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DMZ

박종우展 / PARKJONGWOO / 朴宗祐 / photography   2020_0512 ▶︎ 2020_0826 / 월요일 휴관

박종우_DMZ-Forbidden Forest #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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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0_0321_토요일_06:00pm

아티스트 토크 / 2020_0322_일요일_02:00pm

고은사진미술관 기획展

주최 / 고은문화재단 주관 / 고은사진미술관_BMW동성모터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마감시간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고은사진미술관 GoEun Museum of Photography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로452번길 16 (우2동 1005-17번지) Tel. +82.(0)51.746.0055 goeunmuseum.kr @goeun_museum_of_photography www.facebook.com/goeunmuseum

한반도 분단경관의 기록과 평화적 감수성 ● 고은사진미술관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는 2020년의 첫 번째 전시로 다큐멘터리 사진가 박종우의 『비무장지대 DMZ』를 선보인다. 박종우는 2009년 비무장지대 내부에서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10여년 간 분단으로 인해 파생된 풍경과 현상에 관한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이번 전시는 고은 사진미술관과 부산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 두 곳에서 펼쳐진다. 고은사진미술관에서는 육지의 경계(비무장지대 DMZ)를, 아트스페이스에서는 바다의 경계 (북방 한계선 NLL과 한강하구중립수역 HRENZ)를 나누어 보여주면서 이 두 공간을 외부 펜스의 설치 작업으로 연결하는 특별한 전시공간을 연출한다. ●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가까워오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것을 평화적으로 매듭짓지 못한 시대에 살고 있다. 휴전선 접경지역에 세워진 통일전망대나 평화전망대에서 비무장지대와 건너편 북녘 땅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산이나 강줄기의 유장함 속에 철조망과 지뢰지대 표지판의 섬뜩한 생경함이 섞이면서, 한국 현대사의 굴곡 하나하나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비무장지대와 그 주변의 민간인 통제구역은 이름과는 달리 한반도에서 가장 군사력이 집중된 공간이어서 긴장감이 일상화되어 있는데, 우리는 이 곳의 독특한 풍경을 분단경관(Bundan-scape)이라고 부른다.

박종우_DMZ-GP #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교류와 화해의 움직임은 분단경관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안보관광에 조금씩 평화라는 단어가 수반되면서, 분단경관에 부여하는 의미도 바뀌기 시작했다. 안보관광이 분단경관을 보면서 경각심을 키우고, 준엄한 현실인식을 하도록 요구했다면, 평화관광은 이를 보면서, 냉전적 감각보다는 평화에 대한 희망과 상상력을 키울 것을 주문한다. 사람들의 주관적 상상의 세계에 국가권력이 관여할 수 있는 범위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물론 관광의 효과가 주문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평화라는 프레임은 분단경관의 소비에 중요하게 작동한다. 다른 한편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사진가들이 오래 전에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꺼내 전시를 하거나 사진집으로 출판하기 시작하였다. 이 사진들이 점차 시민들이 분단경관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사진가들이 찍은 작품들은 분단경관에 대한 기록일 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이를 바라볼 것인가를 보여주는 나침반이기도 했다. 사진가들의 미학적 감수성을 통해 이 사진들이 역사적 기록을 넘어서 예술 작품으로 전환되는 경향도 생겨났다.

박종우_DMZ-NLL #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분단경관을 찍은 사진가들이 많지만 박종우의 작품과 작품집은 매우 독특하다. 이 사진들은 2017년 독일의 유명한 사진출판사인 슈타이들(Steidl)에서 『DMZ』라는 사진집으로 출판되었고,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 사진집은 접경의 분단경관을 9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DMZ의 내부, 정찰(Reconnaissance), 휴전선감시초소, 공동감시구역, 남방한계선, 일반전초(GOP), 전방전투지역(FEBA), 민간인통제구역,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녘 풍경이다. 비무장지대의 감시초소 사진들은 외부에서 찍은 것 뿐 아니라 건물 내부에서 찍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체계성은 다른 사진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박종우_DMZ-NLL #2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박종우는 2020년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비무장지대』 사진전을 개최하면서 한국어판 DMZ 사진집을 출판하게 되었다. 이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들은 기존의 사진집에 실린 내용과 유사하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다. 이 사진집은 비무장지대의 모습을 1) 갈 수 없는 숲, 2) 정찰, 3) 공동감시구역, 4) GP 등으로 구분하였고, 여기에 5) 한강하구 중립수역, 그리고 6) 북방한계선 등의 모습을 더하여, 총 6개 채프터로 구성되었다. 이런 구성은 분경의 모습 전체를 망라하는 것이다.

박종우_DMZ-RECON #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갈 수 없는 숲'은 비무장지대 생태의 건강함과 아름다움을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이 곳의 생태가 항상 인간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적인 것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시계 청소가 이루어지고, 크고 작은 사고들도 발생한다. 이 곳의 풍경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4계절보다 더 변화무쌍하다. '정찰'은 비무장지대 안에서 움직이는 병사들의 핵심적 임무와 이들의 예민한 시선들을 다루고 있다. 수색과 매복은 비무장지대 안에서 이루어지는 군사적 활동의 핵심적 범주들이다. 위장과 긴장이 무엇인지가 병사들의 얼굴과 몸 동작 하나하나에 쓰여 있다.

박종우_DMZ-Forbidden Forest #2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판문점에 있는 '공동경비구역'은 비무장지대에서 유일하게 군사분계선이 그어지지 않은 공간으로 출발했지만, 1976년 이른바 '도끼만행' 사건으로 그 공간마저 분할되어 이름과는 다른 구역이 되었다. 이 곳은 휴전 이후 군사정전위원회의 회담이 열리는 장소로 활용되었는데, 1991년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가 미군에서 한국군으로 교체되자 북한의 거부로 회담이 더 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 2000년에 만들어진 영화 『JSA』는 이 곳을 배경으로 하였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남북 정상이 여기에 있는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모습을 연출했고, 연이어 북미 정상 간 만남에서도 미국대통령이 이 경계선을 넘었다가 돌아오는 모습을 또 다시 연출했다. 비무장지대와 마찬가지로 공동경비구역도 아직 원래의 이름 그대로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박종우_DMZ-JSA #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GP는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휴전선 감시초소이다. 이 감시초소들은 파주에서 시작하여 고성까지 배치되어 있다. 북측의 감시초소는 남측 초소보다 초라하게 보이지만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고 지하화되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숫자가 작은 남측 초소는 더 육중하며, 부대마다 다른 색깔로 칠해져 있다. 유엔기와 태극기가 함께 펄럭이는 것은 이 초소가 기능하고 있다는 표시이다. 망원경으로 보면, 북측 초소에도 두 개의 붉은 기들이 걸려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이 감시초소의 일부가 해체되는 광경이 보도되기도 했다.

박종우_DMZ-GP #2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비무장지대와는 다른 분단경관을 가지고 있다. 파주로부터 흘러내리는 임진강과 서울을 거쳐 내려오는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시작하여 김포를 거쳐 강화를 돌아 교동도로 내려가 서해에 이르는 이 구역은 가깝게는 강 줄기를 따라 배치되어 있는 철조망과 용치들의 모습을, 멀리는 북녘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이 사진들이 보여주는 풍경 뒤로, 이미 사라져버린 경관들, 즉 연평도에서 마포에 이르는 연안 항로와 작은 포구 마을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 중립수역의 대안에는 개풍이나 연백이라는 전쟁 전 38선 이남 지명들의 추억도 남아 있다. 비무장지대가 주로 수복지구에 해당된다면, 이 대안들은 일종의 상실지구에 해당한다.

박종우_DMZ-HRENZ #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사진들은 북방한계선을 넘나드는 경관들이다. 북방한계선에 가까운 섬, 연평도와 백령도는 원래 생활권이 전혀 달랐지만, 1970년대에 서해 5도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였고, 또 육지와 멀리 떨어진 '낙도'가 되었다. 세계적인 탈냉전의 시기에 뒤늦게 찾아 온 연평 해전이나 포격전의 상흔이 사진 속에 선명하다. 뿐만 아니라 백령도에서 바라보는 장산곶의 아련한 모습이 작가의 렌즈를 통해 생생하게 포착되어 있어서 멀리 몽금포 타령이나 재령 별신굿의 모습이 사진 속에서 배어 나오는 듯 하다.

박종우_DMZ-NLL #3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박종우의 사진은 우리가 직접 가기 힘든 장소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이 사진들은 분단경관을 보여주는 기록의 보고일 뿐 아니라 평화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머물렀던 흔적이기도 하다. 작가는 때로는 헬기를 타고 망원렌즈를 이용하여 비무장지대의 모습을 찍기도 하고, 때로는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대상에 근접하여 찍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비무장지대의 스펙터클한 경관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작은 생명체 속에 들어있는 섬세한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굳이 말한다면, 역사의식과 미학적 상상력을 겸비한 작가만이 이런 섬세하고 구체적인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이 사진들을 통해 우리의 삶이 조금이나마 풍부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작가의 평화에 대한 감수성과 상상력에 빚지는 것이기도 하다. ■ 정근식

Vol.20200225c | 박종우展 / PARKJONGWOO / 朴宗祐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