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애展 / HUHKYOUNGAE / 許暻愛 / painting   2019_1120 ▶︎ 2019_1214 / 월요일 휴관

허경애_모란화병도_장지에 채색_40.9×31.8cm_2019

초대일시 / 2019_1120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일요일_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아티비타 Gallery ArtiVita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34길 19 1층 Tel. +82.(0)2.2088.3373 www.arti-vita.net

내가 알고 있는 허경애는 미국에서 플라워 디자인을 공부한 파티플래너이자 미술을 사랑하는 컬렉터였다. 그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결혼 이후 작가로서의 꿈을 접고 오랫동안 붓을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으로 좋은 안목을 가진 컬렉터가 될 수 있었고, 오랫동안 미술사를 공부하고 해외미술관을 두루 여행하며 이루지 못한 작가의 꿈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최근 드디어 붓을 든 것이다.

허경애_모란과 오리_장지에 채색_64.5×34.5cm_2019

이번에 첫 번째 전시회를 열면서 선보이는 작업은 뜻밖에도 서양화가 아니라 조선시대 화조화나 민화풍의 작품들이다. 몇십 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들에는 꽃과 나비, 고목과 새 같은 화조화의 전형적인 소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오랜만에 그림을 시작하면서 이처럼 화조화를 선택한 것은 민화에 관한 관심과 한때 꽃 디자인을 공부하고 전문적으로 꽃꽂이를 해 왔던 일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예민한 색채 감각을 지닌 그녀는 평소에 꽃을 무척 좋아했고, 아름다운 색채의 나비 표본을 수집하기도 했다. 이처럼 색채에 관한 예민한 감각이 반영되어 그녀의 작품은 단아한 구도에 화려한 원색들이 통일성 있게 절제된 정갈하고 화사한 감성의 화조화가 되었다.

허경애_나비_장지에 채색_31.8×31.8cm_2019

이러한 화풍은 동양화의 오랜 전통인 북종화를 계승한 것이다. 주로 사실적인 묘사와 화려한 색채로 대변되는 북종화는 정신성을 중시하는 수묵 중심의 남종화와 비교해서 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해 왔다. 그러나 허경애의 작품은 격조 있는 신사임당의 초충도처럼 곱고 섬세한 여성적 감성과 자연물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느껴진다. 이것은 인간이 주체가 되어 대상을 이성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서양의 정물화와 달리, 무심히 대상에 몰입하여 감성적으로 대상이 발하는 미묘한 색채의 파장과 공명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다.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꽃과 나비 같은 자연물에 대한 몰입을 통해 그녀는 지성의 분별력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자연의 섭리와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끼고 체득하고자 한다. 여기서 비롯한 평온한 미의식은 대립과 갈등으로 지친 삶에서 맛보기 어려운 행복감이며, 힘든 작업과정을 견뎌내게 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허경애_연꽃과 벌_장지에 채색_41×24.2cm_2019

동양화는 원래 서양화와 달리 자연과의 합일을 통해 세속적인 마음을 정화하고, 인격의 수양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는 서예와 그림이 예술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약방의 감초처럼 모든 지식인이 갖추어야 할 교양이었다. 오히려 문인들이 그린 문인화가 직업화가들이 그린 기교적인 그림보다도 높게 평가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전공이 세분화되고 예술은 작가들의 전유물이 됨으로써 예술을 통한 정서 함양과 인격 수양의 길이 막혀버렸다. 이것은 현대인들이 과거보다 첨단 과학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더 불행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자본이 인간의 가치를 대신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의 만족을 위해 비경제적인 창작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가정을 돌보아야 하는 여성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 이러한 사회현실에서 적은 않은 나이에 어린 시절의 꿈을 잃지 않고 자아실현을 위해 작가로서 재입문하는 허경애의 용기 있는 결단은 격려받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 최광진

Vol.20191120d | 허경애展 / HUHKYOUNGAE / 許暻愛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