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호흡_산사경(山寺景)

김은정展 / KIMEUNJEONG / 金殷貞 / painting   2020_0207 ▶︎ 2020_0217

김은정_고성 옥천사 연대암 지장시왕도 모사도_견본채색_176.5×149.1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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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0_0208_토요일_04:00pm

후원 / 갤러리 한옥 주최,기획 / 김은정

관람시간 / 11:00am~05:30pm

갤러리 한옥 GALLERY HANOK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4(가회동 30-10번지) Tel. +82.(0)2.3673.3426 galleryhanok.blog.me www.facebook.com/galleryHANOK

느린 호흡-산사경 ● 느린 호흡_산사경, 김은정의 첫 번째 개인전인 이 전시에는 임모작(臨摸作) 5점이 출품된다. 현대시각예술에서 모방은 표절과 유사한 의미로 분류된다. 작가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전통회화를 전공한 김은정은 고(古)에 대한 원론적인 중요함를 선택했다. 동아시아 예술에서 고는 절대성, 불변성, 원형성을 말한다. 때문에 그림을 배우는 방법으로 법고(法古), 의고(擬古), 방고(倣古)라는 형식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형태만이 아닌 고인의 정신과 명맥을 이해할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단순하게 모방을 넘어서는 이야기로 새로운 것이 담길 전제조건에 해당한다. 결국 '제대로 된 품격 높은 좋은 그림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그릴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이 담겨있는 임모와 법고에서 '무엇을 창의적으로 그릴 것인가'라는 다음 단계가 이미 내포되어 있다는 뜻이다.

김은정_화담당 경화 진영 모사도_견본채색_110×77cm_2020

김은정이 임모한 작품 중 단연 의미있는 것은 「고성 옥천사 연대암 지장시왕도(固城 玉泉寺 蓮臺庵 地藏十王圖)」다. 조선 후기에 조성된 불화로 세부적인 표현기법이 뛰어난 수준 높은 작품이다. 지옥에 떨어진 중생까지도 모두 구제한 뒤에 성불하겠다고 하는 지장보살과 사후 세계인 명부를 관장하며 죽은 자의 극락행과 지옥행을 심판하는 시왕들의 장면을 표현한 불화다. 작가는 이 작품의 실제 크기가 유사한 크기로 임모하며 훼손된 부분을 복원치 않고 현존 그대로 임했다. 여러 화승이 그린 작품을 혼자 방한다는 것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법주사 연담당 세홍 진영 모사도」, 「화담당 경화 진영 모사도」, 「봉정사 고승삼존도」 등의 임모작업은 단순한 시간을 넘어 노동에 가까운 작업으로 초학자인 작가에게 수양과 같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했을 것이다. 빠르고 효율을 따지는 지금(今)에 옛(古) 것을 본받는 이에게 앞서 얘기한 형태를 넘어선 정신과 명맥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김은정_만수산 무량사_견본채색_30×30cm_2020
김은정_속리산 법주사_견본채색_30×30cm_2020
김은정_여행의 시작_견본채색_29.5×29.5cm_2020

유독 산사의 임모작이 많은 이유를 작가에게 물었다. 현대를 사는 청년이 전통을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때론 몸은 바쁘게, 생각은 느리게 움직여야 가능한 일들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느린 생각은 저절로 얻기 힘든 일이다. 산사를 찾는 동안 저절로 얻어졌던 느린 호흡, 그 숨에서 작가는 세상의 계산법과 다른 옛사람의 그것을 배울 준비의 호흡을 찾았다. 법주사와 정림사지를 그린 그림 속에 등장한 인물은 그런 본인의 모습이 반영된 소경인물풍경화(小景人物風景畵)로 보인다. 「속리산 법주사」, 「정림사지」, 「여행의 시작」 등이런 류의 작품들은 전시 주제인 느린호흡_산사경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옛법을 익혀(法古) 현대조형언어로 말하고자 한(創新)의 작품들로 읽어야 한다.

전통의 가치와 현대로의 계승이 유연하지 않는 오늘의 환경에서 김은정은 첫 번째 개인전의 출품작 선택을 앞두고 그림을 그렸던 첫 마음을 떠올렸다. 전통이 좋아 선택한 전공과 치열했던 학습 과정 그리고 청년다운 고민의 시간들을 말이다. 대학과 대학원 시절 답사갔던 30여개의 사찰과 그 산사의 풍경에서 편안함을 찾았던 마음은 오늘 작가가 옛것을 포기하지도, 새로운 것을 단념하게도 하지 않을 깊은 숨 고르기의 시간이 되었다. ■ 김최은영

Vol.20200207d | 김은정展 / KIMEUNJEONG / 金殷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