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곁에: 백영수 화백 그리고 그림책

의정부미술도서관 개관기념展   2019_1129 ▶︎ 2020_0628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9_1129_금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의정부미술도서관 Art Library of Uijeongbu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로 248 1층 전시관 Tel. +82.(0)31.828.8870

의정부에 선 국내 최초의 미술도서관-백영수 화백의 모성미학 살린 개관기념전 ● "저울의 한쪽 편에 세계를 실어놓고 다른 한쪽 편에 나의 어머니를 실어 놓는다면, 세계의 편이 훨씬 가벼울 것이다." "자녀들에게 어머니보다 더 훌륭한 하늘의 선물은 없다." ● 잘 알려진 격언들처럼, 어머니라는 사랑의 무게를 그 어떤 것에 비교할 수 있을까? 이번 의정부미술도서관 개관기념 기획전 『늘, 곁에』는 어머니에 대한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귀한 기회이다. 전시의 타이틀인 『늘, 곁에』는 우리가 생애 처음이자 가장 가까이 접하는 존재이며, 삶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필요로 하고 그리워 할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상징성이 담겼다. ● 이번 의정부미술도서관의 개관 기획전에 故백영수(1922~2018) 화백을 중심 작가로 내세운 것은 백 화백 역시 일생동안 '어머니'를 작품의 테마로 활동한 대표적인 작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50년 이상 천착해온 '모자상(母子像)' 시리즈는 백영수 미학담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으로 평가된다.

백영수_가족 Family_캔버스에 유채_89×116cm_1982

백영수 화백에게 어머니 혹은 엄마라는 존재감은 '정신적인 안식처'로 통하며, 엄마의 사랑은 '가장 아름답고 영원한 것'을 상징한다. 또한 백 화백의 그림엔 정형화된 몇 개의 코드가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절제된 조형성으로 빚은 인물상'이다. 천진무구한 천사의 표정을 한 아이와 마치 성모마리아와 같은 온화함으로 그 아이를 안거나 업고 있는 어머니의 간결한 도상이 무척 인상적이다. ● 특히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우뚱 뉘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물끄러미 응시한 시선엔 40여년 가까이 고국을 떠나 해외에서 지냈던 깊은 향수가 배어난다. 백 화백의 그림이 '지적인 아름다움'과 '명상적인 정신성'을 동시에 선사하는 이유도 그 작품 안에 무욕과 절제의 미학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시인 구상이 백 화백의 작품을 보고 "동심의 세계를 한평생 오롯이 그린 화가를 나는 알지 못한다. 백영수 화백은 어린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무한한 시공을 우러르며 살지 싶다. 그의 그림이 흐려진 우리의 마음에 신비한 샘물이 되어 맑게 할 것을 바라고 믿는다."고 말한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백영수_날으는 모자 Flaying mother and child_캔버스에 유채_73×92cm_1985
백영수_녹음 The shade of trees_캔버스에 유채_116×89cm_1994

잘 알려졌듯, 백영수 화백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용구는 '신사실파(新寫實派)의 산증인'이었다. 신사실파는 한국 현대미술의 태동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미술운동이다. 1947년 7월 창립된 이 그룹은 해방 이후 '순수하고 분명한 사실적 조형의식을 바탕으로 하되 표현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그리자'는 목적에서 출범한 '한국 최초의 순수화가동인'이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면면도 정말 화려하다. 김환기(1913~1974), 유영국(1916~2002), 장욱진(1917~1990), 이중섭(1916~1956), 이규상(1918~1967), 백영수(1922~2018) 등 한국 현대미술의 기반을 다진 중심축이었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1952년 제3회전을 끝으로 그룹은 해체된다. 이후 백영수 화백은 프랑스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그곳에서도 여전히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아우른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주목할 점은 또 다시 1973년에 만들어놨던 의정부 호원동의 작업실(현재 백영수미술관)로 돌아온 이후에도 백 화백의 그림에는 끊임없이 모자(母子) 중심의 '가족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고국이든 타국이든 옛집에서 가족구성원(가령 엄마와 아이)이 함께 겪었던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는 그에게 아주 중요한 모티브였다. 특히 백 화백의 가족 이야기에선 아주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서정적 여운이 충만하다는 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이 수필집 한 권을 응집시켜 놓은 것 같다. 이런 문학적인 코드의 발견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백영수_새와 소년 Bird and child_캔버스에 유채_92×73cm_1979
백영수_정오 Midday_캔버스에 유채_50×61cm_1991

백영수 화백은 생전에 손에서 종이와 펜을 놓지 않았다. 일본 오사카 미술학교 시절부터의 버릇이다. 당시에도 전차나 식당, 어디에서든지 하루에 크로키를 200장씩 그렸을 정도였다. 그 덕분에 특정한 장르나 기법에 얽매이지 않은 '열린 감성'의 조형성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문학성과 감수성이 풍부한 그림의 단초를 마련했다. 또한 한평생 가장 큰 여가생활은 영화보기와 독서였다. 영화보기는 일본 유학시절부터 시작했고, 해방이후 서울시절엔 김환기(金煥基), 도상봉(都相鳳), 이종우(李種禹) 등 화가들 외에도 수많은 문인들과의 폭넓게 교류했다. 월탄(月灘) 박종화(朴種和), 소설가 염상섭(廉想涉), 김동리(金東里), 시인 정지용(鄭芝溶), 조지훈(趙芝薰), 구상(具常), 박목월(朴木月), 서정주(徐廷柱) 등 당대의 문학인을 총망라했다. ● 충분히 차고 넘진 이후엔 고요해지기 마련인 것처럼, 백 화백의 폭넓은 교우와 행보도 그의 그림을 정돈시켰다. 원래 인체에는 너무나 다양한 표정을 지니고 있지만, 백 화백의 인물은 최소한의 형태만 갖추게 된 것도 그 연유이다. 대개 손발마저 생략된 경우도 많다. 얼굴과 몸체만을 강조된 극단적인 요약이자 함축이다. 순수미를 넘어 절제미의 극치다. 인물과 함께 등장하는 주변의 환경요소도 마찬가지다. 가령 집안의 기물이나 야외의 나무와 새, 꽃 등의 자연풍경까지 가장 본질적인 묘사만 있을 뿐 필요 이상의 군더더기는 허락하지 않았다. 백 화백의 '모자상(母子像)'은 그러한 함축미의 진수이다.

거미엄마, 마망_그림책
엄마_그림책
엄마까투리_그림책

이번 의정부미술도서관 개관 기념전도 이러한 '모자상'의 모티브를 다양한 관점에서 재해석한 기획전으로 꾸민 것이다. 미술도서관의 1층 전시장과 3층 체험교실을 두루 활용해 '어머니와 아이의 사랑'을 담아 연출했다. 우선 1층 전시장의 중심은 백 화백의 대표성을 지닌 모자상 시리즈가 잡아준다. 「가족」, 「정오」, 「벽속의 모자」, 「새와 소년」, 「녹음」, 「날으는 모자」 등 백 화백 특유의 단순미학과 공간해석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 유화작품 7점과 더불어 전시 포스터, 표지화 및 삽화, 서적 등 다양하고 풍성한 아카이브 자료전도 함께 선보인다. ● 더구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그림책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전시도 함께한다. 2017 볼로냐 라가치상 예술상을 수상한 「거미엄마, 마망 루이스 부르주아」가 대표적이다. 이 책은 엄마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예술로 승화시킨 세계적인 조형예술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생애에 관한 아름다운 논픽션 그림책이다. 수준 높은 어린이용 그림책의 콘텐츠가 어떻게 대중과 만날 수 있을지 보여줄 대목도 놓치면 안 될 관람 포인트이다. ● 이외에도 전시장 3층에선 아이와 엄마는 물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풍성한 교육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백영수 화백의 모자상(母子像)을 바탕삼아 여러 재료를 활용한 '우드코스터 컬러링' 체험, 백영수 화백이 생전에 즐겨 했던 종이박스 콜라주 작업인 '종이상자 속 풍경', 빛과 색채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연출해보는 스테인드글라스 체험 프로그램인 '빛 조각 모아모아' 등으로 구성된다. 백영수 화백의 「모자상」이 모티브가 된 이번 기획전이 어떤 조건을 달지 않고 순수한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어머니의 감성을 어떻게 나눠나갈지 기대된다. ■ 김윤섭

Vol.20191121f | 늘, 곁에: 백영수 화백 그리고 그림책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