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서

장동욱展 / JANGDONGWOOK / 張東旭 / painting   2019_1121 ▶︎ 2019_1202

장동욱_자생(自生)식물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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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Artist Residency TEMI 대전시 중구 보문로199번길 37-1 (대흥동 326-475번지) B1 전시실 Tel. +82.(0)42.253.9810~2 www.temi.or.kr www.facebook.com/temiart

단서 1. 내밀한 이야기 ● 올해 우연히 장동욱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접하게 되었다. 현실에 있을 법한 장소지만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나른함이 기억에 남았다. 아티스트 레지던시 테미에서 그의 평론 의뢰가 왔을 때 그 모호함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방문한 장동욱의 작업실 캔버스에 자리하는 대상은 특별하게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았다. 2017년까지 진행되었던 「오브제」, 「무제」로 명명된 시리즈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수집한 사물들은 주로 옥수수 통조림, 웨하스 과자의 비닐, 비누 케이스 등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대상들이다. 하지만 단순히 대상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물이 수집된 경로 등의 단편적인 기억으로 의미를 재구성하는 데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지인을 추모하는 방식으로 오랜 시간 동안 그가 다닌 음식점에서 수집했던 성냥갑을 그리는 등 각 사물에는 각 사물마다 고유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색감과 표면적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된 그의 정물을 보고 있으면 누군가의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작가는 이처럼 내밀한 이야기를 캔버스로 옮긴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외면했거나 미처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물과 공간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내밀한 이야기들은 작가의 유년 시절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2017년부터 그의 기억들은 풍경으로 확장되었다. 그가 그리는 풍경은 주로 거주지 주변이다. 대천, 인천, 서울, 대전 등의 장소에 머물렀던 기억들을 연속적으로 나열하기도 하고 그 기억을 조합하여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장동욱_증식하는풍경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19
장동욱_공터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19
장동욱_교차지점_intersection point _캔버스에 유채_162×112cm_2019

단서 2. 절정이 지나간 자리 ● 장동욱은 바닷가 근처 관광지였던 충남 대천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작업들은 모두 유년기에 마주쳤던 풍경에서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거주지의 낯선 환경에서 채집된 사물들과 풍경은 과거의 기억들과 교차되며 캔버스에 옮겨진다. 주로 일상 속에서 배경으로만 생각하는 아파트 단지 내의 놀이터, 공장 지대, 거주지와 일터에서 마주하던 풍경 등 지나치기 쉬운 주변부에 대한 미시적인 감각을 지속한다. 이는 그가 태어난 장소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고향인 대천은 과거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서해안의 최대 관광지였다. 하지만 현재, 대천은 과거의 영광은 뒤로 한 채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곳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작가는 절정이 지나갔거나 절정에 아직 도래하지 않은 평범한 사물과 장소들에 마음을 쏟는다. 작가는 대상을 지그시 바라보는 것으로 작업의 시작점을 삼는 그는 주변을 관찰하면서 과거에 경험한 풍경과 교차점을 찾는다. 주로 과거에 마주쳤던 풍경들과 유사하게 느껴진 색감과 불안정한 요소들에 영감을 받는다. 지금까지 작가가 경험했던 거주지 주변엔 과거 급속한 도시 발전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이러한 흔적들은 작가의 유년기 기억을 공통적으로 건드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유년기의 잠재적인 기억들이 현재 거주하는 거주지 주변의 풍경으로 확장하여 하나의 지표로 작용한다. 「수영장」(2018)은 대학원 과정을 위해 거주한 마포구청 인근의 야외 수영장을 담은 것이다. 당시 주변은 공사가 진행중이였기에 공사 현장 특유의 불안정한 모습을 포착하게 되었다. 이 지점에 그는 새로운 구조물이 설치되고 사라지던 어린 시절 대천의 풍경의 잔재와 마주하게 되었다. 「랜드」(2019)에서 그 놀이동산의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작가의 눈에 감기는 풍경은 주로 절정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공간들이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놀이터 풍경을 담은 「교차지점」(2019) 등도 그렇다. 그는 테미 레지던시에 머무르면서 대전에서 영감을 주는 장소를 스터디 해왔다. 주변에서 추천한 소제동 등을 방문했지만 딱히 마음에 끌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지금의 소제동은 레스토랑, 카페가 들어서는 새로운 상업지구로 탈바꿈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그는 우연히 문화동 외곽을 발견했다. 메인 작업이라고 볼 수 있는 「자생(自生)식물」(2019)과 「증식하는 풍경」(2019)은 문화동의 어느 주거 지역을 그린 것이다. 이 풍경을 마주했을 때 작가는 유년 시절에 살았던 집이나 근처의 장면들이 강렬하게 떠올랐다고 한다. 귀화식물인 환삼 덩굴 등의 풀들은 제멋대로 난잡하게 자라 있다. 마구잡이로 증식되는 풀들은 과거의 기억들이 증식되는 과정들과 유사하다. 즉 녹색의 풀들은 작가의 기억이 작용하는 매커니즘이자 메타포가 된다. 「스마일」(2019)은 문화동의 재개발 지역에서 포착한 것이다. 주거지역의 재개발은 오래된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올리는 행위의 단순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동안 자리해온 건물에는 그 풍경이 견뎌내 온 시공간 또한 함축되어 있다. 재개발이라는 특수 상황은 순식간에 혹은 매일 조금씩 견고하게 자리했던 대상들을 사라지게 한다. 작가는 소멸되는 풍경의 끊임없는 변화상에 대해서도 마음을 쏟는다. 동시에 유년의 기억과 현재 발견한 장소와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며 기억을 발췌한다.

장동욱_남겨진것_캔버스에 유채_97×162cm_2019
장동욱_LAND_캔버스에 유채_27×41cm_2019
장동욱_붉은점_캔버스에 유채_27×41cm_2019

단서 3.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 ● 존재하는 장소를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표현하는 장소는 실재를 재현하지 않는다. 「the place where at」)(2018)은 대천 인근 바닷가 풍경의 일부분과 거주지 주변에서 포착한 담벼락을 중첩시켜 작업한 것이다. 그려지는 대상의 색감과 이미지의 삭제, 흘러내리는 물감의 우연한 효과들은 그의 작업이 비현실적인 어딘가가 묘한 느낌을 주는 이유이다. 「statue」(2018)에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은 얼굴이 그려져 있지 않다. 주변의 상징적인 건축물과 기념비적인 동상들 또한 특정한 장소와 관계를 맺으면 작업이 진행되기보단 전적으로 그 대상이 주는 개인의 감정과 기억에 초점을 맞춰 그려진다. 위용 있는 맥아더 장군의 모습보다는 일상에서 마주친 노인의 시선이 중심이다. 그의 작업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한데, 이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던 그의 할아버지와 교차되는 기억이다. 그리고 주변의 풍경 또한 구체적이지 않고 해체된 형상으로 명확하지 않은 불안정한 기억의 잔재를 표현한다. 이러한 애매모호한 기억의 조합들은 「동인천」(2018)에서도 드러난다. 플라스틱 의자와 식탁, 드럼통은 사실적으로 묘사되었지만 이 두 조합은 조화롭지 못하며 노란 표지판 같은 플라스틱 덩어리 또한 부조화스럽다. 이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 기억의 집합체로 기능하기 위함이다. 이로 인해 사실적인 그 장소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애매모호한 기억의 조합이 포착된다. 그의 작업은 누구나 겪었을 보편적인 기억을 불러낸다. 기억은 그의 작업을 독해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보는 이의 내밀한 기억들을 건드린다.

장동욱_스마일_캔버스에 유채_27×41cm_2019
장동욱_표식이 있는풍경_캔버스에 유채_ 27×41cm_2019
장동욱_Dongincheon_캔버스에 유채_70×160cm_2018

『기억의 단서』로 장동욱 찾기 ● 과거의 기억을 담은 거주지 주변의 풍경은 유실된 과거의 풍경들을 포함하면서도 현재 새로운 장소에서 맺는 관계성을 동시에 내포한다. 작가의 내밀한 기억들과 상호작용을 이루는 거주지 풍경들은 실재하고 있는 대상이기에 현재의 나를 기록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풍경은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와 과거로부터 흘러온 풍경의 접점이며 현재의 나를 찾기 위해, 나의 기억과 유사한 대상들을 찾아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기억에 의존하는 풍경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완성된 그림에서 계속해서 수정된다. 그 과정에서 기억과는 또 다른 풍경으로 인도하는 기억의 교집합적인 풍경이 탄생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현재 바라보는 풍경들도 시간이 흐르면 또다시 유실되거나 변모할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는 계속되는 거주지의 이동과 불안정성과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작업을 위해 거주지를 계속 이동했다. 일반적으로 레지던시는 낯선 곳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는 유목과 이동의 형태를 취한다.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으로 정해져 있는 레지던시 기간이 종료되면 작가들은 또 다른 작업공간인 레지던시를 찾아 이주해야만 한다. 이는 1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는 현실을 뜻하기도 한다. 어딘가에서 산다는 것을 뜻하는 거주는 삶과 맞닿아있는 필수조건이다. 이러한 거주지를 항상 이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한 인간 개체로서는 큰 불안감을 이고 사는 것이다. 이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라면 공통적인으로 겪는 숙명과도 같다. 이러한 작가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는 새로운 곳을 탐색한다. 그리고 그만의 내밀한 기억과 교집합되는 기억들을 발췌하고 기록하며 안정감을 찾는다. 이는 불안함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이자 현재의 장동욱을 찾아가는 방법이다. ■ 홍예슬

Vol.20191121h | 장동욱展 / JANGDONGWOOK / 張東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