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언: 시대의 언어 SI-EON: The Texts of His Time

한석경展 / HANSEOKKYUNG / 韓碩璟 / mixed media   2019_1207 ▶︎ 2019_1229 / 월,화,수요일 휴관

한석경_까치산 할아버지_영상_00:31:00_2019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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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언: 시대의 언어展 페이스북_www.facebook.com/thetextsofhistim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 문화예술공간 통 주최 / 경기문화재단 기획 / 한석진

사전예약을 통해서 관람 가능 ▶︎ 관람예약 / 문의_thetextsofhistime@gmail.com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월,화,수요일 휴관

화곡동 컨테이너 Containers in Hwagok-dong

문화예술공간 통 ArtSpace Tong www.facebook.com/ArtSpaceTONG

『시언: 시대의 언어』는 북한에 남겨진 가족을 만나고자 염원하며 살아왔던 한 실향민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 한석경은 자신의 외할아버지 박시언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기고 간 물건과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에 다가간다. 관람객은 외할아버지가 사용했던 화곡동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DMZ 민간인 통제구역 내 통일촌에 위치한 '문화예술공간 통' 갤러리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전시를 관람하게 되고 북한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 북한이라는 존재는 남한과 분리된 이데올로기적 적대감 또는 정서적 이질감을 불러 일으키는 대상이 아닌 박시언의 삶 속에서 만들어진 허구의 존재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 구조에 침식되지 않는 지극히 사적 서사에 기인하여 북한이라는 소재를 다룬 『시언: 시대의 언어』은 북한을 바라보는 다면적 시선을 드러냄으로써 한국사회에 깊숙이 내재된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반영한다. ■ 한석진

한석경_너머 01_DMZ 인근 창문수집물, 나무, 종이_가변설치_2019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할아버지의 삶(정확하게 말하면 시공간)'을 대상화하는 나의 작업만을 생각하면서 낑낑대는 스스로가 잔인하고도 어리석게 느껴졌다. 병상에 누워계시는 할아버지의 얼굴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알 수 없는 죄의식과 출처 모를 사명감 또한 일어났던 지난 날들이다.

한석경_너머 02_DMZ 인근 창문수집물, 나무, 종이_가변설치_2019

친할아버지도, 외할아버지도 모두 북한 출생으로서 남한에 내려와서 가족을 꾸리셨고, 때문에 나는 북한의 내음 아래서 성장했다. 북한 말씨를 듣고 북한 음식을 먹으면서 자라는 동안에는 나는 생각하지 못하였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젊은 현 세대들에게는 북한이란 때로는 모종의 비현실적인 존재로 느껴질만큼의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 유년시절에 친할아버지의 임종을 내가 직접 맞이하면서 무엇인가 희미해지고 있음을 느꼈고, 작년에 외할아버지를 떠나 보내드릴 때는 툭-하고 시간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가족 구성원들 대부분 '북한'의 이야기에 진절머리 낼 정도로 지쳐있었고, 더 이상의 흥미도, 앞으로의 남북간의 관계에 대한 기대도 없었다. 때문에 지난 시간만을 간절하게 쥐고 있던 할아버지의 죽음은 남은 이들에게, 그 지리멸렬했던 시간과의 이별처럼 느껴졌다.

한석경_고향_북한 흙_가변설치_2019

장례를 치른 후, 세간 살이를 정리하는 과정 중 가족 모두가 잊고 있었던 할아버지의 공간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족 모두가 한때 시간을 보냈으나, 기억에서 지워버린 그 곳. 그 곳은 화곡동 까치산 언저리의 높은 지대에 위치한 집에서 사시던 할아버지께서 불의의 사건을 겪게 된 후, 산 아래로 이사한 곳((구)화곡본동 105-6)이다. 1990년대 할아버지는 이 곳에서 생활하시면서 '사랑방'을 만들어 실향민들과 함께 모여서 유희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하시고, 이북오도청과 연을 맺으며 성실하게 자료들을 정리하고 기록하기도 하셨다. 살아계실 적 북청군민회를 할 때 사용했던 천막부터 환갑 때 실향민들에게 음식을 대접했던 주방도구들, 오래된 도자기, 북한의 물건들이 마구잡이로 뒤섞여서 그 곳에 박제되어 있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지내셨던 집에도 할아버지의 수많은 자료들-비디오, 테이프, 사진, 책-과 함께 수기로 작성하신 기록들이 한가득인데, 이 곳에도 멈춰버린 시간들이 기억 속에 묻힌 채 봉인되어 있던 것이다.

한석경_능소화_비단에 채색_지름 69.5cm_2019

굳게 맹세한 말을 뜻하는 시언(矢言)과 시국의 언론, 또는 시대를 변론하는 언론을 의미하는 시언(時言), 그리고 나의 할아버지 존함인 시언(始彦). 이렇게 여러 종류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시언' 사이에서 다시 시간의 문턱을 넘어보고자 한다. 2016년부터 '북한'이라는 지역, 그리고 지역과 절대적으로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한국 전쟁'으로 인해 발생된 여러 가지 시간적 잔해물들을 조사하고 기록하여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관련 높은 공사적 사건들이 유독 많았다. 극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남북 종전 선언이 현재까지도 이야기 되고 있으며, 통일을 염원하던 나의 할아버지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 죽음을 맞이하셨다. ● 나는 이번 『시언: 시대의 언어』를 통해 여전히 할아버지의 집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여러 종류의 것들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잊혀졌거나 멈춰버린 시간들, 끝나지 않은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화곡동에 위치한 공간에서 보고 들으려고 한다. 그리고 함께 북쪽으로 이동을 한다. 이동을 하는 동안에는 상실에 대한 경험들을 말해주는 목소리를 들으며 곁으로 지나쳐가는 풍경에 바라본다.

치열한 역사 속의 한 세대가 갔다. 그리고 그 다음 세대가, 그리고 우리의 세대가 여기에 있다. 『시언: 시대의 언어』를 통해 유약한 이 시간들이 아직 우리 곁에 있음을 다시금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한석경

Vol.20191207c | 한석경展 / HANSEOKKYUNG / 韓碩璟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