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지 않는 사람의 노래

안규철_전명은 2인展   2019_1119 ▶︎ 2020_0105

초대일시 / 2019_1119_화요일_05:00pm

주최 / 교보문고 후원 / 교보생명_대산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8:00pm

교보아트스페이스 KYOBO ART SPACE 서울 종로구 종로 1(종로1가 1번지) 교보생명빌딩 B1 교보문고 내 Tel. +82.(0)2.397.3402 www.kyobobook.co.kr/culture/cultureClassicList.laf?serviceGb=KAS&orderClick=

『머무르지 않는 사람의 노래』는 지금은 사라져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대상'을 생각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눈을 감고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지금은 곁에 머물지 않는 사람의 노래가 들리는 것 같은 비현실적인 순간. 이번 전시는 그런 사라진 존재가 만들어내는 서사적이고 비현실적인 순간을 상상하며, 예술이란 인간에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예술의 오래된 질문도 따라갑니다. ● 13년 전 나온 어느 소설 속에서 아버지를 갑자기 잃게 된 7살 소년은, 아버지 서재에서 발견한 작은 단서들(구겨진 메모 종이들, 열쇠, 아버지가 읽던 책들)을 수집하고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남겨 놓았을 것 같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합니다. 특히 이 소년은 서재에서 발견한 낡은 '열쇠'와 꼭 맞는 자물쇠를 찾고자, 눈에 보이는 모든 자물쇠들에 열쇠를 넣어보며 매번 실망합니다. 또한 소년은 아버지가 선명한 필체로 적은 메모 속 어떤 이름을 특별하다고 결론짓고, 전화번호부에서 그 이름과 같은 사람들의 주소를 확인하여 긴 시간동안 그들 모두를 찾아갑니다. 그들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아는지 물어보지만, 어쩌면 매우 당연하게도, 그들 중 누구도 소년의 아버지를 알지 못합니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부질없고, 이미 그 실패가 예감되는 노력을 반복하는 소년은, 곁에 없는 아버지를 살아 있는 존재로서 기억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합니다. 결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감정을 느끼지만 자물쇠에 열쇠를 넣어보고, 메모 속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다니는 동안 늘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 지금은 곁에 머물지 않아 볼 수 없는 '어떤 대상'을 생각하는 것은 서사적 상상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 대상은 내가 만든 이야기의 무대 위에서 안부 인사를 건네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하늘로 날아오르거나, 리듬에 맞춰 춤을 춥니다. 이번 『머무르지 않는 사람의 노래』 전시에서 관객들은 안규철, 전명은 두 작가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어떤 경우에는 작품의 공동 창작자로 참여하여 작품과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작품들과의 감정적 전이를 통해, 지금은 사라져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대상'을 고통없이 떠올리며 위로가 될 자신만의 서사도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전명은_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 - 시계초 #3 Le repos incomplet - Passiflora #3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우드 프레임_68×51cm_2017
전명은_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 #12-1 Le repos incomplet #12-1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우드 프레임_96×64cm_2017
전명은_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 #12-2 Le repos incomplet #12-2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우드 프레임_96×64cm_2017
전명은_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 #12-3 Le repos incomplet #12-3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우드 프레임_96×64cm_2017
전명은_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 - 시계초 #2 Le repos incomplet - Passiflora #2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00×150cm_2016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한 그림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를 실제로 본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3호 크기 캔버스 200개를 이어 붙여서 그려진 이 바다 풍경화(그림은 김지영 작가가 그렸다)는 비엔날레 개막 20여일 전에 전시실에 잠시 설치되었다가 곧바로 철거되어 광주 시내 곳곳에 낱개로 버려졌기 때문이다. 보름 뒤 지역신문에 분실공고를 내서 그림을 회수하려 했지만 전시개막일까지 돌아온 것은 20여 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쓰레기더미 속에 휩쓸려 사라졌을 것이지만, 그중 일부는 누군가에 의해 수습되어 어딘가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로써 원작은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실종 상태로 남게 되었다. 전시장에 전시되어야 할 그림 대신 그림의 부재(不在)를 관객에게 대면시키는 이 계획된 사건을 통해서 나는 그 캔버스들이 80년 광주에서 사라진 사람들처럼 이 도시를 떠도는 하나의 소문이 되기를 바랐다. 사라져버린 그림을 수많은 참가자들의 손으로 복원하는 이번 작업이, 잊힌 기억을 되살리는 상징적인 이벤트가 되기를 기대한다. ■ 안규철

안규철_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_종이에 연필_546×216cm_2019_관객참여
안규철_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_종이에 연필_546×216cm_2019_관객참여
안규철_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_종이에 연필_546×216cm_2019_관객참여
안규철_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_종이에 연필_546×216cm_2019_관객참여
안규철_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_종이에 연필_546×216cm_2019_관객참여
안규철_사라지거나 돌아오거나 그 사이 어딘가에 있거나_단채널 영상_00:13:24_2012
안규철_사라지거나 돌아오거나 그 사이 어딘가에 있거나_단채널 영상_00:13:24_2012
안규철_사라지거나 돌아오거나 그 사이 어딘가에 있거나_단채널 영상_00:13:24_2012
안규철_사라지거나 돌아오거나 그 사이 어딘가에 있거나_단채널 영상_00:13:24_2012

최근 조각가에 관한 작업을 하면서, 감각의 끝이 닿는 곳에 있는 건 살아있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죽음의 편에 놓인 아버지. 그는 선반 위에 크고 작은 조각품들을 남겨 두고 갔다. 그런데 그것을 한참 들여다보니, 이상하게 어떤 생명력이 손을 내미는 듯했다. 지난겨울에는 만주지방과 오호츠크해 연안을 여행했다. 풍경은 얼어붙고 정지되고 저장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움직이기 싫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매일매일 봄이 오기만 기다리던 30년대 소설가가 떠올랐다. 약값을 벌기 위해 썼던 소설가의 글은 온통 날씨 이야기다. 소설가가 확신을 갖고 기다리던 건 고작 멀리 있는 계절뿐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봄이 되었다.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살아 있는 시간 속에서 하나는 다른 하나로 끊임없이 흘러간다. 마치 움직이지 않던 것이 움직임으로 변화하고, 하나의 포즈가 다른 포즈로 바뀌어 가는 과정처럼. 사진가의 기관은 눈이 아니라 손가락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셔터를 누르는 순간마다 사진가의 손가락은 곧바로 또 다른 순간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게 아닐까? ■ 전명은

Vol.20191125c | 머무르지 않는 사람의 노래-안규철_전명은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