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문의 장식 three decorations for the doors

김지민_박세준_ LB project展   2020_0131 ▶ 2020_0213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20_0131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내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3길 3(내일신문) B2 Tel. +82.(0)2.391.5458

공간을 닫아 둔 평평한 문 앞에 선다. 문의 바깥면에는 그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이 그림자처럼 어려 환한 무늬를 만든다. 환대의 손짓이나 작은 단서와도 같이, 공간의 얼개가 문의 표면을 장식한다. 그리하여 문에 일렁이는 장식이 단지 문을 치장할 뿐이 아닐 때, 문이 가둔 공간을 보기 위해 마주하게 되는 의미의 가장 얇은 표면일 때, 그 때에 그 장식의 결을 지극히 생각하는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 함께 놓인다. ● 이번 전시 '세 가지 문의 장식'에서 세 명의 작가 김지민, LB project, 박세준은 화면을 평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표현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각자가 유심히 바라보는 서로 다른 공간의 모습을 제시한다.

김지민_안개 밤_종이에 아크릴채색_65×100cm_2019
김지민_안개 밤_종이에 아크릴채색_35×27.5cm_2020

김지민은 일상적으로 스치는 원경에 시선을 둔다. 장소적 특색이 분명한 곳 보다는 어디에나 비슷하게 있을 법한, 몇 그루의 가로수와 규격화된 가로등과 신호등, 익숙한 모양의 산능선과 도로가 한데 놓여 만드는 허전하고 심심한 풍경을 그린다. 특별히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주변부에 가만히 놓였다 조용히 사라지는 것들에 느끼는 쓸쓸함과, 그럼에도 이러한 요소들이 어느 시점에서 하나의 장면으로 온전한 균형을 이루는 양 반짝일 때의 반가움 사이에 김지민의 작업이 놓인다. 가늘고 섬세한 선을 긋고, 겹겹이 엷은 색을 쌓는 표현으로 대상을 애도하거나 기념하듯 공들여 옮기며, 애정을 느끼는 대상을 먼 곳에 시선을 두듯 바라볼 때의 정서를 그림에 담는다.

LB project_'Ohana LBP3030-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0×30cm_2020
LB project_'Ohana LBP3030-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0×30cm_2020

LB project는 보다 가깝고 친밀한 공간, 자신의 가족에게 울타리가 되어주는 집의 내부를 바라본다. 아이의 장난감과 동화책, 카펫이나 러그, 화분과 작은 소품들이 알록달록 흩어져 있는 집 안의 풍경을 그리며 작가는 이것이 소중한 일상을 간직하기 위함이며, 또한 훗날 아이가 지금을 추억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 밝힌다. 함께 고르고 선택한, 서로의 손길이 닿아 친숙한 사물들이 만드는 공간의 분위기에,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는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는다. 소소하고 따뜻한 시간의 부푼 느낌처럼, 화면 속 사물들은 제각기 달라진 크기로 빙그르 섞여 포근한 느낌의 화면을 만든다. 지나감을 미리 안타까워하게 할 만큼 소중한 시간의 가운데서, LB project는 추억과 기억의 바탕이 될 공간의 지금을 무늬로 기록한다.

박세준_감정의 질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0×30cm_2019
박세준_상흔과 암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50cm_2020

박세준은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려, 자신의 감정과 심리 그리고 꿈의 이야기를 탐구한다. 순간순간의 감정이나 신체에 느껴지는 감각을 추상적인 패턴으로 표현하고, 간밤에 꾼 꿈의 내용과 이미지를 기록하는 것을 통해 작가는 우울과 불안감으로 나타나는 자신의 심리적 취약성을 극복하려 시도한다. 감정의 추상적 패턴들과 무의식으로부터 길어낸 트라우마와 생명력의 상징들을 하나의 화면에 엮어 중첩시키고, 이를 확인해 가는 과정에서 그 관계의 변화를 살피며, 나아가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한 심리적 외상이 집단적 트라우마와는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박세준이 보여주는 다층의 레이어가 서로의 꼬리를 물며 불화하듯 조우하는 화면은, 자신의 연약하고 취약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기억과 경험을 더듬고 감정과 무의식을 추적해가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한다. ● 이처럼 세 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거리의 공간을 바라보고 이를 그림으로 남긴다. 대상의 윤곽을 옮기고, 면면이 나뉜 부분을 점이나 선, 얼룩으로 채우며, 레이어를 중첩시키거나 맞물리게 하여 얕고 평평한 화면을 만들어 낸다. 각자의 마음에 반복해서 떠오르는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로 인해, 이들은 자신이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그림을 그린다. 무심히 바라본 먼 풍경으로, 자신이 속한 친밀한 장소로, 어둑히 보이는 내면의 공간으로, 말과 서사를 삼키며 모양과 색깔과 배열로 남은 세 가지 기록들을 이번 전시에서 마주한다. ■ 김지민

Vol.20200131b | 세 가지 문의 장식 three decorations for the door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