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라 스포라(Spora Spora)

배희경展 / Hee K. Bae / 裵喜坰 / painting   2019_1123 ▶︎ 2019_1203 / 월요일 휴관

배희경_멀리, 가까이(From Far Up to Clos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2×324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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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9_1123_토요일_05:00pm

후원 / 인천광역시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재)인천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화교역사관 갤러리 Korean-Chinese Cultural Center Gallery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 238 (항동1가 1-2번지) 한중문화관 1층 Tel. +82.(0)32.760.7860 www.hanjung.go.kr

재현의 방식을 넘어선 서사 ● 배희경은 최근 다른 전환기를 맞고 있다. 두려울 게 없는 마흔의 나이를 넘어 인생의 깊이로 접어든, 데뷔(첫 개인전)한 지 12년 차의 작가이다. 20년 전, 그로부터 8년간은 창작에 대한 호기심과 조형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이었고, 이후 10년간은 창작을 본능적으로 해야만 되는 시기를 겪었다. 그런 그가 작년 초부터 욕심을 내려놓고 내면의 갈등구조가 안정 상태로 진화하는 창작의 메커니즘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 과정의 요인이 되는 현상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하나의 단서는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삶의 영토, 다른 삶의 방식, 다른 가치를 찾아 지속적으로 이동하며, 본능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을 찾아가려는 유목적인 기질이 그의 전반적인 삶과 예술에 스며들었다는 사실이다. ● 또한, 그는 보편적인 삶을 택하지 않고, 홀로 서야만 되는 예술을 삶과 접목시키고, 얽히고설킨 복잡 미묘한 사슬을 풀고 엮는 과정에서 창작의 또 다른 해법을 찾았다. 창작의 근원이 되는 흙(사각형의 기억), 물(원형의 기억), 세월(시간의 기억)의 잠재된 기억을 자신이 태어난 이곳(한국)에서 품었고, 이를 기점으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2005-2009)에서는 내면의 창작에 몰입하는 상황에 이르다, 인도 서부 바로다(2010-현재)에서는 다양한 사람, 사회, 환경 등 외부와의 관계를 접하면서 다른 감각이 열렸다. 그렇게 지역을 달리하며 그곳에서 환경의 섭리를 습득하는 동시에 감각이 분산되는 유동적인 삶은 실질적인 필요에 의해서 구체적인 결과를 낳는다. 그러니까 그 삶은 오랫동안 지속하다 땅의 원천인'흙-물-세월'의 기억들 속에 환원되어 지금은 서서히 안착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배희경_멀리, 가까이(From Far Up to Close)_캔버스에 먹_192×324cm_2019
배희경_그녀의 이름(Her Nam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60×193.5cm_2019
배희경_부천, 작업실 창의 햇살(Bucheon, Sunshine from Window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73.5×141cm_2019
배희경_부천, 달리고자 하는 형상(Bucheon, Figure for runn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73.5×141cm_2019

『스포라 스포라(Spora Spora)』 전시는 지난 2년간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작가가 경험했던 과정들을 회화, 드로잉, 영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발생한 이주 문제나 사건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장소, 기억, 감정, 현상 등이 혼재되어 일어나는 순간을 화면으로 옮긴다. 투영된 이미지들은 작가 자신의 초상이나 이주민의 초상 및 게임 캐릭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인도 카슈미르 난민 캠프 사진 작품 등이다. 작품 이면의 삶, 작가가 유목 생활을 하며 늘 생각한 것이 '디아스포라'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삶의 스토리가 다 다른 입장 차이로 인해 수많은 간극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작가에게는 창작의 동력이 된다. 보편적인 논리일 수 있지만, 그 관계는 또 다른 상상이나 추상적인 공간을 낳는다. ● 추상 이전의 여백, 그 공간을 막연하게 그렸던 방식에서 지금은 '그리고 싶은 상황을 그린다.'는 것으로 구체화하였다. 그는 우연적인 것에 기대지 않고 시간(붓질과 인식의 흔적)과 공간(다시점의 환영)의 경험 그리고 때를 기다린 기억의 레이어들을 연결시켜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또한, 평평한 화면에 네거티브와 포지티브를 겹치게 하여 잠재된 언어의 회귀적 본능을 일으킨다. 언어와 이미지는 그려지는 과정에서 그 언어가 술회 되는 생각의 전환점들을 다시 흔들어 배열되고, 자유로이 위치시키면서 언어와 이미지는 한 몸으로 거듭나며 자연스레 그 경계를 희석시킨다.

배희경_메리골드 속 디스코이드(Discoid in Marygol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79×146.5cm_2019
배희경_디시코이드와 샤론의 쪽지(Discoid and Sharon's not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79×146.5cm_2019
배희경_보리수, 바로다(Banyan, Baroda)_디지털 프린트에 아크릴채색_100×140cm_2019

그의 작품에서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이 내용과 형식을 아우르는 색의 조형이다. 그는 색을 형(形)으로 본다. 아니 감각한다. 인터뷰하거나 실재 공간을 보며 떠올리는 상상력은 이미 색채를 바탕으로 모든 구조를 올린다. 또한, 이 색은 형을 떠내는 것에, 개념에 치중하는 것에, 이미지의 텍스트에, 공간설치를 구현하는 것에, 움직임을 설정하는 것에 집중하며 배희경만의 감각으로 끌어올려 진다. 무엇으로 규정할 수 없는 그의 색은 다양하고 미묘하며, 신기 있는 색채까지 구사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 색은 대상(공간)의 변주에 따라 감각적이고 즉흥적이며, 무의식에서 솟구치는 핏줄기처럼 마치 빛의 스펙트럼을 느끼게 하는 환상을 보여준다. ● 현대예술의 범주가 실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가들의 욕망은 계속 질주하고 있다. 그 욕망은 '관계'라는 의미 안에서 많은 것들과 얽혀있다. 그중 인간을 중심으로 둘러싼 자연, 사물, 공간 등과의 관계 미학은 예술의 현상학적인 영역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배희경 작가의 경우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람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현상, 즉 기억 저편에 싸인 복잡 미묘한 것들은 본인도 알 수 없는 미궁에서 시작된 것이다. 작가는 창작의 첫발을 내디딘 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 창작과 비평의 관계에서 작가의 욕망은 현재와 다른 미래를 생성시키려는 분열적 욕망에 부딪힌다. 사유와 경험의 지평을 넓혀, 해체된 언어들에 자기비판과 자의식의 되돌이표가 과한 욕망을 진정시킬 수 있는 처방이 된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움 안에서 또 다른 예술적 아우라를 갖는다. 그리하여, 그는 그림이 아닌 내용이 만들어 낸 힘으로 재현의 방식 넘어 서사의 깊이 빠져들고 있다. ■ 이관훈

배희경_흐려지는 작품, 보리수(Hazy painting, Banya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90cm_2019
배희경_멀리, 가까이(From Far Up to Close)_종이에 연필_50×76cm_2019

스포라 스포라(Spora Spora) ● 이 전시는 인천문화재단의 후원으로 2년간 배희경 작가가 인도와 인천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을 만나고 나누었던 대화와 시간들의 기록을 비디오, 드로잉, 회화적 매체를 사용하여 추상언어로 표현해온 것들입니다. 이 작품들은 '디아-드로잉룸(Dia-Drawingroom)'이라는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지난해 비디오와 드로잉 언어로 발표되었고, 올해 회화적 언어를 중심으로 다시금 사회적, 정치적 상황들이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만나 어떠한 추상 언어로 발현될 수 있는 지, 그리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지를 실험한 작업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Vol.20191124a | 배희경展 / Hee K. Bae / 裵喜坰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