surveillance digital video_2018

The Senses; 과잉과 결핍 사이에서 호흡하다 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다양한 감각의 변환과 확장을 시도한다. 이들은 단지 소통과 관계의 확장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감각의 세계를 파악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통로로서 감각과 지각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한다. 기술문명사회가 가속을 통해 인간과 사물의 시공간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면, 이번 전시는 실제 세계에서 감각들을 경험하고 '재사유'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쏟아지는 정보에서 벗어나 체험을 통해 잃어버렸던 경험 감각들을 떠올리는 기회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

* 각주 1) 피크노렙시는 '빈번한', '자주'를 뜻하는 그리스어 '피크노스'와 '발작'을 뜻하는 그리스어 '랩시스'의 합성어로 '자주 일어나는 신경발작'의 뜻이다. 그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흔히 기억이 끊긴다든가, 필름이 끊긴다든가 하는 표현으로 무심히 넘기는 의식의 균열과 공백이 생기는 상태를 설명하고 여러 사회현상에 대입해 '기억부재증'의 함의적 의미로 설명하고 있다. 2) 폴 비릴리오, 소멸의 미학, 김경온 옮김,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4 3) 존 A. 워커, 사라 채플린, 비주얼 컬처, 임산 옮김, 루비박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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