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을 위한 기록(記錄)

정보라展 / JEONGBORA / 丁보라 / painting   2019_1121 ▶︎ 2019_1127

정보라_곳 곳_2019_캔버스에 수묵_24×18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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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인스타그램 @bora_02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대전광역시_대전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관람시간 / 11:00am~07:00pm

이공갤러리 IGONG GALLERY 대전시 중구 대흥로139번길 36(대흥동 183-4번지) Tel. +82.(0)42.242.2020 igongart.co.kr cafe.naver.com/igongart

낯선 장소 속, 따뜻한 기억 ●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길을 걸을 때는 무심히 주변을 지나치게 된다. 익숙한 건물, 광고판, 버스정류장, 가로수 등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기에 우리의 시선을 이끌지 못한다. 하지만 낯선 장소를 가게 되면,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호기심 때문에 주변을 면밀히 관찰하게 된다. 요즘은 인간보다 더 길을 잘 아는 전자지도를 따라가면 된다지만, 가상과 다른 현실 속 어떠한 장소의 낯설음은 그 장소를 실제적 감각으로 기억하게 한다. 작가 정보라는 낯선 장소를 거닐며 받았던 이러한 인상과 기억을 기반으로 작업을 한다.

정보라_곳 곳_2019_캔버스에 수묵_24×18cm×18_2019

기억의 드로잉 ● 정보라는 자신에게 일상적이지 않은 장소를 다니는 것을 즐긴다. 어쩌면 이는 여행을 가는 것과 같은 의미일지 모른다. 반복되는 매일의 삶에서 벗어나는 곳, 새로운 건물과 사람,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곳에 간다는 것은 삶의 감정을 새롭게 환기시킨다. 삶의 루틴에서 받았던 지루함이나 스트레스 그리고 고민과 같은 부정적인 기억과 감정을 일순 정지시키고, 보다 현 상황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간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도 한다. 이렇듯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느끼는 자유롭고 편안함이 정보라의 드로잉 속 건물에 담겨 있다. 그래서 정보라의 드로잉들은 차가운 카메라의 기계적 시선이 아닌,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표현된다. 작가에게 좋은 기억을 준 장소들이기 때문이다. 그저 '보기 좋은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닌, 한 개인인 정보라에게 좋은 감정과 기억을 생각하게 하는 장소들이다. 이렇게 작가에게 좋은 기억의 장소를 그리는 것은 개인적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정보라는 나쁜 기억이 예고 없이 불쑥 솟아오를 때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기억들을 환기시켜서 재조립하는 활동의 필요성"에서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렇듯 이 드로잉들은 사적인 기억의 파편이며, 벽면을 가득 채운 드로잉들은 기억의 축적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드로잉으로 만들어진 기억의 축적들은 본격적인 작업에서 재조립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정보라_후에 남겨진 것들 그 후_300303_순지에 혼합재료_53.2×45.7cm_2018
정보라_후에 남겨진 것들 그 후_320203_장지에 혼합재료_130×97cm_2019

추상으로 재구성한 기억 ● 어떤 풍경을 스케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본 작업을 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적인 작화 과정이다. 특히 진경산수를 그리기 시작한 이후, 명산을 유람하고 그 자리에서 실경을 스케치하며, 이를 조합하여 산수화를 완성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낯선 장소를 직접 경험하고 이를 드로잉으로 표현한 후, 재구성하는 정보라의 작업과정 역시 이러한 작화 방식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재구성을 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산수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보통 처음 어떤 곳을 보았을 때는 그 기억이 선명해서, 오랫동안 잊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더 많은 기억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기억은 희미해진다. 존재했다는 것은 알 지 모르지만, 대상의 세세한 부분이나 당시 떠올랐던 생각이나 감정 등은 옅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특정한 장소에 대한 기억 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한 기억에서도 마찬가지다. 분명 하루가 길게 느껴졌던 10대시절의 기억이 이제는 흐릿한 것처럼 말이다. 정보라는 이렇듯 희미해진 기억과 그것들이 서로 중첩되면서 남는 '기억의 흔적'을 먹과 색으로 표현한다. 드로잉에서 낯선 공간의 건물을 그렸듯, 작품에는 건물의 창이나 지붕, 벽과 같은 구조가 희미하게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한 구조의 직선이나 네모난 면 등만이 남으면서 점차 추상과 같은 형태로 변형된다. 그리고 위에 힘 있게 그어진 붓질이나 뿌려진 물감의 흔적을 통해 점차 추상회화로 변해간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차분히 관조하는 자세가 아닌, 심장박동에 맞춘 움직임으로 기억을 재구성한다. 실상 자신이 경험했던 풍경을 기억할 때 우리는 그저 시각적이고 객관적인 것만을 사진처럼 떠올리진 않는다. 특히나 기억이 흐릿해질 즈음에는 낯선 건물의 특징적인 어떤 부분과 함께 그 당시의 냄새, 공기의 온도와 감촉 그리고 감정이 흐릿하게 묻어나게 된다. 더불어 그림을 그리는 시점에서 작가가 가지는 감정과 상황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베르그송(Henri Bergson)이 과거의 시간들이 현 시점에서 소용돌이처럼 환기된다고 했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어떤 시기를 떠올리며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작가가 느끼는 기억의 감정 역시 추상적 붓질과 표현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기억은 그저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가 된다.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시점에 뿌린 물감과 붓질로 기억이 현재에 묶이게 된다.

정보라_후에 남겨진 것들_190729_장지에 혼합재료_70×140cm_2019

색과 질감으로 만들어낸 다층성 ● 낯선 장소에 대해서는 다양한 감정이나 기억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처음 접하는 곳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일 수도 있고, 일상과 다른 곳에서 느끼는 호기심과 새로움일 수도 있다. 작가 정보라에게 낯선 장소에서 마주했던 공간들의 기억은 따스함과 자유로움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느꼈던 따뜻하고 그 누구에게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을 푸른색과 주홍빛으로 나타내었다. 일반적으로 푸른색은 우울감이나 냉정함을 상징하지만, 정보라는 따뜻한 색감의 푸른색으로 마치 아련하고도 정겨운 감정을 담고자 하였다. 그리고 옅은 주홍빛으로는 노을이 질 때의 충만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자 했다. 이는 특정사물의 색이 아닌, 작가가 주관적으로 느낀 감정을 담은 색이다. 정보라는 어떠한 공간에 대한 경험과 기억, 그 때 본 건물의 시각적 모습과 함께 상기되는 기분과 감정, 이 모든 기억의 파편들을 한 화면에 추상적인 붓질과 함께 담았다. 그리고 낯선 공간에 자신을 투영하여 자신의 감정을 읽어냈듯, 작가는 다양한 질감이 드러나는 표면 위에 먹과 물감을 통해 물성으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표현적 변화를 만들어낸다. 종이 표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먹이 잘 스며들지만, 호분을 바른 면에서는 그저 위에 발린다. 또한 표면에 붙인 거즈는 그 자체로 화면의 조형적 요소가 되면서도 지지체가 되어 먹과 물감과 함께 어우러진다. 이러한 변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화면을 공감각적으로 지각할 수 있게 하며, 그림을 보는 현재에서 작가가 재구성한 기억의 흔적을 감상하게 한다. 이러한 다층적인 표현을 통하여 정보라는 개인적인 경험을 시각화한다. ● 정보라의 작업과정을 짧게 요약하자면, 낯선 공간을 경험하고 그 기억의 파편을 드로잉으로 남기며, 기억들을 작업을 하는 현재에 재구성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보라는 낯선 공간 속 개인적인 감정을 추상이라는 보편적 표현으로 변용한다고 할 수 있다. 정보라가 겪은 낯선 공간의 따스한 기억들은 마치 현대적 산수화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과거에 명산의 진경산수를 방 안에서 즐길 수 있었듯이, 정보라의 기억 속 공간을 보는 이들이 함께 공감하며 와유(臥遊)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허나영

정보라_후에 남겨진 것들 그 후_221214_장지에 혼합재료_180×60cm_2019

Warm Memory, in a Unfamiliar Place ● When you walk repetitive familiar ways everyday, you casually pass by. Because familiar buildings and advertising boards and bus stops and street trees have been always there, they can't catch your eyes. However, if you go to the unfamiliar place, you pay more attention to your surroundings for not losing your ways and you closely observe things around you because of curiosity. These days, you just go anywhere with a digital map, which knows more ways than humans. However, unfamiliarity with any place in reality different from imagination makes you remember the place through the practical sense. Artist Bo ra Jeong draws paintings based on these impressions and memories that she got, walking along unfamiliar places.

Drawing of Memory ● Bo ra Jeong herself enjoys going around unfamiliar places. Maybe, this may be like what you travel. What you go to the place where you escape repetitive daily life and where you can see a new building and man and atmosphere arouses feelings of your life newly. This immediately stops boredom and stress and negative memory and feeling like a worry that you have gotten from your life routine and can makes you focus on present situations more. And you are also free from people's prejudices towards you and their eyes. Like this, freedom and convenience you feel in the place where anyone knows you embody buildings in Bo ra Jeong's drawings. So, her drawings are expressed as artist's warm eyes, not cold camera's mechanical eyes. It is because the artist got good memories from these places. These places not to be drawn as just 'eye candy landscapes' remind Bo ra Jeong, an individual of good feelings and memories. Like this, what places where the artist get good memories are drawn is also a process for personal healing. ● Bo ra Jeong says, the time when bad memories are brought up without any notice makes her think "she should solve problems." So, she started drawing her paintings because she feel necessity for an activity to reassemble memories as arousing her memories. Like this, accumulations of memories made from drawings are reassembled by real works. And the artist wants to show you the process in this exhibition.

Memory restructured by Abstraction ● What you sketch any landscape and begin real works is the general work process regardless of the Eastern and Western countries. Especially, after you started drawing beautiful landscapes, you should look around well-known mountains and sketch real landscapes there and combine all of them and complete landscape paintings. After Bo ra Jeong experiences unfamiliar places in person and expresses them in her drawings, her work process that she structures them again complies with such a painting method. However, the artist draws paintings in a way different from landscape paintings in the past. You usually think that when you see any place at first, you don't forget it for a long time. However, if more memories are accumulated and the time goes by, those memories naturally become dim. You don't know their existences, but specific parts of them or thoughts or feelings that you came to mind at that time must be dim. And this also applies to memories of your life as well as memories of specific places. It is like your teenage memories are dim now. ● Bo ra Jeong expresses 'Trace of Memory' that remains as dim memories overlap each other with an ink and a color. In her artworks, structures such as buildings' windows or roofs and walls dimly remain like she draws unfamiliar buildings in her drawings. However, straight lines or rectangular sides of those structures remain and gradually change to forms like abstraction. And a brush stroke that she powerfully makes on the top of them or trace of paints that she sprays makes them gradually change to the abstract painting. ● During this process, the artist does not contemplate memories calmly and structure memories again through moves suitable for heartbeat. In fact, you don't just recollect only visual and objective things like pictures when you remember landscapes that you experienced. Especially, at the time when your memories are dim, smells and temperatures of air and touches and feelings along with unfamiliar buildings' specific parts are dimly brought up. In addition, at the time when the artist draws paintings, artist's feelings and situations also have impacts on memories. This is like Henri Bergson said past times are aroused like swirls at the present time. While the artist reminds herself of any time of the past and draws paintings, feelings of memories that she feel are also shown by abstract brushes and expressions. And now, memories are the present, not the past. At the time when the artist draws paintings, memories are stuck by sprayed paints and brushes at the present time.

Multiple Layered Quality made by a Color and Texture ● You can have a variety of feelings and memories about unfamiliar places. they can be anxiety and fear for places where you first go and can be curiosity and novelty. Memories of spaces that Bo ra Jeong, the artist faced in unfamiliar places were warmth and freedom. So, warmth that she felt and freedom that she may not care were expressed as blue and reddish orange. Generally, blue symbolizes the gloomy feeling and cool-headedness. However, Bo ra Jeong wanted to embody dim and affectionate feelings, using blue that induces warm feelings. When the sun goes down, she wanted to embody longing for the time that is full but passing, using light reddish orange. Two colors are colors that embody artist's subjective feelings, not colors for specific things. Bo ra Jeongembodied moods and feelings recalled by experiences in any place and memories of it and visual images of buildings that she saw at that time and embodied parts of every memory at a time with abstract brushes. ● She projects unfamiliar places to herself and makes natural expressive changes compromised of property of matter through inks and paints on the top of the surface that shows various textures. Inks permeates parts that the paper surface is naturally seen, but inks are applied on the top of parts applying ashes. Also, a gauze itself attached to the surface is a formative factor and support stuff of a image and then inks and paints mingle in the gauze together. These changes can make you perceive the image synaesthetically and make you appreciate trace of memory restructured by the artist at the present time when you see pictures. Bo ra Jeong visualizes her personal experiences through these multiple layered expressions. ● To sum up her work process, she experiences unfamiliar places and parts of memories remain in her drawings and she structures memories again at the present time when she draws paintings. It can be considered that Bo ra Jeong changes personal feelings in unfamiliar places into the universal expression, which is called abstraction during this process. Warm memories that she experienced in unfamiliar places come to you like the modern landscape painting. I hope that you see places in memories and empathize with them and enjoy them like you could enjoy beautiful landscapes of well-known mountains in your room in the past. ■ Na young Heo

Vol.20191121b | 정보라展 / JEONGBORA / 丁보라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