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궤도 Stationary Orbit 定常軌道

김원영_김초엽_유화수_이지양展   2019_1206 ▶︎ 2019_1218

이미지 제공_이지양

초대일시 / 2019_1206_금요일_05: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팩토리 2 Factory 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창성동 127-3번지) Tel. +82.(0)2.733.4883 www.factory483.org

우리 몸이 손상을 입었을 때, 기계(기술)는 우리의 구원자처럼 여겨진다. "미래에 과학기술이 인간의 장애를 치료하고 모두가 자유로운 삶을 현실화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기술, 즉 보청기와 휠체어만으로 우리는 '정상적으로' 걷고, 듣고 말할 수 없는 것일까. 김초엽과 김원영은 올 한해 잡지 『시사IN』에 '사이보그가 되다'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했다. 우리는 이미 기계를 비롯한 타존재와 결합한 존재이며, 그런 의미에서 이미 사이보그가 아닌가. 만약 장애를 소거한 그 미래가 도래한다면, 우리의 몸은 여전히 우리의 몸인가. 사이보그란 장애를 소거한 존재가 아니라 장애를 지닌 채 여타의 존재들과 연립(聯立)한 존재는 아닌가 등의 물음을 던졌다.

정상 궤도展_팩토리 2_2019
김원영_man on the moon_퍼포먼스_00:05:40_2019
정상 궤도展_팩토리 2_2019

이지양과 유화수는 '사이보그가 되다'에서 텍스트로 제기된 물음들을 독특하게 조합된 사물과 이미지들로 재창조한다. 이 기계(사물)와 이미지에 김초엽의 글과 김원영의 몸이 다시 접속한다. 텍스트는 만들어진 기계를 통해 수화언어가 되고, 몸의 움직임이 되고, 다시 텍스트로 돌아온다. 이 전시는 특정한 궤도를 따라 도는 여러 개의 현실이다. 그 가운데 정상적인 궤도가 있을까? 매끄러운 말과 명료한 메시지, 대칭과 균형을 이룬 채 '온전한' 신체로 서 있는 단 하나의 현실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사물과, 다른 언어와, 다른 현실들에 접속한 채로, 비정상의 궤도를 비정상적인 몸으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돌고, 돌아가고, 돌아온다. ■ 김원영

김원영_green stage_퍼포먼스, 2채널 영상_00:16:46_2019_부분
이지양_figure#0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70×70cm_2019

데이지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당신은 아주 이상한 기계를 갖고 계시네요. 이 기계는 정말로 이상해요. 기계가 지금 제가 하는 말들을 글자로 바꾸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에게 그 글자들을 보여주네요. 만약 당신이 제 말에 대답한다면, 이 기계는 그것 또한 글자들로 바꾸어서 저에게 보여주겠지요. 그건 모두 엉망진창이고,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아요. 이런 것이 왜 필요한가요?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여기에는 오직 당신과 나 두 사람만 있고, 우리는 둘 다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있죠. 그러니 그냥 소리를 내어 대화를 하면 그만이지 않을까요?" ● 나는 대답했다. "우리는 적외선과 자외선을 볼 수 없지만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우주는 우리가 결코 인지하지 못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가득 차있어. 그것들은 우리의 감각 영역 밖에 있을 뿐 언제나 그곳에 실재하고 있어. 이제 이 기계의 글자들을 봐. 이 글자는 처음부터 글자였을까? 목소리가 전기 신호로 전환되고, 전기 신호가 빛으로 전환되어 이 기계에 글자들을 새겨 넣기 전까지 우리는 그것을 듣지도 보지도 못해. 그러나 이제 우리는 전환된 빛을 보고, 전환된 소리를 듣고, 전환된 감각을 느끼면서 그 모든 것을 우리가 정말로 듣고 본다고 생각하지. 만약 세상에 이미 그렇게 많은 전환들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인간의 지극히 좁은 감각 영역을 위해 작동한다면, 왜 어떤 종류의 전환만이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질까?"

유화수×이지양, 김초엽(글)_데이지의 이상한 기계_3채널 영상, 단채널 사운드, 마이크, 화분, 철, 아크릴_220×100×100cm_2019
장진석(수어통역)_데이지의 이상한 기계_00:04:56_2019_부분
이지양_figure#2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0×67.5cm_2019

데이지가 물었다. "하지만 당신과 나는 같은 현실을 공유하고 있어요. 지금 이 시간에요. 그렇잖아요? 당신은 지금 내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은가요? 내가 쓰는 말들을 볼 수 있지 않나요? 왜 기계들이 우리의 진실한 대화를 가로막도록 놔두어야 하지요?" ● 나는 대답했다. "우리의 현실이 정말로 같을까? 그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진실한 대화일까? 너는 그것을 어떻게 확신하지? 어떤 사람은 수요일에서 바닐라 냄새를 맡고, 또 어떤 사람은 남들이 결코 구분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의 빨간색을 구분하지. 우리는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의 관점을 상상하지 못하겠지. 자신의 수천 배나 되는 몸집을 가진 동물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진드기의 관점을 헤아려 볼 수도 없겠지. 평생을 살아도 우리는 타인의 현실의 결에 완전히 접속하지 못할 거야. 모든 사람이 각자의 현실의 결을 갖고 있지. 만약 그렇게, 우리가 가진 현실의 결이 모두 다르다면, 왜 그 중 어떤 현실의 결만이 우세한 것으로 여겨져야 할까?"

유화수×이지양_에메랄드 씨티_단채널 영상_가변크기_2019_부분
정상 궤도展_팩토리 2_2019
정상 궤도展_팩토리 2_2019

데이지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런 다음 데이지가 말했다. "아, 그래요. 그럼 알겠어요. 지금 이곳에는 서로 다른 현실의 결이 있고, 그것은 당신과 나의 것이군요. 그리고 이제 이 이상한 기계를 거쳐 또 하나의 현실의 결이 생겨났군요.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기계를 통해서 모두 각자의 현실의 결을 보겠군요. 그러니 이 기계는, 단지 수많은 현실의 결 중 하나일 뿐이겠군요."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저도 이 기계가 마음에 들어요." 데이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 김초엽

Vol.20191206b | 정상 궤도 Stationary Orbit 定常軌道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