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시장

이영展 / LEEYOUNG / ?? / photography   2020_0319 ▶︎ 2020_0424 / 일,공휴일 휴관

이영_개미슈퍼_디지털 프린트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공휴일 휴관

레이블갤러리 LABEL GALLERY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26길 31 (성수동2가 278-40번지) labelgallery.co.kr

이영이 수집한 만물시장의 옛 간판들 ● 2007년도 이영은 청계천 일대의 상점들, 황학동의 만물시장 등을 돌아다니면서 그곳의 가게들에 걸린 간판을 촬영했다. 당시 그가 흥미롭게 본 간판은 함석판에 페인트를 묻힌 붓으로 쓴 상호명이다. 공들인 궁체풍의 서체로 쓰여진 한글 문자는 오래 전의 것들로써 어딘지 복고적인 내음을 진하게 풍겨주었다. 순수한 문자만으로 이루어진, 서체가 주는 필력의 맛이 응축된 당시 간판은 아날로그 간판의 매력을 온전히 가시화하면서 현판처럼 걸려있다. 「보전당」, 「쓰리스타상사」, 「개미슈퍼」, 「무아레코드」, 「삼부화랑」등이 그것이다. 전적으로 간판만을 안겨주는 사진 속에는 오로지 문자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는 도시의 간판, 간판에 쓰인 문자를 채집한 셈이다. 그것들은 이제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희귀한 간판들이다. 오늘날 누가 붓으로 그런 문자를 쓰고 있을까? 인간의 손길, 노동의 내음이나 익숙하게 숙련된 누군가의 필력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간판은 실종되었다. 마치 직접 그린 영화 간판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듯이 말이다. 동일하게 손으로 직접 간판을 썼던 간판장이들이 사라지고 그러한 간판도 사라졌다. 이제는 기계가 그런 일을 대신하고 있다.

이영_삼부화랑_디지털 프린트

아직은 청계천 일대의 오래된 가게들은 여전히 그 옛날의 간판을 달고 있다. 아마도 지방 어느 허름한 동네에 이런 간판은 남아있을 것이다. 하여간 그 간판들은 사라지기 직전의 것들이다. 이영은 그러한 죽음, 부재, 사라짐을 목도하고 이것들을 수습해 사신으로 남겼다. 간판에 대한 애도! ● 일찍이 1930년대에 김복진은 당시 경성시가지를 장식하고 있던 간판의 의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자본주의의 위력을 간판에서 간파한 것이다. 간판은 상품경제에서 불가피한 선전도구이자 도시를 장악하는 강력한 이미지다. 오늘날 도시의 건물들은 온통 무수한 간판들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건물의 외관을 빼곡히, 촘촘히 점유하고 있는 간판은 그 모든 것을 압도하면서 현란하고 무지막지한 문자를 관자들에게 거의 폭력적으로 안긴다. 그것은 사람들의 욕망의 도화선을 건드리고 그 무엇인가를 갈구하게 하는 동시에 경쟁적으로 자기 존재를 가시화한다.

이영_무아레코트_디지털 프린트

이영은 그런 간판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 들어온 간판들은 다분히 복고적인 간판들이고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된, 효율성과 합리성, 기계화의 대세에 의해 밀려난 손작업으로 이루어진 누추한 간판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간판들은 형언하기 어려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묘한 향수와 회고적 감정도 일고 문득 안타까운 추억들을 거느린다. 어린 시절 동네에 위치한 간판가게의 주인들은 대부분 저렇게 함석판으로 만든 바탕위에 페인트를 찍어 능란하고 익숙한 솜씨로 한글 서체를 멋들어지게 쓰곤 했다. 마치 혁필화를 그리던 이처럼, 옛날 장돌뱅이 민화가들이나 이발소 그림을 그리던 이들처럼 말이다. ● 생각해보면 간판도 나름의 역사가 있다. 나무판에 쓴 한자 간판을 지나 함석판에 페인트로, 이후 세련되고 멋진 디지털 간판 등에 이르기까지 변천을 거듭해왔다. 이영이 보여주는 간판들은 지난 시간대의 한국 간판의 이력의 어느 한 순간을 '훅' 하고 안긴다. 거기에 잊고 있었던 누군가의 공력과 손의 힘과 소박하지만 나름 진솔했던 상호명이 주는 추억의 여운이 짙다. ■ 박영택

이영_인민로 시리즈_디지털 프린트

Old Billboards from All Things Markets Collected by Lee Young ● In 2007 Lee Young took photographs of shop billboards in the Cheonggyecheon Stream area and the Hwanghak-dong Flea Market. At the time he was particularly intrigued by these billboards on which the names of shops had been written on tin plates using brushes coated with paint. The Korean characters elaborately written in the court style of writing the Korean script felt intensely retro. Condensed with the power of brush strokes in scripts consisting purely of characters, these billboards hung like tablets in a way that entirely visualized the allure of analog billboards. They include 보전당, 쓰리스타상사, 개미슈퍼, 무아레코드, and 삼부화랑. Characters are isolated in photographs featuring only the billboards. In this way he has collected images of billboards and the characters on them in the city. Such signs are rarely found in our surroundings these days. Who wrote such characters with a brush? The billboards in which human touches, the smell of labor, and writing skills were kept alive are now missing, like the hand-painted cinema billboards that also disappeared suddenly one day. Sign painters and their sign boards disappeared, replaced with machines. ● Old shops in the Cheonggyecheon Stream area still have billboards from the old times. Such billboards can probably be found in shabby towns, but they are still on the verge of disappearing. As a witness of such disappearances, photographs, and absence, Lee Young has collected and recreated these signs as photographic letters and reports. He expresses his mourning for billboards. ● Early in the 1930s, Kim Bok-jin made reference to the meaning of billboards in the city of Gyeongseong. He saw through the power of capitalism through billboards. A billboard can be seen as either an inevitable instrument of propaganda in a commodity economy or a potent image that dominates the city. City buildings of today are dominated by countless billboards. Those occupying the surfaces of such buildings bring overwhelming, flashing, and outrageous letters to their viewers in a violent way. They visualize their existence, igniting the fuse of people's desires and making them crave something. ● Lee Young closely observed such billboards. Those that caught his eye were somewhat retro and shabby, ousted from the general tendencies to seek effectiveness, rationality, and mechanization. Paradoxically, however, they evoke inexplicably weird emotions. They arouse a mysterious sense of nostalgia and retrospective emotions and are accompanied by regrettable memories. Billboard shop owners in town used to superbly write Korean scripts with a practiced hand on a tin plate. They resembled those who practice making pictures with a leather brush, those who execute shabby folk paintings, and those who create kitsch pictures. ● In retrospect, each billboard has its own history. Billboards have undergone vicissitudes of change from Chinese character billboards on wooden boards to painted billboards on tin plates and refined, superb digital billboards. The billboards Lee shows abruptly bring a moment of Korean billboard history to viewers. They are laden with one's sincere efforts and physical strength and are imbued with memories that any candid shop name can call to mind. ■ Park Young-taik

Vol.20200316b | 이영展 / LEEYOUNG / ?? / photography