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죽음, 시끄러운 천국

이피展 / LEEFI / 李徽 / mixed media   2020_0131 ▶︎ 2020_0301

이피_명랑한 죽음, 시끄러운 천국展_63 아트 미술관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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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63 아트 미술관 59회 MINI exhibition

주최 / 한화호텔앤드리조트(주)

입장료 / 어른 13,000원 / 청소년(만13~18세) 12,000원 어린이(36개월~만12세 이하) 11,000원

관람시간 / 10:00am~10:00pm / 입장마감_09:30pm

63 아트 미술관 63 ART MUSEUM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0번지 63빌딩 60층 Tel. +82.(0)2.789.5663 www.63art.co.kr

이피 작가는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을 드로잉 하면서 작업을 시작한다. 일기처럼 매일 그려지는 작가의 드로잉은 드로잉을 너머 캔버스와 설치 작업으로 확장된다. 일상적인 매일의 드로잉이 축적되고 작가의 상상과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작업들은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사회적인 시스템이나 분위기 속에서 느낀 감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면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작가만의 조형언어로 전달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들은 수년간 고려 불화를 배워 다져진 테크닉으로 발산되는 간결하지만 강렬한 선과 화려한 색의 표현으로 시선을 사로 잡고, 다양하게 표현된 형상들이 금분이라는 재료를 만나 더욱 선명한 조형적인 특징을 갖는다. 또한 이피의 시적이고 독특한 작품의 제목들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독창적인 특징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할머니의 죽음을 마주하며 그로 인해 작가가 겪게 되는 청각적인 현상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표현한 새로운 작업들을 확인할 수 있다. ■ 63 아트 미술관

이피_명랑한 죽음, 시끄러운 천국_ 장지에 먹, 금분, 색연필, 수채_126×191cm_2019
이피_나의 뇌 어항 속 물고기 화석_ 장지에 먹, 금분, 색연필, 수채_29.7×21cm_2019
이피_누가 벗어 놓았나, 강 밑 바닥 신발_ 장지에 먹, 금분, 색연필, 수채_21×60cm_2019

공감각으로서의 소통은 단일 감각으로서의 소통보다 크고 광대하다. 미술 작가여서 그런지, 나는 주로 청각적 영역이 시각적 영역과 결합하려 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나에게 소리가 다가왔을 때, 나는 청각적 신경 계통의 직접적인 반응 외에 시각적 계통의 신경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느낀다. 이 신경계의 반응은 실제 감각적 경험과는 상관없는 어떤 연상 작용일 수도 있겠다. ● 최근 외할머니와의 사별 후 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에 가까운 증상들을 겪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소리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었다. 이후 '청능사'라는 직업 군이 있다는 것, 그들의 치료는 잇몸에 맞춘 틀니처럼 귓구멍에 맞는 마개를 만들어 소리를 차단해 준다는 것, 그러나 세상의 모든 소리는 그 무엇에 의해서도 다 차단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증후군을 회화에 밀착시켜, 할머니의 부재에 주파수를 맞추고 들려오는 모든 소리를 색채 감각으로 환원했다. 그리고 25개의 관악대(brass band)가 아닌 25개의 관(棺)악대(coffin band)를 그렸다.

이피_20190425_종이에 펜_23.5×29.1cm_2019
이피_20190717_종이에 펜_29.1×23.5cm_2019
이피_20190924_종이에 펜_29.1×23.5cm_2019

나는 이번 그림을 그리는 동안 청각적 자극이 편집을 거치지 않고 몰려오는 현상, 이 현상이 육체적 감각과 감정을 거쳐 시각이나 색채로 환원되는 색채 공감각, 혹은 색청(colored hearing)을 지독하게 느꼈는데, 나의 감각적 경험들이 어떤 작용을 하건 간에 최후에 안착되는 곳이 색채와 형상인 것에 놀랐다. 그래서 감각의 받아쓰기를 하듯 색채를 받아썼고, 어떤 소리가 어떤 색을 불러오는가에 대해 느끼려고 애썼다. ● 사실 청각적 경험은 이미지를 동반하지 않는다. 우리의 감각 중에 청각만큼 비구상적이며 시간적이고 비물질적인 것도 없다. 그러나 청각은 공감각적인 작용을 통해 이미지로 구체화되는 예가 많다. 나는 사랑하는 할머니라는 매체를 통해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일어났던 개인적 기억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청각의 육체화, 시각화, 색채화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의 감각이 '사라진 할머니'라는 매체를 통과하자 죽음은 알록달록해졌고, 명랑해졌으며 할머니의 반짇고리처럼 다채로워졌다. 할머니와 내가 쇤뵈르크와 칸딘스키는 아니지만, 할머니가 부재하는 무조의 음악과 할머니와 내가 존재했던 기억의 소리들은 하나의 매체가 되어 나의 색채들을 이끌어냈다.

이피_명랑한 죽음, 시끄러운 천국展_63 아트 미술관_2020
이피_명랑한 죽음, 시끄러운 천국展_63 아트 미술관_2020

할머니는 죽음으로서 광대한 나의 매체가 되었다. 다른 한쪽이 발전하면 다른 한 쪽을 구속하고, 마취하는 현대적이고 기술적인 매체들과 달리, 우리는 '부재'라는 투명한 인터페이스를 사이에 두고 상호 작용하게 되었다. 할머니 매체에 의해 나는 부재에 폐쇄적이지 않은, 부재와의 공유의 경험 속에서 이 감각의 영역을 저 감각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험의 시간들이 아마 나라는 인간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 '할머니 매체와의 공감각적 청취와 시각적 전이' 라는 이 그림을 통해 부재와의 생생한 '몸적 소통'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뿐만 아니라 부재와의 소통도 생생한 미술 행위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 이피

Vol.20200131d | 이피展 / LEEFI / 李徽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