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위치 ∥

김경한展 / KIMKYUNGHAN / 金勁翰 / painting   2019_1223 ▶︎ 2019_1231

김경한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25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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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 홈페이지_www.hansikim.com

초대일시 / 2019_1223_월요일_05:00pm

후원 / 울산광역시_울산문화재단 주최,기획 / 김경한

관람시간 / 09:00am~06:00pm

중구문화의전당 Junggu arts center 울산 중구 종가로 405 Tel. +82.(0)52.290.4000 artscenter.junggu.ulsan.kr

김경한 작가의 회화 연구는 집요하다. 추상화라는 장르와 관계의 위치라는 주제로 벌써 3번째 전시를 열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가장 기본적인 그림 요소인 면, 선, 색채, 비정형화된 형태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각적 볼거리로 제공한다. 이 구체적이고 명료한 방향성은 한 번도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더욱 견고해졌으며, 나아가 조형언어의 본질과 세계의 근원 그리고 극도로 절제된 작가적 성찰을 통해서 확장된 작업 내용을 전달하려한다.

김경한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25cm_2019

올 초 작가는 같은 전시명으로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대부분 규모가 큰 대작들로 시원시원한 전시장 풍경을 만들어주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주로 소품을 활용해 공간을 디자인할 계획이다. 사실 큼직한 화면만을 그려오던 작가에게는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하얀 캔버스를 마주한다면 한 번쯤은 그 막막함과 맞닥뜨리게 된다. 크기에 상관없이 하나의 그림면을 구성해야 하는 것은 어느 작가나 부담이 되는 일이다. 그 압박감과 투쟁의 결과가 대부분 전시의 성패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작가는 제법 치열했던 것 같다. 한정적인 환경과 제한적인 움직임을 견디고 전에 없던 단단함이 화면에서 드러났다.

김경한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25cm_2019
김경한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25cm_2019

이전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자유롭고 때론 거칠게 나타났던 표현들은 줄어들고 꼼꼼하게 쌓아올린 물감 층들, 묵직하게 다져진 붓질과 그 사이에서 우연적으로 형성된 형태들이 작은 면적을 밀도 있게 채우고 있었다. 작업 태도에는 변함이 없지만 방식에서는 새로운 접근이다. 이러한 시도는 꽤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가시적 변화 외에 무엇보다 같은 소재를 파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주관에 함몰되기도 할 텐데, 작가는 자신과 작업을 애써 객관화하여 좀 더 나은 흐름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한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25cm_2019
김경한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25cm_2019

이로 인해 눈에 띄는 점은 입체성인데, 화면 내 생성된 공간감뿐만 아니라 조형언어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몇 가지의 물감이 한꺼번에 묻어 자연스럽게 질감이 생겼던 단색 면은 중간색으로 채색돼 크기가 느껴지게 되었고, 날카롭게 구획되었던 구성들은 곡선과 작은 터치들이 전체적으로 흩어져 부드러운 구도로 변화되어 다양한 층위를 만들었다. 금방이라도 분출될 것만 같은 응축된 에너지를 내재한 조형적 요소들이 더욱 긴밀한 관계를 이루어 깊이 있는 공간적 부피를 획득한 것이다.

김경한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25cm_2019
김경한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25cm_2019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매 전시회마다 등장했던 가는 선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가는 좁고 굵은 선들을 곳곳에 그려 넣거나, 처음 발랐던 색들이 묻히지 않게 면과 면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만나게 하고 그 사이에 미묘하게 드러나는 선들을 살린다. 이는 작업의 과정이자 시간의 흔적을 말하며,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이다. 한 가지 더 놓칠 수 없는 것은 색채이다. 다채로운 색감들이 공간을 압도하는데, 바실리 칸딘스키가 색채가 인간의 심적 자극을 불러일으켜 미적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듯, 작가의 감각적인 색감과의 교감을 통해 감상의 즐거움을 찾아도 좋을 듯하다.

김경한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25cm_2019
김경한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25cm_2019

지금까지 이전 전시에서 진전된 형식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쯤에서 상기해야 할 것은 작업의 본질이자 전시명인 관계의 위치이다. 회화 언어들의 유기적 배열에서 각자의 존재성을 부각시키려는 작가의 중요한 의지는 화면 안 공간에 항상 녹아있으며, 변화 요인들로 더 확고해졌다. 형태들이 서로 조합되면서 본래의 위치나 인상은 바뀌지만 핵심은 그대로라고 했던, 칸딘스키의 설명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 허금선

Vol.20191223d | 김경한展 / KIMKYUNGHAN / 金勁翰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