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환상곡

이승연展 / LEESEUNGYOUN / 李承娟 / installation.film   2020_0106 ▶︎ 2020_0131 / 일요일 휴관

이승연_루마니아에서 본 비잔틴 환상_타피스트리 시리즈_180×229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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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0_0106_월요일_05:00pm

후원 / 수림문화재단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일요일 휴관

수림아트센터 SOORIM ART CENTER 서울 동대문구 홍릉로 118 B1 김희수 기념 수림아트센터 아트갤러리 Tel. +82.(0)2.962.7911 www.soorimcf.or.kr

이방인 예술가, 신세계를 만나다-『신세계 환상곡』은 21세기 나와 당신,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이다. 환상은 무의미한 몽환 아닌 길을 찾아가는 지도이다. ● 『신세계 환상곡』은 이방인이자 예술가로서 내가 다다른 신세계를 거닐며 보고 느낀 기록이다. 어떤 형식의 제약도 없이 온갖 상상을 자유롭게 펼쳐 놓았다는 점에서 내 작업은 낭만적인 환상곡(幻想 曲)과 비슷하다. 내가 다다른 그곳은 그저 대서양이 아니라, 그저 사하라가 아니라, 그저 말레이반도 최남단이 아니라 그저 세르비아나 보스니아가 아니라 내가 처음 만난,이방인예술가가 전혀알지 못했던 경이로운 '지구'란 신세계다. 지난 몇 년의 여정을 통해 난생 처음 지구에 대해 생각했다. 난생 처음 거대한 자연 속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새삼 지구가 이런 곳이구나 알게 됐다. 「신세계 환상곡」 작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승연_검푸른 유럽과 황토빛 아시아의 랑데뷰_카페트에 나염_132×524cm_2020
이승연_ 유럽대륙의 끝 호카곷과 아시아 대륙의 끝 탄중피아이에서 본 환상_ 카페트에 나염, 단채널 영상(2점)_가변설치_2020

지난 몇 년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들었던 내 여정은 끊임없이 국경을 넘는 '월경'의 시간이었다. 때로는 지리적 국경, 때로는 문명과 종교의 국경을 넘었다. 나는 종종 탐정인 양 낯선 세상과 생경한 이들을 정탐했다. 때로는 심리학자인 양 이들의 존재를 살폈고, 때로는 인류학자 또는 지리학자인 양 지구와 인류의 흔적을 좇았 다. 이국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들의 정체성은 어디 서 오는지 알고 싶었다. 낯선 신세계를 거닐며 나는 종종 이런저런 환상에 빠져들었다. 꿈 속에서 포르투갈 북대서양은 수평선 아닌 수평면을 가졌다. 북아 프리카 사하라에선 사막 아닌 바다, 우주 그리고 보들보들한 아기 엉덩이를 보았다. 루마니아 카르파티아산맥에선 구름 타고 날아 오는 비잔틴 스타일 천사들과 우스꽝스럽지만 아슬아슬하고 애처 로운 드라큘라,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선 헤아릴 수 없는 백색 무덤 위를 말 타고 달리는 천진난만한 소녀를 보았다.

이승연_아시아 식민의 추억_카페트에 나염_132×524cm, 가변설치_2020

불교에서는 실체가 없는 형상을 '환상(幻相)'이라고 하지만 내가 본 환상의 실체가"없다"고 간단히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이 누구나 자기만의 환상속에 산다고 하면 이것만으로 환상은 실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승연_저마다의 발칸 랩소디_카페트에 나염, 단채널 영상_가변설치_2020

「신세계 환상곡」은 지리와 문명의 경계를 넘나들며 마주한 신세계의 환상인 동시에 이방인 예술가로서 내가 몰 랐던 신세계에 사는 당신은 누구이고, 궁극적으로 당신 맞은 편에 서있는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탐색이다. 예술가로서 가장 아름답 고 다층적이며 오래된 질문 또는 주제는'나는 누구인가? 당신은 누구인가? 결국 우리는 누구인가? 하는 의문 아닐까?

이승연_탐파산의 비잔틴 환상_태피스트리_229×180cm_2020
이승연_노에미, 당신은 누구?_태피스트리_229×180cm_2020

신세계에 대한 나의 환상은 엉뚱하게도 지구 바깥 외계의 존재까 지 끌어들인다. 외계인이란 정체성 또한 과거에서 비롯된다. 21 세기 나의 환상을 현대문명인 디지털 영상뿐만 아니라 과거 유산 인 태피스트리(tapestry)에 짜 넣은 이유다. 내게 태피스트리는 과거의 아름다운 문명을 상징하는 미디엄이다. 날실과 씨실을 꿰 매 가며 여러 이미지를 조합해 그림을 그려가는 태피스트리 방식 은 내 작업 방식과 비슷하다. 색실을 쓰진 않지만, 개별적으로 작 은 그림을 그려 하나의 커다란 그림으로 조합해간다. 더욱이 태피 스트리는 끝없이 뽑아낼 수 있잖은가!

이승연_메롱 멋진 신세계_카페트에 나염_200×300cm_2019

「신세계 환상곡」은 이번 전시로 완결되는 작업이 아니다. '아라 비안나이트'처럼 현실 세계와 가공의 세계가 뒤섞여 계속 이어질 나의 천일 야화인 셈이다. 나는 셰에라자드, 당신은 샤리아 왕, 하 지만 나를 해치려는 왕이 아니라 신세계에 대한 욕망을 가진 왕이다. 아, 또 다른 점이 있다. 나의 천일야화는 내가 사는 지구를 벗 어나 우주에까지 이른다. 당신은 궁금하지 않나? 우리가 사는 지 구 바깥세상이. 외계인 세계를 그린 태피스트리는 단지 외계인뿐 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닮은 존재의 탐욕을 극단적으로 상상했다는 점에서 미래를 여행하고 그린 그림이다. 관람객은 보통 사람 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신세계의 이곳저곳을 지나 마침내 출구 앞 에서 외계인을 만난다.

이승연_당신은 누군가의 꼭두_철_높이 120cm×10_2019
이승연_신세계 환상곡展_수림아트센터_2020

나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의 신화를 그려내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이번 전시에선 천개의 이야기 중 겨우 몇개의 이야기를 끄집어 냈을 뿐이다. 신세계 월경이란 내 꿈 속 세상이 당신앞에 펼쳐진다.당신은 아직 보지 못한, 장대한 신세계다. ■ 이승연

Vol.20200106d | 이승연展 / LEESEUNGYOUN / 李承娟 / installation.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