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展, 박물관 박물지

한정애展 / HANJUNGAE / 韓貞愛 / photography   2020_0225 ▶ 2020_0308 / 월요일 휴관

한정애_강원 강릉 참소리 축음기박물관, 강릉_피그먼트 프린트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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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0_022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사진위주 류가헌 Mainly Photograph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청운동 113-3번지) Tel. +82.(0)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공룡궁전보석돼지파크나비 박물관 - 한정애의 신(新)박물관 박물지 ● 우리에게 익숙한 박물관(博物館)이라는 용어는 영어의 뮤지엄(museum)을 한자어로 번역한 것이다. 뮤지엄의 어원을 좇아가면 고대 도시 델포이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 '리바디아'에 이른다. 그곳에는 망각을 상징하는 '레테Lethe'와 기억을 상징하는 '므네모시네Mnemosyne'의 샘물이 함께 흘렀다고 한다. 망각과 기억은 애초에 한 몸인 셈이다.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와 하늘의 신 '제우스' 사이에 아홉 자매가 태어나는데 바로 '무사이Mousai'이고, 이들이 사는 집인 무사이온(Mousaion, 영어로 '뮤즈 Muse')이 바로 '뮤지엄Museum'의 원형이다. 예술의 신, 뮤즈가 거하는 신성한 성소(聖所)를 뜻하는 뮤지엄과 온갖 진귀한 사물들의 처소를 뜻하는 '박물관(博物館)은 다소 동떨어진 의미장을 갖지만 궁극에는 선인들의 자취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상통한다. 망각을 살려내고 기억을 선명하게 불러일으켜 현재의 삶을 풍요롭게 돕는 장소가 뮤지엄-박물관(미술관)인 것이다. 기원은 그렇지만 현대의 박물관은 자본주의의 성전처럼 쇼핑몰에 가깝다. 스펙타클화 되어가는 전시 형태는 소비를 유도하는 문화산업의 일부가 된 듯하다. 미술관들은 이제 예술보다 스펙타클을 보여주는 장소가 되고 있다. 모든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미술관을 짓고 국제적인 미술행사를 유치하고 시장경제와 공모하는 등 백화점이 되어가는 미술관을 목도하게 된다. 전시장의 시작과 끝이 뮤지엄 샵이나 카페, 레스토랑으로 동선이 연결되거나 전시작(진품)을 모조한 아트상품들이 대량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다. 시각적, 물질적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입장료를 지불한 모든 이에게 미술관은 문턱을 낮춰 활짝 열린 공간이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뮤즈들의 신성한 처소인 뮤지엄과 세상 모든 사물들이 시끄럽게 진열된 박물관의 결합이 현대의 미술관이 된 셈이다. 그러나 미술관이 아무리 모두에게 열린 평등한 장소임을 자처해도 미술관에서의 경험은 모순이 있다. 일반 대중들이 쉽게 소비하기엔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있기 때문이다.

한정애_신박물관 박물관아프리카 박물관, 제주_피그먼트 프린트_2019
한정애_신박물관 박물지, 달동네 박물관 경남 경주_피그먼트 프린트_2019
한정애_신박물관 박물지, 생명과학박물관 서울 양천_피그먼트 프린트_2019

기억의 집 - 박물관 ● 그에 비해 한정애가 사진으로 수집(촬영)한 우리의 박물관들은 작고 귀엽고 아담하여 누구나 들어가서 박물들을 쉽게 영접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정애는 대한민국 곳곳의 소위 '박물관' 간판을 단 건물들을 수집하듯이 촬영했다. 건물의 정면촬영을 고수하다보니 전면이 잘 살아날 수 있도록 수 장에서 수십 장을 나눠서 찍은 후에 수평과 수직을 잘 맞춰 한 장의 사진으로 완성했다. 주지하다시피 한정애는 「경기아카이브사진연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경기지역의 도시들을 사진으로 아카이빙했다. 특히 동탄이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되어 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작업한 「화성의 꿈 프로젝트」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며 한정애 작업의 근간이 된다. 박물관에 유물이 전시되는 형식처럼, 아키비스트로서의 사진가는 기본적으로 매타데이터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촬영 일시와 장소 및 카메라데이터는 사진의 기록적 가치를 부각시키고 기록으로서의 사진의 힘이 공유되는 지점이다. 한정애에게 사진기록의 가치는 디지털 망각의 시대에 누구보다 절실하다. 개인과 이웃, 마을 공동체에 대한 기록은, 우리나라처럼 과거의 자취가 빠르게 사라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까운 과거와 옆 동네의 풍경을 기록하면서 '기억의 집'인 박물관에 이르렀을 것이다. 자료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속도와 자료가 소멸 되는 속도가 비슷해지고 있다. 또한 기록의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망각은 가속화된다. 아날로그 자료들의 디지털화(digitalizing)가 빨라지는 만큼 아날로그의 가치는 더해지듯이. 마치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면서 미술작품의 '아우라'에 대한 논의가 빈번해지고 아우라의 힘이 강화되는 현상과 비슷하다. 사이버공간이 지배하는 지금에도 여전히 박물관의 유물들이 범접하기 힘든 신성함을 자아내는 것은 복제되지 않은 진품의 현전을 확인하고 싶은 열망 때문이다. 요컨대 한정애가 수집한 박물관들은 우리의 일상적인 감각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익숙하고 편하게 아득한 과거의 시간대로 때로는 이국의 낯선 곳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래서 박물관의 유물들이 온전히 복원되어 있지 않더라도, 혹은 모조품일지라도 관객은 놀라움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다. 유물을 체험한다는 것은 유물과 함께, 살아보지 못했던 시간을 꿈꾸는 것이니.

한정애_박물관 박물지_마이산 명인 명품관, 전북 진안_피그먼트 프린트_2019
한정애_박물관 박물지_인형박물관, 경남 부산_피그먼트 프린트_2019

도큐먼트(Document), 모뉴먼트(Monument), 뮤지엄(Museum) ● 세속의 세계로 내려온 한정애의 사진 속 박물관에는 온 가족이 편하게 보고 즐길 거리로 가득하다.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만큼의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어 관람자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각 지역의 미술관(박물관)은 고급문화의 벽을 허물고 대중문화를 수용하려는 현실적인 전시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복제에 의해 제작 유통되는 미술-상품을 노골적으로 전시하며 레저 산업에 가까운 운영을 하기도 한다. 현대의 미술관이 돈이라는 세속의 신을 좇는 성전인 것처럼, 우리네 박물관들은 사람들에게 정보나 오락을 제공하고 가치와 소망을 만족시켜 준다. 콜로세움에 한 번도 가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콜로세움 인증샷'을 제공해주고, '아프리카'로 곧장 날아가게도 한다. 나비처럼 훨훨 날면서 돼지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얼음으로 지어진 보석같은 궁전과 공원을 거닐게도 한다. '세계화장실협회의 창립을 기념하고자 30여 년간 살던 집을 허물고 변기 모양의 집'을 건립한 '미스터토일렛' 심재덕회장의 「해우재(解憂齋)」, 발동기수집가 이희양이 만든 국내 유일의 「발동기 박물관」, 진안의 「가위 박물관」, 아마도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만들었을 「김씨 박물관」, 「달동네 박물관」, 궁시장 영집 유영기가 만든 「영집 궁시박물관」 등 한국의 작은 박물관들은 공통적으로 세대 불문하고 재미와 교양을 선사하고 추억을 회상하게 하거나 이국적인 취향들이 코드화되어 있다. ● 무려 여섯 개의 키워드(알프스, 얼음, 보석, 궁전, 테마파크, 뮤지엄)를 내세운 「알프스 얼음 보석 궁전 테마파크 뮤지엄」은 멈춤 없이 왕성하게 번식하는 키치 같다. '잡동사니', '천박한'이라는 의미를 지닌 '키치'는 독일어에서 유래하는데, 원래 이 말은 '미학적인 안목이나 경험을 거의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통속적인 싸구려 그림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너무 빈번하게 등장하여 진부하게 보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중에게 쉽게 스며들고, 널리 퍼질수록 강력하게 소모되는 것이다. 그런데 키치는 풍요로움의 일단을 제시하는 징후이기도 하다. 여기엔 환상적인 낭만과 쾌적함, 약간의 교양과 보편성을 아우르고, 여가를 재미와 흥분으로 채우며 공허한 일상을 아름다운 가상으로 채우려는 통속적인 취미도 들어 있다. 공중파 일일연속극의 단골 메뉴인 평균적인 감수성과 감상적인 부르주아의 욕구를 채워주는 일상생활의 자잘한 유희들이 키치라고 할 수 있다. 느슨하고 수동적이지만 상업적이고 무의식적인 정치성도 띄면서 확산성이 빠르기에 요즘같은 SNS시대에는 강력하게 작동되는 것이 소위 '키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투성과 명랑성, 가벼운 진지함과 쾌적함, 애쓰지 않아도 이해가 잘 되는 것. 한정애가 찍은 박물관들을 계속보니 우리네 취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정겹고 편하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보편의 취향들을 알 수 있게 하는 이 사진들은 아마도 후대의 도큐먼트(Document)이자 모뉴먼트(Monument)로, 한 시대의 모드(mode)로, 생각날 때마다 찾게되는 기념물로 각인(刻印) 되지 않을까.

한정애_박물관 박물지-강원 종합 박물관, 삼척_피그먼트 프린트_2019

시간 박물관 ● 한정애의 사진에서 박물관의 상징에 해당하는 박물관-사진이 있는데 바로 정동진에 있는 「시간 박물관(Time Museum)」이다. 증기기관차와 180미터 기차로 조성된 이 박물관은 '시간'이 테마이다. 여러 층위에서 강력한 상징성을 담보한 「시간박물관」은 박물관이 다름 아닌 시간의 유물이자 무덤이라는 것, 인간은 끝없이 직진하는 '시간'이라는 열차에 탑승한 여행자이고, 쏜 화살같이 시간이 빠르게 흐르듯 유한한 삶의 한계를 직시하게 한다. 관람자는 시간박물관 열차에 '탑승'해 먼저 죽은 자(유물)를 호출해내고 그들과 대화하고 도래할 미래를 상상하지 않을까. 이 사진의 우측 상단에 '문화체육관광부 주간, 학예사 경력인정 대상기관으로 선정되었다'는 문구에 슬며시 웃음을 짓는다. 우리의 작은 박물관들은 전문적인 학예사가 필요하고, 국고지원이 절실한데 '미술관 및 박물관 진흥법'에 준하는 미술관의 요건을 갖추기엔 요원하기만 하다. ● 오랜만에 읽을거리가 풍부한 사진들을 보았다. 각각의 사진의 말들이 하도 소란스러워 그 소리를 듣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정애 사진 속 박물관들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과 담론을 생산하는 가능성을 내포한 잠재태처럼 보인다. 마치 박물관에 수집된 유물들이 시시각각으로 해석되듯이, 이 사진은 우리시대 박물관들의 기억을 재 발굴하고 수집하여 새롭게 경험하게 한다. ■ 최연하

한정애_박물관 박물지-돼지 박물관, 경기 이천_피그먼트 프린트_2018

2018년 경기아카이브연구회의 일원으로 여주, 이천 박물관을 기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 8도의 박물관들 100여 곳을 지난 2년간 촬영했다. 내가 수집한 박물관들은 대부분 전형적 박물관의 외형에서 벗어나있다. 이미지 중에는 기존 박물관의 사전적 의미인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 밖의 학술 자료를 수집, 보전, 진열하고 일반에게 전시하여 학술 연구와 사회 교육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든 시설'에서 벗어나 영리 목적이 추가 된 곳들이 많다. 그들은 전시관, 체험관, 문학관 때로는 공원이나 연구소로도 소개된다, 광고판 같은 외관을 가지고 있거나 오락적 흥미를 자극하는 건축물들이 포함되어있다. 이들은 외적 요소로서 박물관의 주제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박물관의 주제는 감귤, 가위, 탈, 부엌, 컵 등의 사물에서 부터 시간, 평화, 신화, 근현대사, 정통 문화콘텐츠, 성 등 현시대의 대중의 관심과 문화가 포함되어있다. ● 기록 작업을 하면서 나는 museum의 어원인 mouseion이 떠올랐다. 기원전 3세기경 이집트 지역에 존재했던 연극, 음악, 전시를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이었던 mouseion의 의미에 오늘날 이 박물관들의 기능과 모습이 더 가까워 보인 때문이다. 다수의 작은 사립 박물관들이 위치하는 장소의 물리적 환경의 제약(좁은 골목길 등)으로 인해 한 장의 사진 안에 건축물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상황이 많아 사다리 위에서 수 장 혹은 수십 여 컷으로 나누어 촬영 한 후 각각의 컷들을 포토샵을 통해 한 장의 사진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작업 중 협소한 주변의 물리적 환경 때문에 제대로 된 전면 사진을 가지지 못한, 혹은 경제적 이유로 인해 외형이 리모델링되거나 파손, 폐관된 박물관들도 보였다. ● 작은 박물관들은 현 시대 대중의 관심과 문화를 담고 있는 매우 유니크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보전이 어렵고, 공적인 사회 문화적 기록으로서 남겨지기도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이 사진 작업을 시작하였지만 전국곳곳을 누벼야하는 일이어서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물리적으로도 힘겨운 일이기도 했다. 다행히 옆에서 지지해주고 조력해준 남편이 있어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나의 전작인 「Secret Garden」에서 개인적 가치와 예술성의 표현에서 집중했다면 「아카이브 박물관」에서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기록하고 재현하는 작업이었고 새로운 장르로의 도전이었다. ■ 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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