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의 번역

Translation of the Difference展   2019_1121 ▶︎ 2020_010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한국10월문화제, 2019 젊은작가展 2019 Festive Korea, 2nd 'Korean Young Artists Series(KYA)'展

참여작가 정고요나_강현욱_김인영_정해민_윤제원

기획 / 김주옥 후원,주최 / 주홍콩한국문화원_한국10월문화제

관람시간 / 10:00am~06:00pm

주홍콩한국문화원 Korean Cultural Center in Hong Kong 6-7/F Block B, PMQ, 35 Aberdeen Street, Central, Hong Kong

본 전시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차이(差異, difference)'는 시각예술에서 살펴보았을 때에는 디지털 매체가 생긴 이래로 달라진 회화의 형식적 변화를 상기시킨다. 하지만 이를 확장하여 논의해 볼 때 좀 더 넓은 의미에서의 '차이'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인식 변화 전체를 아우른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가 발생 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조화를 통해 세계와 소통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이'가 발생시키는 대립과 충돌을 서로 다른 언어나 생각을 등가로 표현한 '번역' 행위를 통해 이해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을 예술적 방식으로 실험해 보기 위해 본 전시에서는 회화 매체를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확장된 매체적 탐구를 하는 작가 5인을 소개한다. 참여작가들은 각자가 해석한 현대미술의 매체를 아날로그-디지털, 전통 회화-현대 회화, 가상-현실 등의 형식적 차이는 물론, 이에 따라 달라지는 내용상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어떻게 차이가 번역될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 1990년대 이후 대두된 글로벌리즘과, 인터넷 네트워크의 발달은 세계 속 국가의 경계를 없애고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에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당연히 미술도 이러한 환경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개체들의 상대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 이러한 논란이 잠식될 수 있는 듯 보였지만, 여기에는 뿌리 깊은 인본주의적 주/객의 논리와 주체/타자의 구도가 잠재되어 있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구조에서 탈피하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했지만 그 뿌리는 모더니즘과 같아서, 논의의 전제가 되는 구조적 배경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전시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구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근대성'에 대한 우리의 이념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견해는 반(反, anti)근대주의이나 탈(脫, post)근대주의의 반대 개념이 아닌, '비(非, non)근대성'으로서의 새로운 인식의 패러다임을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전시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파트는 정고요나, 강현욱 작가의 '세상와 나 사이의 번역'이고 두 번째 파트는 김인영, 정해민, 윤제원 작가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번역'이다. 첫 번째 파트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차이'의 '내용적' 분석이라면 두 번째 파트에서는 '형식적' '차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각예술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차이를 설명한다. ● 첫 번째 파트에서는 사회 구조가 변화시킨 세상의 모습과 그로 인해 개개인이 받은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구조와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도 인간이지만 그것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도 인간이라는 아이러니함을 가진다. 정고요나는 SNS를 통해 개개인의 일상이 공유되는 현상을 예술적 소재로 사용한다. 특히 개인이 자신의 집과 개인 생활을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인터넷에서 생중계되는 CCTV 영상을 캔버스 위에 프로젝션한다. 이때 영상에 등장하는 움직이는 사람들 등을 캔버스위에 그린다. 그렇게 그려진 회화 작품은 결과적으로 독자적인 작품이 되기도 하지만 그 작업 과정 역시 하나의 퍼포먼스 예술이 되고 이를 "Live Cam Painting"이라 부른다. 정고요나의 작업은 현대인이 세상과 관계 맺고 있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정고요나_Live Cam Painting-Masha's real life_ 캔버스에 유채, CCTV 비디오 프로젝션_112×145.5cm_2019
정고요나_Summer Breeze_캔버스에 유채_73×100cm_2019

한편 강현욱 작가는 현대 사회와 도시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불안함을 이야기 한다. 인간이 만들어 낸 사회 구조의 힘이 강해졌을 때 그리고 그것을 만든 인간들을 되려 억누를 때 우리는 꼼짝 하지 못하고 무력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특히 실존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인간은 거대한 구조 안에 놓여 자신의 정체성이 재정립되기도 하고 신분과 직위가 결정되기도 한다. 작가는 회화, 비디오 등을 통해 다양하고 세밀한 감정을 전달한다. 특히 '언어'의 문제에 있어 사회적, 구조적, 의미적 약속이 되는 언어가 어떻게 큰 힘을 가지기도 하며 동시에 허무함을 드러내는지를 보여준다.

강현욱_In the Nighttime_캔버스에 유채_65×95cm_2019
강현욱_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_ papers translated into multiple languages through internet translator_220×300cm×11_2005

두 번째 파트에서는 전통적 회화와 현대 회화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매체적 실험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통과 현대 회화를 내용적, 형식적으로 분석한다. 캔버스와 물감이라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회화 매체는 그만의 물성과 마티에르를 가지고 있었다. 이때의 이미지를 디지털 매체로 변환했을 때 그 이미지는 최초의 이미지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김인영, 정해민, 윤제원 작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디지털 시대의 회화 이미지를 논한다. 우선 김인영은 2010년 2019년에 작업한 같은 제목의 시리즈 작품을 통해 산수화의 형식적 특징과 추상화의 제작 방식을 보여주고, 스캐노그라피(Scanography) 기법을 활용한 디지털 회화를 만들어 낸다. 전통적인 동양의 산수화에서는 풍경의 사실적 재현보다는 보는이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을 읽어내려고 유도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김인영은 매체가 바뀌어도 이미지를 보는 인식의 틀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김인영_Space-build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에나멜 페인트_150×66cm×4_2010
김인영_Space-building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족자_120×60cm×4_2019

또한 정해민 작가는 회화 속에서 매체의 가상성과 물질성을 실험한다. 과거에 자신의 회화에 등장했던 이미지들을 포토샵에서 변형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소멸된 물성없는 이미지들로 화면을 채운다. 작가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 가상의 이미지들을 조작하면서 원래 존재하던 물성이 사라지고 또 새로운 실재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정해민_2014_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_22×27.3cm_2019
정해민_Untitled_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_22×27.3cm_2019

한편 윤제원 작가는 사이버스페이스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에 대해 다룬다. 회화, 사진 이미지들은 디지털 매체로 변환되는 즉시 고유의 물성을 잃어버리고 이미지로만 기능한다. 이는 마치 현실이라는 off-line과 디지털 파일로 존재하는 on-line 세계를 왔다갔다 하며 동양/서양, 현실/가상, 내용/형식을 분석한다.

윤제원_Portrait of a Woman Wizard(feat. Butterfly Dream (胡蝶夢))_ 아르슈에 수채(냉압 356g)_130×119cm_2016
윤제원_Pixel ∙ Line ∙ Touch_ 캔버스에 혼합재료(유채, 아크릴채색, 자개, 진주가루, 젤)_91×65cm_2018

이렇게, 본 전시에서는 '차이'를 변화에 의해 생성되는 '다른점'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이 변화를 연속성으로 파악해 보고자 하였다. 첫 번째 파트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구조'는 구조주의의 언어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수도 있고 사회 구조, 그 자체의 모습을 다루고 있을 수도 있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상은 이전과 '다른' 것이기도 하지만 이전 것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구조 속 존재들은 이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 그 방법을 보여준 것이 수행적 의미의 '번역' 행위이다. 본 전시에서 주목하는 '번역'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변환시키는 것 외에도, 무엇보다 서로 다른 것을 어떻게 같은 선상에 두고 '변형(mutation)'시킬 수 있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번역은 항상 동사적 의미의 변화하는 번역으로만 존재한다. 또한 두 번째 파트에서는 이분법적으로 분리될 수 있는 개념들이 어떻게 서로 상호 호환되는지를 디지털화 된 이미지를 통해 보여준다. 두 번째 파트의 세명의 자각 모두 이러한 디지털 이미지에 대해 실험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결국 인간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기존에 우리가 지각하고 인식하고 있던 것들의 관성과 습성이 깨질 때 발생하는 혼란은 우리의 인식 안에서 '번역' 작용을 거쳐야 극복될 수 있다. 결국 '번역'은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이루려는 우리의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이 앞에서 언급한 '비(非, non)근대성'으로의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우리는 '근대'를 '새로움'으로 이해하기도 했지만 한 편 언어적 이분법으로 세상을 인식했다. 낮/밤, 선/악, 사랑/미움 등 서로 대립되는 개념들이 그 예이다. 하지만 세상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들이 짝을 이루어 존재하고 그 차이의 존재들을 인정할 때야 비로소 근대적 이분법의 세계관을 극복할 수 있다. ■ 김주옥

Vol.20191122j | 차이의 번역 Translation of the Differenc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