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않는 Unreachable

페리지팀프로젝트2019 PERIGEE TEAM PROJECT 2019展   2019_1213 ▶︎ 2020_0208 / 일요일,12월 31일,1월 1일,설연휴 휴관

초대일시 / 2019_1213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 손현선_오민예_천미림

관람시간 / 10:30am-06:00pm / 일요일,12월 31일,1월 1일,설연휴 휴관

페리지갤러리 PERIGEE GALLERY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18 (주)KH바텍 B1 Tel. 070.4676.7091 www.perigee.co.kr

그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그린다. 또 다른 그는 말해지지 않는 것들을 쓴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이는 드러나지 않는 이미지와 쓰이지 않는 글을 엮어 읽히지 않는 책을 만든다. 우리의 전시는 오로지 부재로부터만 증명될 수 있는 물리적인 어떤 것들에 관한 것이다. 언젠가 이제껏 한 번도 날 것 그대로를 드러낸 적이 없는 예술의 원형(原型)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원래대로라면 이는 이미지도, 텍스트도, 책도 아닌 모호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혹은 어쩌면 이미지와, 텍스트와, 책에 관하여 유일하게 목격된 사실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기에서 전시장의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모든 것이 사실은 실체 없이 존재한다는 모순된 문장을 쓴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감각되지만 보이지는 않는, 단지 하나의 텅 빈 책이다. ● 전시 『미치지않는』은 작가 손현선, 기획자 천미림, 제책가 오민예가 일 년여 간 함께 진행해온 프로젝트로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단일한 역할에 제한되지 않으면서 이미지와 텍스트로부터 확장될 수 있는 다양한 고민들을 탐구하고자 했다. 특히 서로의 작업에서 주로 다루는 대상에 관한 철학적 생각의 변주와 그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긴밀한 관계에 주목하였다. 작가와 기획자는 전시를 위해 정해진 기간 동안의 지속적인 만남과 각자의 생각들을 확인할 수 있는 주기적인 연락을 약속했다. 주된 방식은 일주일에 한 번 아이디어를 가시화한 우편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우편은 일종의 거리두기의 장치이자 동시에 이메일이나 SNS와는 다르게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대화형식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매개체였으며 그 내용 또한 메모, 사진, 스케치, 모형 등으로 다양했다. 우리는 긴 시간 주고받는 우편을 통해 서로의 관심과 작업과정, 아이디어를 엿보고 또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전 과정에 있어 제책가인 오민예가 관찰자이자 아키비스트로 함께하였다. 제책가는 작가와 기획자가 공유하는 모든 우편과 만남, 대화, 이야기들의 전부를 지켜볼 수 있었고, 우리 프로젝트의 과정들을 토대로 이로부터 전개된 자신의 생각과 해석을 책으로 제작하였다. 이때의 기록과정은 의존적이지 않으며 그 자체로 독립된 발화주체이자 창작행위로서 기능한다는 점에서 제책가는 작가와 기획자의 첫 증인이자 목격자인 동시에 최초의 관객으로서 하나의 위치를 점유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 셋은 기묘한 삼각관계를 통해 이미지-텍스트-물리적 실체 사이를 오고가는 무언가를 조율하고 또 찾아가고자 했다.

손현선_자화상(유리거울)_트레이싱지에 복사, 콜라주_2019

프로젝트팀 『미치지않는』의 처음 시작점은 '책'이었다. 이는 아주 단순한 이유로부터 출발했는데 우리 모두가 책을 사고, 읽고, 만들고, 모으는 일련의 행위들을 즐긴다는 것이었다. 특히 책이 갖는 매체성-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담고 있는 물리적 실체-라는 점은 우리에게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책은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되어 특정한 공간성과 무게, 질감, 색 등 경험적 속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전시의 형식과 무척 닮아있다. 전시란 마치 한 권의 책처럼 이미지와 텍스트가 어떠한 정해진 공간 내에서 관객에게 경험됨으로서 그 존재의 당위성을 획득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체로 전시는 종료 후 이미지와 텍스트가 함께 있는 도록 등의 책으로 응축되어 기록으로서 그 존재의 명목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렇듯 책은 우리가 표상할 수 있는 전시의 가장 적절한 은유이자 동시에 예술 내에서 각자의 역할과 그 복잡한 관계성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미치지않는』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책이라는 공통의 매개를 공유하며 나눈 지난 시간들이 전시장 안에서 물리적으로 구축된 하나의 무엇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천미림_라이팅_다양한 서체의 수기본_2019

전시에서 작가 손현선은 '드러나지 않는 면'에 대하여 탐구한다. 그는 본다는 경험이 이미지라는 하나의 대상적 물질로서 표상되는 과정에 관하여 고민한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인간의 다양한 감각과 물리적 속성들은 손현선에 의해 새로운 텍스쳐를 지닌 평면들로서 드러난다. 신체를 매개로 확인되는 일상의 평면적 이미지들은 그의 회화를 통해 그 자체로 가상이자 동시에 독립된 추상적 이미지로 재현되고 있다. 유리, 종이, 얼음, 파도, 사진, 창, 화면, 거울 등 그는 이미지의 본질을 자신만의 기획으로 재정의함으로서 우리에게 관련한 다양한 미학적 물음들을 던지고 있다. 기획자 천미림은 '말해지지 않는' 글을 쓰는 것에 집중한다. 말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타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여 쉬이 버려지거나 혹은 구조에 의해 제한되는 것, 또 그동안 여타 이유로 적극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문장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껏 기획자 천미림에게 있어 시각예술에서의 텍스트 생산은 대체로 기획을 설명하거나 작품을 해석하는 일종의 보조 담론으로서, 실질적 유용함과 지적 정보를 담보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에서 텍스트의 가장 근본적인 역할은 창조적 산물로 기능하는 것이며 모든 글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의미와 의의를 갖는다는 생각은 그에게 여전히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이론과 레퍼런스에서 잠시 벗어나 손현선과 오민예의 아이디어와 작품에 대한 가장 개인적이고 은밀한 생각과 느낌을 단편들로 제시한다. 이른바 사적이고 인상적이기에 이론가로서 말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예술에 관한 추상적 생각들을 다양한 문장들의 실험으로서 드러내고자 한다. 제책가 오민예는 작가와 기획자의 대화를 엮어 '읽히지 않는' 책을 만든다. 그는 본래 책을 구성하는 일반적인 재료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검은 종이 위에 편지를 먹지로 필사해 보이지 않도록 감추어진 책, 버려지거나 새로 묶이기 위해 해체된 책의 앞뒤 빈 페이지만으로 이루어진 진행형의 책, 투명한 필름 위에 투명한 입체적 이미지와 글을 덧씌운 책 등 읽힌다는 본질적 기능이 삭제된 책을 통해 읽는다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반문한다. 특히 마지막 책의 글과 이미지는 흰 종이 위에 색 없이 형압으로만 제작되어 손에 감각을 집중시켜 만지고, 보아야 하는 책으로 그동안 우리가 긴 시간 함께 상상했던 실체 없는 실제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지와 텍스트, 그리고 이 둘이 공존하는 책을 관통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웠던 생각들에 가능한 작은 균열의 지점을 만들고자 한다.

천미림(발신), 오민예(수신)_죽음을 기록하는 방식(2019년 8월 21일)_ 빈 종이에 양면 시그니처_2019

「PERIGEE TEAM PROJECT 2019」를 통해 만난 작가와 기획자는 하나의 '함께하는 (혹은 함께 해야만 하는) 전시'라는 다소 인위적으로 주어진 공통의 목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오랜 시간 고민하였다. 우편을 공유하는 지난하고 난해한, 그리고 꽤나 간격이 넓은 일련의 과정은 서로의 세계를 충분히 존중하며 그 경계를 조금씩 허물고 상대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가장 적절한 전략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제책가는 그 모든 과정에 있어 가장 가까운 곁을 지키며 연마와 메꿈을 통해 우리를 하나의 매끄러운 선으로 만들어주었다. 우리 셋은 삼각형의 한 꼭짓점들을 점유하고 그것이 고유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즐겁고 유쾌하게 균형을 맞추었다. 서로에게 닿거나 미칠 수 없는 자신의 자리는 때때로 자유이자 동시에 한계이기도 했다. 우리가 엮어낸 선들이 예술의 어느 부분을 얼마나 닮았는지, 혹은 어떤 것의 파편일지 나는 모른다. 지금은 적어도 그것이 오직 우리이기에 가능했던 유일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 천미림

손현선(발신), 오민예(수신)_불이 발하는 순간(2019년 6월 4일)_ 색종이에 태운 성냥, 촛농 기름, 촛불 그을림_2019

One portrays the invisible while the other writes the unspoken. Another who keeps an eye on them makes an illegible book through a compilation of unexposed images and unwritten writings. Our exhibition is concerned with something physical that can be evidenced only by absence. There is a rumor about how the original form of art has never unmasked its raw state. It is a narrative on something ambiguous that is neither an image, text, nor a book. Perhaps it is a story about only witnessed facts vis-à-vis these things. I make a contradictory comment that anything that takes up physical space in a venue exists without their substance. We try to give rise to an empty book that we can feel but that is invisible. ● The exhibition Unreachable was born from a project that has been carried out for a year by artist Son Hyunseon, curator Cheon Meerim, and bookbinder Oh Meen Yea. We tried to explore a wide range of concerns that could expand from image and text without restricting our role to a single area. In particular, we focused on variations in our philosophical thoughts concerning the objects we primarily addressed and their close relationships. The artist and the curator stayed in contact in order to ensure their own respective ideas would be met in a given period of time. Their primary method involved exchanging mail that would visualize each of their ideas once a week. Mail is a medium of great significance since it is a tool used to keep a degree of distance and is also a form of conversation with a physical aspect unlike email and social networking sites. A variety of content such as memos, photographs, sketches, and scale models can be conveyed via mail. We can catch a glimpse of each person's concerns, ideas, and working process through mail that has been exchanged over a long period of time. Bookbinder Oh Meen Yea partook in the whole process as an observer-cum-archivist. The bookbinder was able to keep an eye on every piece of mail and every meeting, conversation, and narrative exchanged between the artist and the curator. She also presented her own ideas and interpretations in a book based on the project's work process. The bookbinder took up the role of a witness and was the first spectator of what the artist and the curator acted out. The documentation process was not dependent and functioned as a stand-alone utterance and creative act. In this project we intended to adjust and explore things among an image-text-physical entity which forges an uncanny triangular relationship. ● The departure point of Unreachable was "the book". The exhibition was triggered by the simple idea that we all enjoy buying, reading, making, and collecting books. The mediality of a book—a physical entity that contains text displayed alongside images—was quite impressive to us. A book is akin to an exhibition in that it is a medium that combines images with text and has empirical traits such as spatiality, weight, texture, and color. Much like a book, an exhibition gains the appropriateness of its existence when images and writings are experienced by viewers in a certain space. The exhibition by and large continues its existence as a record and is condensed into a catalog with images and writings after its termination. As such, a book can either be a metaphor for an exhibition that we present or a symbol of each one's role and their intricate relationship in the arts. We try to find the possibility in which time exists as something physically built up in the venue through the common medium of the book in Unreachable. ● In the exhibition artist Son Hyunseon searches for "unmasked aspects". She deals with the process in which the experience of seeing is represented by the objective material of an image. Son reveals humanity's diverse senses and physical attributes as a flat surface with a new texture. Quotidian two-dimensional images are represented through the medium of the body as both imaginary and freestanding abstract images. She poses a wide array of aesthetic questions while defining the nature of such images as glass, paper, ice, waves, photographs, windows, and mirrors in her own fashion. Curator Cheon Meerim focuses primarily on writing a piece of unspoken writing. Unspoken here refers to that which has been abandoned without drawing attention from others, that which has been restricted by a structure, and that which is not addressed in earnest due to a number of reasons. To curator Cheon, producing text is an act to ensure substantial usefulness and cerebral information as an ancillary discourse to give an account of her curating and interpret artworks. Nevertheless, the idea that all text in art works as a creative product and every piece of writing has its own stand-alone significance and implication is still important to Cheon. In this context she displays her private, clandestine feelings and thoughts on Son Hyunseon and Oh Meen Yea's ideas and works, departing from her own theories and references for the time being. She intends to reveal her abstract ideas on art through her experiments with sentences. So far, her ideas have had no opportunity to be expressed due to their private and impressive nature. Bookbinder Oh Meen Yea makes "an illegible book" by compiling conversations between the artist and the curator. She tries to enable viewers to draw out a new sensation by intentionally excluding the general materials that are used to form books. In return, she asks a question regarding what the act of reading means through books whose elemental function (to be read by someone) has been removed. Examples include a book in which a letter has been transcribed on carbon paper, a book consisting of only empty pages taken from abandoned and deconstructed books, and a book in which transparent three-dimensional images and writings are overlapped with transparent films. The writings and images in the last book produced only by tooling can be felt when viewers concentrate on their hands and their sense of touch. This book documents the unsubstantial entity we have been picturing for a long time. We try to create a fissure in the ideas viewers take for granted, thereby moving beyond the images, text, and books in which the two elements coexist. ● The artist and the curator who met through the opportunity to be part of the Perigee Team Project 2019 have been concerned about how to tackle the somewhat artificially given common goal of "an exhibition to be shared together." The extremely difficult process of regularly corresponding through mail is thought of as the most appropriate strategy to respect each artistic vision and understand the other deeply, blurring the boundaries between them. And, the bookbinder brought us to one smooth line by polishing and filling in every process. We three form a triangle, occupying each vertex. We are in harmony with one another, maintaining an intrinsic form. Each place nobody can touch or reach is at times a metaphor for both freedom and restriction. We do not know what part of the arts the lines we have woven resemble. We must say that this is the only thing which was possible for us to do. ■ Cheon Meerim

Vol.20191213c | 미치지않는 Unreachable-페리지팀프로젝트2019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